‘경제살리기 6자회담’을 열자 - 이종훈
	2004-08-30
‘경제살리기 6자회담’을 열자 국민 대부분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를 걱정해야 할 정치권의 여와 야는 진보냐 보수냐의 이념 문제로 싸움만 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하고 투자해야 할 경제계의 노와 사는 좌냐 우냐의 체제 문제로 대립을 일삼고 있으며, 정부와 시민단체는 국정에 대한 불신과 편견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정쟁과 경제권의 대립과 국정에 대한 갈등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경제 위기에 대한 불감증이 심하고 야당들은 당리당략적인 토론만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인 통합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경제를 위기라고 보는 것은 경제성장률이나 수출 증가와는 달리 경제의 구조와 틀이 크게 뒤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보다 싼 노동력과 자원을 따라 생산 시설을 외국에 증설하는 제1의 산업공동화 현상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산업공동화와는 달리 국내에서의 생산 여건이 불리해지자 국내 공장 자체를 해외로 옮기는 제2의 산업공동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제1의 산업공동화는 국민총생산(GNP)과 국내총생산(GDP) 모두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국내의 돈과 사람과 시설 모두가 탈출하는 제2의 산업공동화는 GDP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과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마저 따라가고 심지어는 연구·개발(R&D)산업과 중·고·대학생까지 중국으로 나가는 교육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수출은 늘고 있는데 국내 소비는 계속 줄고, 이자율은 떨어지는데도 투자는 줄고, 성장률에 비해 고용효과는 낮아지고 있는데 원유 가격은 올라만 가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체를 공동화 현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최근 경제 위기의 실체이며 단순한 불경기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한편, 국제관계는 어떠한가. 한·미관계는 껄끄러워지고 있으며,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역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로 식민지 때의 적대관계가 보완관계로 발전했으나 이제는 경쟁관계로 접어들어 결국은 대립관계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 역시 국교정상화로 적대관계가 보완관계로 발전했는데 10여년 만에 경쟁관계로 바뀌고 있으며 결국은 대립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가 한·일관계와 같이 보완관계를 40여년 지속시킨다면 한국 경제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마저도 농산물은 물론이고 공산품까지도 잠식당하고 있다. 한·일간의 평균 기술 격차를 5~6년으로 보기 때문에 5년 후에는 일본과 경쟁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중간의 평균 기술 격차가 4~5년이라고 하니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기 전에 중국에 따라잡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같이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총체적으로 대응할 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행정수도이전 문제나 전국민적인 현안도 아닌 과거사 문제와 포상 문제 등에 매달리기보다는 먼저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방법으로 여와 야, 노와 사, 정부와 시민단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6자회담을 열어 일정 기간 싸움과 갈등을 접어두고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다짐하고 이를 대통령이 선언해주기를 제안한다. 언론계와 학계와 종교계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들 6자회담을 주선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 뒤에 모두의 공과와 그 책임을 따지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동참하여 경제 위기를 우선 극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을 하자.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8.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