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도약을 위한 국정운영과 기업가정신 - 노부호
	2002-07-09
선진국 도약을 위한 국정운영과 기업가정신 1. 환경변화와 적응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차이는 무엇인가?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나라는 흥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망한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한때 세계를 地배했는데 그 후 세계적 지도력을 상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영국은 정부규제와 보호속에서 안주하여 가족중심의 경영을 하고 금융중심의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소규모 공장제도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이나 합리화를 지연했다. 새로운 대량생산 기술이 대두되었는데도, 영국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제의 중심은 대량생산기술을 받아들인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은 그 이후 대량 생산 체제와 전문경영인의 시대 속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갔다. 하지만 80년대에는 경영자가 생산 현장과 유리되고, 인수와 합병을 통한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서 기업체질 보다는 재무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린(Lean)생산 체제에 의한 품질로 무장한 일본의 도전에 직면한 바 있었다. 그러나 리건 대통령 시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밑거름이 되어 지금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보화 시대의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정보화 시대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이다. 변화와 경쟁이라는 것은 경영의 기본으로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보화 시대를 변화와 경쟁의 시대라 하는 것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자율이고 경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책임이다. 정보화 시대는 종업원 모두가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고 가치를 창조하는 경영이 요구되는 것이다. 자율과 책임에 기초를 둔 가치 창조의 경영이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다시 말해서 변화가 너무 극심하여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볼 시간도 없고 또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불확실성의 시대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자율 경영이 요구된다. 한편, 언제 어떻게 변화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경쟁이 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남들을 보호해 주는 과거의 사고 방식에서 탈피하여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챙긴다는 책임정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의 번영은 국민들이 자율능력과 책임의식이 강하여 정보화 시대의 변화와 경쟁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자율능력과 책임의식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미국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나라이다. 기업가 정신이 경제의 엔진이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차이는 기업가 정신의 차이 즉 사람의 차이이다. 경제 정책의 기본은 어떻게 물가를 잡고 성장을 유지하고 실업률을 낮추어 경제를 살리는가하는 문제가 아니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에 기초를 두고 기회를 추구하고 위험부담을 지는 기업가 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1999년에도 3% 정도의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데 이의 배경에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사업기회를 활용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산업이 정체 내지 쇠퇴하고 있지만 정보통신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제조업을 지탱해주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94년에는 전체 일자리 창출의 15%를 점했지만 97년에는 37%를 점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게 만든다. 기업가 정신은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개성적이라는 것은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독립적인 사고는 남의 보호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자기 하고싶은 일을 하고 남의 보호를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을 때 우리는 일에 열정을 가질 수 있고 경제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기대는 습성이 강하고 정부도 각종 자금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에는 많은 낭비가 내재되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성적 독립적 사고는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할 때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인기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이의 적용에는 정치가들이 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확신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2. 정부주도의 폐해 1) 부패구조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주도 경제운영의 결과 자율과 책임의 정신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자율과 경쟁이 부족해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고 책임의식이 없어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과 책임의 정신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여 나타나는 부패구조이다. 정부주도는 규제와 보호에 의해서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치, 관료, 재계의 삼각 고리가 형성되어 사회가 부패해지고 불투명해진다. 이러한 부패구조 때문에 자율과 책임의 정신을 가지고 일을 잘해 보겠다는 생각보다 정치적 연고에 의해서 기회를 추구하고 책임도 면해 보겠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다. 사회가 부패하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묻기 힘들고 책임의식이 약할 때 일을 잘하기 위해 능력을 개발하는 것보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정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능력은 개발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부패, 무책임, 무능으로 집약될 수 있다. 정치와 행정이 달라져야 한국사회에 자율과 책임의 정신이 정착될 수 있다. 2) 하향식 경영 정부주도 경제운영의 또다른 폐해는 기업내에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규제와 보호의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정부주도 경제 운영하에서는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가 차단되어 대기업은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사회 전체에 통제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기업도 혁신이 가능한 자율적 상향식 경영보다 혁신이 어려운 통제적 하향식 경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주도 경제운영하에서는 위로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하향식(top down) 지시위주의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 하향식 경영은 한국기업의 경영 특히 대기업에서는 최고경영층을 보좌하는 기획실이 중심이 되어 자기의 능력과 전략은 생각하지 않고 국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가능하다 싶으면 대규모 설비투자로 시장을 지배하는 경영이다. 대규모 투자를 하면 매출액의 비약적인 양적 성장은 가능하지만 제품을 모방하고 기술을 도입하기 때문에 기술축적이 늦어 내실있는 성장이 되지 않는다. 한국기업은 세계적인 용량(capacity)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술은 없기 때문에 몸통만 있고 머리는 없는 기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기 전까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동구의 많은 기업들이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도산직전의 기업으로 변해버린 사례를 통해서 이것은 경영의 실패가 아니라 하향식지시 위주의 경영을 하는 사회주의라는 제도의 실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산업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수요에 관계없이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설비투자를 하는데 비해 일본은 설비개선, 가치공학, 품질향상과 같은 현장혁신중심의 경영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의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하향식 설비투자형 경영이 바로 한국을 지탱하는 5대 산업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유화 등을 중심으로 최고 경영자의 의지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는 대량생산형 산업구조를 낳았고, 대량고객형(mass customization) 산업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 들어와 한국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량고객형 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아이디어에 기초를 둔 상향식 현장혁신형 경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경제운영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3) 정부의 개입 이상과 같은 정부주도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부가 나서는 데도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장경제 원칙은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개입의 형태는 경제주체의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의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이 상실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폐쇄하고 청산하거나 매각 합병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다. 그러나 매각, 합병은 가능한 대로 시장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빛은행의 출범시에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개입한 것은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고 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이나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합병, 대림과 한화의 석유화학부문 합병과 같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합병이 더 바람직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작년에 5개 지방 은행을 폐쇄 한 것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서 이해되지만 시중 은행에 강제인수 시키기보다는 우량 채권과 불량 채권으로 구분하여 원매자를 찾아 매각하는 것이 더 시장 경제 원칙에 충실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보다 철저한 시장원리의 적용이 요구된다. 그러나 만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개혁이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생각되면 목표 관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율 능력과 책임 정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전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주고 계속 그 목표를 상향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은행에 대해서는 BIS 비율, 담보대출비중, 수익성 등에 대해서 목표를 주고, 기업에 대해서는 상호 지급보증, 상호 출자, 부채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도록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은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하고 타기업과 합병도 하고 외자유치도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빅딜을 강요하다 보니 외자유치 협상이 중단되거나 불리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주체의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의 정도에 따라 ①직접 개입하여 퇴출시키거나 ②목표관리를 통해서 구조조정을 하여 경쟁력을 제고시키거나 ③경쟁력있는 기업은 내버려 두고 자율에 맡기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3. 정부의 기업정책 과거 정부의 기업정책은 인위적인 측면이 많았다. 자율경영과 개방경제에 기초한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여 자연스럽게 유도되어야 할 문제를 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인위적으로 끌고 갈려고 한 측면이 많았다. 업종전문화정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업종전문화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근본원인을 건드리지 않고 현상만 치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통제와 폐쇄의 파라다임으로 운영되는 경제체제하에서는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대기업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무모한 사고가 길러졌고 한보사태에서 보았듯이 정치권까지 개입하는 관치금융의 지원하에서 소위 말하는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했다. 자율과 개방의 파라다임으로 바꾸어 진입장벽을 허물고 개방경제로 나아가 경쟁을 심화시키면 기업의 능력에 따라 사업구조가 재편될 것이다. 기업의 능력을 고려함이 없이 다각화는 나쁘고 전문화는 좋다고 하는 사고는 바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가 한국의 금융권이 책임경영을 함으로써 각 기업의 상호지급보증을 고려한 사업위험을 평가하고 무분별한 대출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에 따라서는 상호지급보증을 축소하고 부채비율을 낮추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망이 좋지 않은 일부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사업의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인위적 정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원칙에 의해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은 시장경제원칙이 적용되어 경쟁이 심화되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은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지만 은행이 제대로 경영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원로 은행가는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은행가가 극히 드물다고 했다. 그것은 정부에 의해서 은행이 통제되는 나머지 은행원이 위험을 택하고 결정을 내릴 필요가 별로 없어 능력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전문경영인 체제가 특별히 낫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나 전문경영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임경영이 중요하다 책임 경영은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이 적용될 때 나오는 것이다. 책임은 성과를 요구하고 평가하는 것인데 은행의 예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자율도 없었지만 성과를 평가하는 감독기능도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경영을 하고 부실화된 것이다. 또한 독립경영은 계열기업만의 독립경영이 아니라 계열기업내의 각 사업부가 독립경영을 해야하고 사업부내의 소사업부가 독립경영을 해야하는 등 그것은 기업체질의 문제이다. 체질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넓게는 기업문화를 말하는 것으로 경쟁이 심화되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필요를 느낄 때 형성될 수 있는 것이지 정책이라는 외과적 수술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룹비서실이 있으면 독립경영이 되지 않고 없으면 독립경영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황제식 경영방식”을 택하고 있어 독립경영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 하지만 GE의 잭 웰치 회장은 황제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책임경영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하는 정부의 역할 변화를 통해서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게 함으로써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기업은 경쟁압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은행도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고 사업성에 기초를 둔 엄격한 대출심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은행압력도 받게되어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업이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유기적 시스템이다. 우리가 기업이 변하기를 원한다면 빅딜, 소유와 경영의 분리와 같이 물리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쟁압력, 주주압력, 은행압력을 통해서 변하지 않으면 안될 환경을 조성하여 화학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기업정책의 시각 기업 정책의 목적은 경쟁력 제고이다. 경쟁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기업내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고 혁신은 자율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하는 경쟁력-혁신-자율의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 정부가 시도했던 기업정책의 내용을 보면 정부주도에 의해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기업을 이끌어 왔던 60년대의 지시 통제하는 사고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빅딜, 부채비율 200%, 계열기업의 수 축소, 사외이사 50%이상 등은 통제지향적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정부는 인위적 정책으로 물리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내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정책의 문제점은 그 접근방법이 부정적, 부분적, 단기적, 물리적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5대 재벌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은 생각하지 않고 몸집만 불리는 조직” 또는 “재벌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에 간섭하게 되고 시장경제원칙에 위배되는 정책들이 제시되었다고 생각된다. 이의 대표적인 것이 빅딜이다. 빅딜과 관련해서 정부는 기업을 설득하는 정도로 그치고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다. 재벌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재벌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고 한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어떻게 잘 키워 나갈 것인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 재벌 내에는 많은 중산층 직원이 일하고 있고 재벌기업이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재벌 총수의 비리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법적인 조치를 위하면 되지 모든 재벌을 한데 묶어 정서적 대응을 함으로써 반기업적 정서를 부추길 필요는 없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재벌만 따로 떼내어 부분적인 접근을 하였다. 재벌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분적 대응의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전체의 비전을 가지고 재벌의 역할을 찾는 가운데 부분적 기업정책이 나와야 한다. 재벌도 한국이라는 경제토양 속에서 정치, 행정, 금융, 노동과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났고 재벌기업은 많은 중소기업과 계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비전은 규제완화, 세금인하,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기업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쟁을 심화시켜 나감으로써 경제체질을 강화하여 한국을 동북아에서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단기적 접근을 하였다. 재벌개혁을 “연내에 마무리 하겠다”는 말이 있었는데 무엇이 목표인지 분명치 않다. 재벌의 경쟁력제고가 목표라면 보다 장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부채비율 200%와 같은 목표는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여 수익성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든지 맹목적으로 외자를 도입하고 사업을 빨리 매각하도록 하는 압력이 되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게된 경우는 없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계열기업들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지 내부적 필요에 의해서 독립경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영혁신이고 경영혁신에 의해서 독립경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나눈다고 독립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해체만 강조하면 통합된 체제 속에서 유기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점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GE와 같은 거대기업은 하나의 조직속에서 100개 이상의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통합조직내의 유기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5+3의 재벌정책이 재벌기업의 물리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경쟁력 없는 기업을 도태시키는 시장경제원칙의 적용, 정치권의 경제 불개입과 민주화는 재벌기업의 혁신이라고 하는 화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화학적 변화가 현재의 기업정책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죽을 기업이 살아있지나 않은지 살아야 할 기업이 죽게 되지나 않는지 살펴보면서 현명한 판단력을 행사하여 시장기능을 보완해야 하는데 통제지향적이면서 보호지향적이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오히려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통제위주의 기업 정책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부실기업과 부실은행을 살려주고 있고 부실기업 경영진을 그대로 두고 있다. 이외에 벤처기업지원, 중소기업지원 등 정부의 공적부조가 너무 광범위하게 뿌리박혀 있다. 이러한 통제와 보호주의 정책으로는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성과주의가 살아나기 힘들다. 대기업이 부실계열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내부거래를 규제하고 있는데 부실이 심한 기업과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투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기업 정책을 통제중심에서 보다 자율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요구된다. 5. 정부의 개입형태 정부는 어떤 형태로 기업이나 금융의 구조조정에 개입해야 할 것인가? 우리 나라에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부가 나서는 데도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장경제 원칙은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개입의 형태는 경제주체의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의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지급 여력 비율이 마이너스인 부실생보사에 대해 경영권을 박탈하고 완전 감자한 후 해외 매각하기로 하였고 대주주가 충분한 손실분담을 할 수 있는 일부 생보사는 독자회생을 허용해 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급 여력비율이 마이너스인 부실생보사는 자율 능력과 책임정신이 결여되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퇴출시키는 것이고 손실분담을 할 수 있는 일부 생보사는 회생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이 상실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폐쇄하고 청산하거나 매각 합병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다. 그러나 매각, 합병은 가능한 대로 시장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빛은행의 출범시에 합병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개입한 것은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고 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이나 하나은행과 보람은행과 같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합병이 더 바람직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작년에 5개지방 은행을 폐쇄 한 것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서 이해되지만 시중 은행에 강제인수 시키기보다는 우량 채권과 불량 채권으로 구분하여 원매자를 찾아 매각하는 것이 더 시장 경제 원칙에 충실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금 성사단계에 있다고 하는 빅딜도 시장원리에 위배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빅딜을 기업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로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마지못해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빅딜을 해야 하는가? 빅딜을 통해서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가? 단지 과잉용량의 규모만 키워 부실을 확대하는 것은 아닌가? 얼른 보기에는 한 기업으로 몰아주면 중복이 안되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 했던 방법이고 공산주의 국가는 그렇게 해 다 망했다. 정부주도의 빅딜은 일을 크게 그르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조세 금융 측면에서 기업에 특혜지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국민의 부담만 증가한다. 기업의 문제는 기업이 자기책임하에서 해결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좀 더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빅딜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이 경영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퇴출돼야 할 기업이 화의, 법정관리 등으로 계속 남아 있지나 않은지를 주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보다 철저한 시장원리의 적용이 요구된다. 그러나 만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개혁이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생각되면 목표 관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율 능력과 책임 정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전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주고 계속 그 목표를 상향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은행에 대해서는 BIS 비율, 담보대출비중, 수익성 등에 대해서 목표를 주고, 기업에 대해서는 상호 지급보증, 상호 출자, 부채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도록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은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하고 타기업과 합병도 하고 외자유치도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빅딜을 강요하다 보니 외자유치 협상이 중단되거나 불리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 주체의 자율능력과 책임정신의 정도에 따라 ①직접 개입하여 퇴출시키거나 ②목표관리를 통해서 구조조정을 하여 경쟁력을 제고시키거나 ③경쟁력있는 기업을 내버려 두고 자율에 맡기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가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기업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것은 우리 나라에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어 우리 모두 윗사람 눈치보는데 익숙하고 시키는 대로하면서 혼자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다는 들쥐정신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는 시키는 대로 개미같이 일하는 사람은 많아도 미래를 내다보고 기회를 추구하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기업가 또는 전문 경영자는 부족한 것이다. 정부주도 경제 운영은 또한 집단 이기주의를 조장하게된다. 개별 기업이 알아서 구조 조정을 하게 하면 근로자의 고용 문제가 분산되어 큰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하게 되니까 문제의 규모를 키우고 집단적인 반발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들쥐정신과 집단 이기주의는 정부의 권위주의로부터 상당부분 파생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여 간섭하는 관행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6. 정부의 역할 1) 기업가 정신의 함양 기업가 정신이 경제의 기본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서 기업이 시장 틈새를 찾아 고부가 가치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도록 해야한다. 경제학자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정부가 국민을 교육시키고,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자유 무역과 투자를 위해 경제를 개방하는 거시정책은 필요하지만 불충분하고 자율과 책임이라고 하는 시장경제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함으로써 기업가정신을 살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거시정책은 필요조건이고 기업가 정신이 충분조건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시장 경제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이고, 기업가 정신의 차이이다. 중남미나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왜 아직도 후진국으로 남아 있느냐 하는데는 기술이나 자본의 부족이 아니라 기업가적 사고와 정신의 결여가 주된 원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아시아나 중남미의 정부관료와 기업관리자는 세계시장의 변화에 둔감하고 전통적 사고에 젖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부존 자원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여 값싼 제품의 공급자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후진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기업가적 사고와 정신이 결여되어 전통적인 원가위주의 대량생산 제품을 만드는데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세계적 틈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업원으로부터 창의력을 끌어내고 시야를 넓혀 세계 경영을 하는 기업적 자질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기업 경영으로부터 손을 떼고 시장 경제 원칙을 지켜나갈 때 가능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환율, 금리, 무역 수지, 외환 보유고 등 거시 지표에 만족해하면서 IMF 위기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상은 그 동안의 긴축 정책으로 무역 흑자가 발생했고 정부 보증으로 단기 외채를 중장기 외채로 연장했기 때문에 외환 위기를 벗어난 정도이고 우리의 경쟁력이 제고되었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진정 경쟁력 있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하게 자율과 개방에 기초를 두고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여 우리의 사고와 체질을 강화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인류발전의 역사는 자유화, 개방화의 역사이다. 우리는 우리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 개방화와 자유화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19세기말 세계는 개방화의 큰 물결을 경험했는데 그 때 우리는 쇄국정책으로 우리 역사를 50년 후퇴시켰다. 지금도 개방화는 하나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20세기말인 지금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자유화의 큰 물결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화는 정부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경제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자유화의 나라인 미국도 더 높은 자유화를 위해 복지예산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와 산업화 시대의 차이는 변화와 기회이다. 정보화 시대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파이를 나누는 사회주의보다 파이를 키우는 자유주의가 세계사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지금 자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역사를 50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에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 우리가 IMF체제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활력은 투자에 있고 투자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8년간 소비를 부추기는 경기부양책을 폈지만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핵심은 시장경제체제이다. 시장경제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세금축소, 노동시장 유연성, 그리고 개방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해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면 재정지출이 줄어들게 되어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준조세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실질납세율이 50%에 이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IMD가 발표한 바 있는 정부가 기업경영을 방해하지 않는 국가순위를 보면 1위가 싱가포르, 2위가 핀란드, 3위가 홍콩이고 한국은 40위에 그치고 있는데 이것은 정부의 규제가 아직도 많이 완화되어야 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작은 정부란 간섭하지 않는 정부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경제의 각 부문에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크게 미치고 있다. 정부정책을 항상 주시하고 따라가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어 있다. 지금 정부는 통산부, 교육부, 과기처 등을 중심으로 벤처육성, 중소기업 육성, 대학의 국제화지원, 기술개발지원 명목으로 많은 자금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에는 의도한 성과 이외에 엄청난 낭비도 발생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을 육성한다고 정부가 나서니까 사이비 벤처기업, 부실벤처기업, 허위투자, 정부확인서를 받아주는 브로커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에는 별다른 중소기업정책이 없는데도 중소기업이 잘 된다고 하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여 투자한 자본을 지키기 위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해고를 할 수 없다면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미국 경제가 많은 해고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었다는 것은 해고가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정리해고 문제를 대화로서 타협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리해고가 오히려 고용을 증대하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설득해 나가는 것이다. 개방경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제도적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도 외국인이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 기업 대표들은 한국은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중의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규제 특히 차별적 대우와 시장 진입 규제, 부정부패, 관료주의, 반외국인정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법과 논리보다 인맥이 사업성공에 중요하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이 매력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고 비교적 큰 시장 잠재력, 유능한 인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근면성과 회사 충성심도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한국기업들과 동등한 파트너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좀더 개방적일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IMF체제 극복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 일자리, 그리고 능력이다. 우리는 1500억불 이상의 빛을 지고 있고 실업율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낙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단기적으로는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유럽에서는 후진국이고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던 스페인이 최근 경쟁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시장경제 원칙에 의한 개혁을 추진해온 결과이다. 이번에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질 수 없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은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공무원 채용동결과 정부지출 삭감을 통해서 세금인하를 가능하게 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서 노동시장을 유연화 하고 정보통신, 금융, 에너지 등의 공공부문을 사유화하여 경쟁분위기를 조성하고 행정의 분권화에도 앞서가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가가 많이 배출되어 투자가 활성화되고 산업구조도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선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스페인에서도 정부의 개입없이 시장 원리에 의해 철강, 석탄등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자동차, 화학, 제약등 혁신적 산업구조로 바뀌고 있고 사업의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많은 기업가적 경영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3) 문화적 기반의 확립 재벌정책의 목적은 경쟁력 제고이고 이를 위해서 기업내 혁신이 요구된다. 혁신의 기초는 투명경영, 자율경영, 독립경영이다. 그런데 이것은 기업들이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도록 하는 문화적 기반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정부주도에도 시장주도로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놓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문화대혁명이다. 한국에서는 정치가 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한국기업의 경영에서는 지금까지 정치력이 경영력보다 더 중요하였다. 정치력을 위해서는 로비를 해야하고 비자금 조성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었다. 이것이 투명경영을 불가능하게 하였던 근본적 원인이다. 한편 자율경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기업에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중앙 집권적 사회로 오래 지속되어 왔고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여 기업을 지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합리적인 민주주의보다 힘으로 밀어 부치는 권위주의가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에서 가장 관료적이라고 비난받는 가까운 일본보다 훨씬 크다. 이러한 권위주의 때문에 한국기업의 경영은 아래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장에서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져 기술이 축적되는 상향식 경영보다 지시 위주의 하향식 경영을 하기 때문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면 로비가 중요해져 집단주의가 자란다. 능력에 기초를 둔 성과보다 연고에 기초를 둔 권력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성과의식이 약하고 아무나 최고경영자가 되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조직의 책임자가 능력보다 연고에 의해서 선정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기업간 우회지원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것은 성과주의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계 기업을 보면 내부거래에서도 시장가격을 책정하여 개인의 성과를 손해보지 않겠다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다. 최근의 삼성자동차 사례는 성과중심의 합리적 경제논리가 아닌 여론중심의 정서적 정치논리에 의해서 접근하여 문제를 그르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이 결정된 후 삼성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기업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았고 삼성자동차가 부실기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고려사항 없이 시장경제원칙대로 이루어졌다면 부산공장 설립 이전에 처음부터 기아를 인수할 수도 있었고, 부산에 입지를 정할 필요도 없었을지 모르고, 기아가 부도에 처했을 때 기아를 인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삼성자동차가 가동중단 상태에 놓여있는데 빅딜을 한다고 하지 않았다면 가동을 하면서 생존가능성을 찾는다든지 보다 유리하게 매각된다든지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경제는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기 때문에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기업의 자율경영이 정착되지 못하여 성과에 기초를 둔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문화수준이고 관리수준이다. 정부는 우회지원을 규제만 할려고 하지 말고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여 성과주의를 확립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성과주의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거래 또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없어도 그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정보화시대는 통제중심의 구체제가 무너지고 자율중심의 신체제가 탄생하는 시대이다. 공산주의의 멸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구체제에 속하는 경쟁력 없는 기업을 도태시켜야 신체제를 여는 경쟁력있는 기업이 탄생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창조적 파괴가 요구되고 기업가 정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런데 도태되어야 할 기업이 화의,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으로 살아나서 덤핑을 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살아있는 기업이 죽을 지경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외에 벤처기업, 중소기업지원 등 정부의 공적부조가 너무 광범위하게 뿌리박혀 있다. 이와 같이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면 권위주의, 집단주의, 연고주의가 자라나서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못하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은 민주주의, 개인주의 성과주의 문화에서 잘 자라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보완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7. 미래과제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본인은 우리가 IMF를 당하고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달라진 것은 기업과 금융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기업과 금융이 물리적으로는 많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문화적으로는 더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자율적 기업문화조성을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해서 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보다 철저하게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하여 회생가능성 여부에 따라 좀 더 많은 퇴출이 이루어져 기업과 금융에서 보다 철저한 구조적 개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사고의 개선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과거에 기업은 적자보는 사업을 20년 이상 지속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다각화하기 보다 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전문화의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 금융도 부실채권을 줄이면서 인원을 감축하고 대출심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공기업, 노조는 많이 바뀌지 않았고 정치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정치에 신경쓰지 않고 기업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관치금융은 더 심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이 모든 변화의 주체는 국민인데 국민이 얼마나 달라졌느냐 하는데도 긍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국민들이 IMF이후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최근 삼성자동차의 처리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아직 국민들은 지역감정과 집단이기주의의 틀을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정운영이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IMF위기를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무역수지 흑자와 외자유입으로 외환위기가 없어지고 IMF이전으로 돌아간 것 뿐이고 지금 경기가 좋다고 하는 것은 재정자금을 투입하고 기업을 살리면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안한 측면이 많다. 물론 기업과 은행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경제의 전망이 과거보다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진정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변화한 만큼 발전하게 되어 있다. IMF라는 변화의 호기를 맞았는데도 정치적 지도력이 결여되어 충분하게 변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의 경제가 잘 되는 이유는 세금 적게 내고 정리해고 잘 할 수 있고 개방경제로 외국기업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잘하는 방법은 사실 너무나 간단하다. 단지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변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정책은 돈을 나누어 주는 정책이다. 이럴 때 돈은 효율적으로 쓰여지지 않고 낭비가 많은 사회가 된다. 정부의 개입이 많아지면 자율과 책임의 정신이 살아나지 않고 자율과 책임이 없으면 일을 잘 할려고 하는 생각보다 눈치보고 지시하는대로 일을 적당히 하려고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낭비가 많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에 기초를 둔 정치적 지도력이다. 어떤 변화라도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개혁이 성공한 대표적인 예는 메이지 유신이다. 메이지 유신이 왜 성공했느냐?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가진 지도자들이 집단적으로 나왔고 서구화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했다. 일본은 이렇게 해서 동양의 후진국에서 서구와 겨룰 수 있는 선진국으로 탈바꿈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적 리더십이 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 같다. 자유화라고 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요구된다. 자율과 책임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고통이 따르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를 둔 경제운영의 철학을 확립하는 것이다. 한국의 비전은 동북아에서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되는 것이다. 한국은 국경이 사라지는 정보화시대에 대륙과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자리잡고 있고 아시아의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도전이다. 산업측면에서도 한국은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고 시장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근면성과 회사충성심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에서 비교적 유능한 인력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고 기술과 품질의 하부구조가 튼튼하여 선진국과의 전략적 제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엄청난 기회가 놓여 있다. 우리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경제운영을 통해서 국민속에 기업가 정신을 심어나감으로써 변화와 경쟁의 시대에 펼쳐질 무한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