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은 일제 군국 사관을 닮아가고 있다 - 신일철
	2004-08-18
"동북공정"은 일제 군국 사관을 닮아가고 있다 - 이 “공정”의 뿌리찾기는 마침내 여진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 1. 러·일·중의 3가지 “동북공정” 이미 8년전부터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은 주로 고구려사 왜곡으로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 같다. 이 “공정”의 근본에는 “만주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나의 소련‘이 해체되는 다원화의 대세 겁먹고 중국도 ”하나의 중국’의고수책에 착수헤 된 것으로 보인다. 신중국이 경제성장으로 국력이 커지면서 과거 동아시아 일본패권 100년에 뒤이어 “팍스 시니카”(Pax Cinica)의 패권의식이 한족(漢族) 민족주의의 낡은 틀에 걸려 자승자백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중국과 같이 그 판도가 비대해진 다민족 국가는 민족주의의 왜소한 역사관에 사로잡히면 나치스의 게르만족 지상의 파시즘이 된 비극의 현대사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데서 오는 역사관의 빈곤에서 온 소치이다. 근대일본이 과거를 국수주의적으로 날조하여 “가미가제”(神風)사관의 허구로 국민적 일체감을 만드는 소위 “국민정신 총동원”의 군국화의 길에 들어섰다. 중국도 오늘의 다민족 통일국가의 국민적 일체감을 만들기 위해 나치스나 군국일본의 민족주의 사관을 닮지말고 과거에 대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열려진 동아시아 역사관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오늘의 중국은 13, 14세기 몽고정복 왕조였던 “원”(元)과 1650년부터 만주에서 일어나 금나라를 세우고 300여년간 만주족 왕조인 “청”이 1912년까지 지배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변방정권”같은 “개념의 유희”로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베이징(北京)은 원의 대도(大都)였고 만주왕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傅儀)가 자금성에 있었다는 사실의 실사구시는 부인될 수 없다. “만주문제”인 “동북공정”은 이미 제정러시아가 중국에서 만주를 분할하여 영유하려 했던데서 다시 제기되었다. 1904년의 러일전쟁은 청조가 쇄퇴하는 시기에 만주와 한반도로 남하하는 러시아의 세력을 막기위해 영국이 일본에게 대리전쟁을 시킨 것이 이 전쟁의 성격이다. 이미 제정러시아는 극동총독을 임명하고 만주를 병탐하기 시작해서 한반도의 북단 용암포까지 러시아군이 상륙했다. “아관파천”은 러시아 제국의 한국침투가 현실로 드러났던 사건이다. 제정러시아의 만주 프로젝트가 대단했던 것은 1960년 모스크바대학 동방언어연구소에서 “통그스어사전”이 나온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만주어인 통그스어는 이미 사어(死語)가 되었으나 세계에서 단 하나 소련에서 편찬된 것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퉁그스어연구에서 소련을 앞설만한 업적이 있을리 없다. 우리 역사에서는 만주의 야인인 “여진족”을 알고 있으며 그들의 언어가 퉁그스어이다. 오늘날에도 베이징에 가면 모든 금석문에 한자와 통그스문자가 병기되어 있음을 본다. 이것이 “동북공정”의 주된 문제거리이다. 러일전쟁후 일본은 남만(南滿) 철도 부설권(1909년)을 따내고 “만주경영”을 위한 일본판 “동북공정”에 착수했다. 을사늑약후 일본은 조선의 간도관리사가 다스리던 간도(지금의 연변지방)을 제멋대로 철도부설권을 얻기위해 청에 내주엇다. “만철(滿鐵)조사부”는 일본의 유수한 연구원력을 동원하여 “만몽(滿蒙)문제”를 주된 “공정”으로 삼았다. 이 “공정”은 일본의 괴뢰정권 “만주국”의 건국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e)에서 부의의 기구한 일생을 보았다. 일본 항복후 스탈린의 소련은 다시 중국과 분리시켜 친소 만주정권을 만들려는 “공정”에 손댔다는 설도 유력하다. 그 결과 스탈린과 마오쩌뚱의 중국과의 중소국경분쟁이 마침내 이념분쟁으로 번져나갔다. 일본의 만주침략 직후 심양에서는 영·일회담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영국은 영일동맹에서 약속된 만주의 “개방”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수행했는데 그가 A. J. 토인비였음이 밝혀졌다. 토인비는 일본외 교관에게 만일 일본이 만주를 독식하면 세계대전이 일어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일본은 국제연맹이 “만주국”을 승인해주기를 요청했다가 거절하자 탈퇴했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한 실마리였다. 다시 오늘의 “동북공정”을 보면서 러·일에 이어 중국도 정치적 “공작”을 앞세워 실사구시의 동북문제는 외면하고 애꿎은 고구려사 왜곡으로 우리 민족사의 침탈에로 빗나간 점에서 그 공통점을 보게 된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만주문제”로 돌아가서 소외된 3성의 정치·경제·문화적 개발에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다. 이 “공정”의 정책발상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다. 2. “동북공정”은 소련방해체후의 “C.I.S.”를 참고해야 손문의 “중국국민당” 창당은 오랜 왕조사(王朝史)를 끝내고 공화정부의 “민국” 시대를 열었다. 중국의 근대민족주의는 중국대륙에 사는 모든 민족, 종족, 변방민을 차등없는 민족적 일체감을 가지게하는 “국민만들기” 운동이었다. “멸청흥한”(滅淸興漢)의 기치도 청조타도이지 만주족이나 만주지방을 소외하겠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멸청”의 명분으로 만주족 왕조를 “변방정권”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족(漢族) 민족주의 사관에는 몇가지 심각한 난점이 있다. ① “한족” 중심의 중국사관으로 모든 다른 민족과 정복왕조를 배제하면 과거사 부정으로 중국사가 왜소해지고 중국의 국민적 통일도 깨진다. ② 1950년 이후 맑스·레닌주의의 영향을 받은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에는 스탈린의 “민족” 개념 이었다. 스탈린의 “민족” 개념의 잣대로는 한족 민족주체를 설명할 수 없다. 스탈린의 “민족” 개념은 언어, 풍속, 습관, 문화, 특히 견고한 역사적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다민족의 중국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③ 따라서 중국의 통사는 오늘의 중국이나 “한족”을 중심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단선적(單線的) 사관을 세울 도리가 없다. 그런 것은 모두 “허구”의 역사 날조가 된다. 1960년대에 소련학계와 중국학계간에 중국사에서 통일적인 “민족”의 시원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소련학계는 중국의 근대적인 “민족”의 시작을 5.4운동으로 보고 이에 반발하여 중국학계는 한대(漢代)에 이미 “하나의 민족”으로 형성되었다는 한족민족주의를 내세웠다. 이 논쟁의 해답은 1990년 소련방의 해체로 역사가 결론을 내주었다. “하나의 소련”이 12개 민족공화국의 주권국가들로 분할된 독립국가연합(C.I.S.)이 된 것이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까지 서슴치 않으며 “한족” 민족주의 사관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미 위굴신강이나 티베트 등의 움직임으로 보아 그 “공정”에서 “C. I. S.”를 많이 참고로 삼는 것이 현명한 “공정”이 되는 길이다. 3. 뿌리찾기식 “공정”은 한족이 아닌 여진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공정”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분노가 드높은 것은 일제침략의 역사왜곡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일제는 한국민족사 왜곡으로 허구의 침략 명분을 조작한 역사를 통한 정치공작이었고 우리 민족에 대한 정신적 침탈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만주 즙안현에 있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비”는 우리 민족사에 대한 자존심의 기념비이기도 했다. 그 비명이 만주지방 등에 대한 대고구려의 강토를 넓힌 “광개토”이기 때문이다. 일제는 청일전쟁을 앞두고 그 지방에 들어왔던 일본군 간첩(酒井)이 이 비문의 일부를 깎아 변조하여 고대사 왜곡을 시작했다. 이 “광개토왕”의 비 자체가 그리고 그 비문이 고구려가 “변방정권”일 수 없고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없는 확고한 증거가 되는 금석문이다. 1910년 일제의 한국강점에 앞서 그런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한론”(征韓論)이 나왔다. 이 “정한론”은 13세기 몽고의 일본침략에 고려가 합세했으니 그 원한을 풀기위해 한국침략이 필요하다는 과거사의 정치적인 조작이었다. 이 “정한론”에는 “임진왜란”의 대죄에 대한 참회가 없었다. 고려는 조선기술면에서 몽고의 일본침략에 동원되었으나 고려가 삼별초(三別抄) 등 항몽 40년 전쟁으로 일본침략이 실패한 보다 깊은 원인을 외면했다. 몽고의 일본침략이 실패한 것은 “신풍”(神風)이란 계절풍 때문이라 해서 이를 근거로 해서 과거에는 “가미가제”(神風)사관이 지배했다. 제주도까지 내려가며 고려의 항몽투쟁이 줄기찼다는 것은 종전후 하다다(旗田) 교수의 한일관계사 연구로 다시 평가되었다. 이렇게 역사왜곡에는 정치적 야심이 있는 정치공작임을 우리 한국민은 뼈저리게 체험해 왔다. 청나라 말기에 우리 민족은 항일독립운동의 기지를 주로 만주와 노령 연해주에 두고 독립군이 활약한 것은 사실이다. 1920년대에는 하얼빈 이남의 관대한 만주땅에 한국독립군의 군정부인 “3부 정립” 시대가 있었다. 서쪽에는 임시정부계의 “창의부”, 북쪽의 오동진, 지청천의 “정의부”, 김좌진 장군의 “신민부” 등이 있었다. 1928년에는 “국민부”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동북의 한국민족주의 독립군 세력을 탄압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관동군이었다. 한국의 독립운동자들은 그것이 “고구려구강(舊疆)”이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만주를 우리 영토로 회복하겠다는 “동북공정” 따위는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공정”은 오늘의 영토문제와 과거의 역사문제를 혼동하는데서 우리 민족사에 속하는 고구려사를 접근하는데서 과거의 일제방식과 너무 유사하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먼저 과거의 역사에 속하는 “고구려”를 한족(漢族) 민족사관으로 변조할 수 있겠는가. 한국사에 속하는가의 학문적 접근을 앞세워 “실사구시” 사관에 다시 서야한다. 우선 고구려 고분 등 문화재의 양식은 한국민족사 고유의 것이고 중국대륙에는 없다. 일본의 “다까마쯔”(高松) 총도 고구려 고분의 축소판 같은 것이다. 민족어의 연구에서 고구려어는 백제와 신라와 같은 우리 민족어의 뿌리에 속하고 중국의 한어(漢語)와 그 언어구조가 전혀 다르다. 우리 3국시대에는 통역이 있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중국의 방대한 역사기록에서는 고구려가 한족중심 중국사에 편입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이 “공정”이 “변방정권”이란 기괴한 개념을 쓴 것은 고구려 “왕조”의 왕조사적 개념을 회피하기 위한 역사 “창작”의 공작임을 오히려 증명해준다. 이 “공정”의 저변에 있는 패권적 민족주의가 민족사의 뿌리 찾기를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한족”중심의 사관은 파탄될 것이다. 비근한 예로 다민족 국가인 미합중국이 만일 미국의 민족사관을 세우기 위해 과거로 올라가면 할아버지때부터 영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러시아인으로 갈라져 “U. S. A.”의 국민적 공속감은 오히려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다양의 통일”로 각 다양한 이민집단의 민족적 풍속을 존중한다. 흑인작가인 아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Roots)”는 그의 뿌리찾기에서 아프리카의 선조인 쿤타킨데를 찾아냈다. 오늘의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런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여진족을 만날 것이고 대고구려의 한국 민족사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위치와 공헌이 컸다고 해서 아프리카를 “변방정권”들로 역사날조는 하지 않는다. 이 “동북공정”의 뿌리 찾기는 뜻하지 않게 한족 민족사관의 불가능을 그 역사적 교훈으로 얻게될 것이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주간조선 2004년 8월 26일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