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오르니까 논값이 오를까, 논값이 오르니까 쌀값이 오를까? 답은 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쌀값이 오르면 쌀농사를 지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증가하므로 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논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케케묵은 논란 아닌 논란을 다시 재론해야 할 것 같다.
관련된 명제는 "가격(엄밀하게는 수요)이 비용을 결정하는 것이지,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고, 그 가격 하에서 각종 생산요소들의 비용이 배분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가격 이하로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은 손해를 본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정착을 위한 입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달 말쯤 나올 구체적인 표준약정서의 내용은 봐야 알겠지만, 납품단가 연동제는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나 노동 비용 등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폭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준다는 취지다.
문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틀린 원리에서는 틀린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경우로 나눠 검토해보자. 대기업이 완성품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은 그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면, 납품단가는 대기업에는 비용이다.
첫째, 대기업의 완성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다. 그에 따라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여 완성품 가격과 부품 가격이 함께 오르므로, 대기업은 이전과 같은 제조비용 구조 하에서 오른 부품 가격을 올려주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둘째, 완성품에 대한 수요는 변하지 않았는데, 부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자재나 노동 비용 등이 다른 이유로 증가하여 부품 제조비용이 올라간 경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이 경우에는 부품 제조비용 상승은 대기업 사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대기업의 제조비용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면 부품 가격을 올려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다만 부품 제조비용이 올라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완성품 공급도 줄어들어 완성품 가격이 올라가면 부품 가격도 올라간다. 이것이 시장에서 완성품과 부품 가격이 결정되고 조정되는 원리다. 이른바 납품단기 후려치기라는 허구 뒤에서 작동하는 원리다.
요즈음같이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품 제조비용이 증가하고, 증가한 비용이 부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채산성은 분명히 악화된다. 그러나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함께 소비자들의 완성품에 대한 지불 의사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납품단가 연동으로 채산성 악화를 막을 수는 없다.
부품에 대한 수요는 완성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유발되는 수요다. 완성품 사정에 변화가 없어 그 가격에 변동이 없다면, 즉 새롭게 유발되는 요인이 없다면, 부품 가격에도 변동이 없다. 부품 제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로 비용을 낮추거나, 다른 부품을 만들어 적절한 기업에 납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납품가격 연동제는 부품 제조비용이 내려가는 경우에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원리에 어긋나면 의도하는 좋은 효과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납품가격 연동제도 그렇다. 자원배분은 왜곡되고 거래 당사자들에게 분쟁의 불씨만 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 정권이 추구하는 자유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과학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과학적 사실에 어긋나는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고 왜곡할 뿐이다. 기본 개념에 충실한 정책이 최상이며, 그것은 곧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무정책이 상책 중의 상책이다. 장관이 좋은 취지의 제도가 규제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게 시장 의견을 청취해 입법화하겠다니 참고하기 바란다.
납품단가연동제, 의도한 善 의도않은 惡
쌀값이 오르니까 논값이 오를까, 논값이 오르니까 쌀값이 오를까? 답은 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쌀값이 오르면 쌀농사를 지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증가하므로 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논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케케묵은 논란 아닌 논란을 다시 재론해야 할 것 같다.
관련된 명제는 "가격(엄밀하게는 수요)이 비용을 결정하는 것이지,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고, 그 가격 하에서 각종 생산요소들의 비용이 배분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가격 이하로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은 손해를 본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정착을 위한 입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달 말쯤 나올 구체적인 표준약정서의 내용은 봐야 알겠지만, 납품단가 연동제는 부품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나 노동 비용 등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폭등한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준다는 취지다.
문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틀린 원리에서는 틀린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경우로 나눠 검토해보자. 대기업이 완성품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은 그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면, 납품단가는 대기업에는 비용이다.
첫째, 대기업의 완성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다. 그에 따라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여 완성품 가격과 부품 가격이 함께 오르므로, 대기업은 이전과 같은 제조비용 구조 하에서 오른 부품 가격을 올려주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둘째, 완성품에 대한 수요는 변하지 않았는데, 부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자재나 노동 비용 등이 다른 이유로 증가하여 부품 제조비용이 올라간 경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이 경우에는 부품 제조비용 상승은 대기업 사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대기업의 제조비용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면 부품 가격을 올려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다만 부품 제조비용이 올라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완성품 공급도 줄어들어 완성품 가격이 올라가면 부품 가격도 올라간다. 이것이 시장에서 완성품과 부품 가격이 결정되고 조정되는 원리다. 이른바 납품단기 후려치기라는 허구 뒤에서 작동하는 원리다.
요즈음같이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품 제조비용이 증가하고, 증가한 비용이 부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채산성은 분명히 악화된다. 그러나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함께 소비자들의 완성품에 대한 지불 의사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납품단가 연동으로 채산성 악화를 막을 수는 없다.
부품에 대한 수요는 완성품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유발되는 수요다. 완성품 사정에 변화가 없어 그 가격에 변동이 없다면, 즉 새롭게 유발되는 요인이 없다면, 부품 가격에도 변동이 없다. 부품 제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로 비용을 낮추거나, 다른 부품을 만들어 적절한 기업에 납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납품가격 연동제는 부품 제조비용이 내려가는 경우에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원리에 어긋나면 의도하는 좋은 효과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납품가격 연동제도 그렇다. 자원배분은 왜곡되고 거래 당사자들에게 분쟁의 불씨만 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 정권이 추구하는 자유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과학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과학적 사실에 어긋나는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고 왜곡할 뿐이다. 기본 개념에 충실한 정책이 최상이며, 그것은 곧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무정책이 상책 중의 상책이다. 장관이 좋은 취지의 제도가 규제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게 시장 의견을 청취해 입법화하겠다니 참고하기 바란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출처- 디지털타임스 2022. 7.27[칼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2062802102269002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