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제’ 불똥이 ‘에어컨 수리 및 AS’로 튀었다. 삼성·LG 등 에어컨 제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때문에 에어컨 수리 기사들의 하루 평균 처리량이 종전 12∼13건에서 8∼9건으로 줄어 서비스가 적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를 고집하는 한 에어컨 대란은 피할 수 없다.
‘휴식과 근로’ 간에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 때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주말·휴일근로 16시간’ 등 총 68시간 일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는 ‘법정 40시간, 연장 및 주말 12시간’ 등 총 52시간만 일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21년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문 정부의 주 52시간제는 삶의 질 제고라는 철학적 기반을 가진 게 아니다. 한국을 ‘과로사회’로 오해해서 도입된 것이다. 과로사회의 증거로 인용되는 통계가 ‘연간 평균 근로시간’으로 한국이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월등히 길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으로, 멕시코(2124시간)와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1687시간보다는 221시간 길며,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32시간)보다 576시간 더 일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오독(誤讀)한 것이다. 독일의 근로시간이 짧은 것은 그만큼밖에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직종에 따라 근로시간이 다른데, 그 평균값이 작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크다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최근 한국의 근로시간이 감소한(2008년 2209시간) 이유 중 하나도 주부 계산원 등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영업자 비중이 큰 것도 연간 근로시간을 높이게 됐다.
근로시간 단축이 정당화되려면 노동생산성이 충분히 높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일각에서 ‘한국 사회에는 초과근무가 만성화했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여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가설(假說)일 뿐이다.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은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줄어야지 ‘규제’해서 줄일 사안은 아니다. 에어컨 수리의 경우 근로시간을 줄이면 처리량은 비례해서 감소한다.
주 52시간제라는 규제법을 만들면서 표방한 ‘휴식과 근로’ 간의 균형은 개인의 선택 사안이다. ‘사적 영역’이기에 국가가 지시하거나 강제할 일이 아니다.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도 개인은 자기 ‘삶의 관리’ 차원에서 휴식과 근로의 균형을 취한다. 그 균형이 사람마다, 종사하는 직종과 직무에 따라 다를 뿐이다. 영감이 떠오를 때 이를 악보에 담아내야 하는 작곡가에게 주 52시간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작업하는 산업근로자가 아닌 경우 휴식과 근로의 조합은 본인이 정하는 게 맞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을 과로사회로 속단하고 폭넓은 탄력근로제를 사실상 불허하면서까지 근로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제도 폭력이다. 개인의 선택 영역에 국가가 침범해서는 안 된다.
에어컨 대란 초래한 주 52시간제 허상
‘주 52시간 근로제’ 불똥이 ‘에어컨 수리 및 AS’로 튀었다. 삼성·LG 등 에어컨 제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때문에 에어컨 수리 기사들의 하루 평균 처리량이 종전 12∼13건에서 8∼9건으로 줄어 서비스가 적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를 고집하는 한 에어컨 대란은 피할 수 없다.
‘휴식과 근로’ 간에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 때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주말·휴일근로 16시간’ 등 총 68시간 일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는 ‘법정 40시간, 연장 및 주말 12시간’ 등 총 52시간만 일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21년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문 정부의 주 52시간제는 삶의 질 제고라는 철학적 기반을 가진 게 아니다. 한국을 ‘과로사회’로 오해해서 도입된 것이다. 과로사회의 증거로 인용되는 통계가 ‘연간 평균 근로시간’으로 한국이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월등히 길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으로, 멕시코(2124시간)와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1687시간보다는 221시간 길며,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32시간)보다 576시간 더 일한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오독(誤讀)한 것이다. 독일의 근로시간이 짧은 것은 그만큼밖에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직종에 따라 근로시간이 다른데, 그 평균값이 작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크다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최근 한국의 근로시간이 감소한(2008년 2209시간) 이유 중 하나도 주부 계산원 등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영업자 비중이 큰 것도 연간 근로시간을 높이게 됐다.
근로시간 단축이 정당화되려면 노동생산성이 충분히 높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일각에서 ‘한국 사회에는 초과근무가 만성화했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줄여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게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가설(假說)일 뿐이다.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은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로 자연스럽게 줄어야지 ‘규제’해서 줄일 사안은 아니다. 에어컨 수리의 경우 근로시간을 줄이면 처리량은 비례해서 감소한다.
주 52시간제라는 규제법을 만들면서 표방한 ‘휴식과 근로’ 간의 균형은 개인의 선택 사안이다. ‘사적 영역’이기에 국가가 지시하거나 강제할 일이 아니다.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도 개인은 자기 ‘삶의 관리’ 차원에서 휴식과 근로의 균형을 취한다. 그 균형이 사람마다, 종사하는 직종과 직무에 따라 다를 뿐이다. 영감이 떠오를 때 이를 악보에 담아내야 하는 작곡가에게 주 52시간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작업하는 산업근로자가 아닌 경우 휴식과 근로의 조합은 본인이 정하는 게 맞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을 과로사회로 속단하고 폭넓은 탄력근로제를 사실상 불허하면서까지 근로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제도 폭력이다. 개인의 선택 영역에 국가가 침범해서는 안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2. 7.20[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720010331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