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의 선거권

선거권은 참정권으로 정치적 기본권이기도 하고 국민의 주권행사이기도 하다. 헌법 제1조 제2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해, 대한민국이 국민주권국가라는 것을 명백히 하면서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 후자는 국민이 국가권력의 창설자라는 것을 알리면서 대리인을 선출해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제민주주의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헌법 제24조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해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선거권자를 국민이라고 하는데, 이에는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도 당연히 포함된다.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해 재외국민 보호의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재외국민도 국민으로 대한민국 국적보유자란 점에서 외국국적보유자인 재외동포와는 구분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1949년에 재외국민등록법을 제정해 재외국민을 보호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외국의 일정 지역에 90일을 초과해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사람은 재외국민등록법에 따라 등록공관에 등록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제15조 제1항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18세 이상의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어서 재외국민도 국민으로서 선거일을 기점으로 18세 이상이면 선거권을 갖는다.

헌법은 선거권에 대해 모든 국민이란 표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과거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사유로 인해 선거권의 행사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37조 제1항이 선거권에 관해 거주요건을 둬 재외국민에 대해 선거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을 국토가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 선거의 공정성 확보상의 문제점, 선거기술상의 문제점 및 납세의무 등 국민의 의무와 선거권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 법규정에 대해 국민의 참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그 결과 2007년 헌법재판소는 판례를 변경해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권의 제한은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개별적·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나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을 사유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즉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와 관련해 선거공정성, 선거기술적인 이유는 재외국민등록제도나 재외국민 거소신고제도, 해외에서의 선거운동방법에 대한 제한이나 투표자 신분확인제도, 정보기술의 활용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단지 주민등록이 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해 그에 따라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고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며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2. 3.31[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64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