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方 지원과 分權 확대로 - 류동길
	2004-07-30
地方 지원과 分權 확대로 수도이전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됐다.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정책문제인데 이전 반대론을 ‘정권 흔들기’, ‘대선불복 심리’, ‘기득권 보호’ 등으로 매도까지 한다. 이건 반대하는 국민을 모독해도 지나친 것이다. ‘수도이전은 대선공약이었고 특별법도 통과됐으니 국민적 합의를 보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국민이 다수다. 이전비용도 문제지만, 돈이 적게 들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은 하면 안 된다. 수도이전에 들어갈 돈을 다른 생산적 부문에 투자하면 국가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인가를 따져보라. 지금은 투자확대·기술개발 등 우리가 먹고 살아갈 미래산업 육성에 매달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한꺼번에 할 수 없다. 자원은 한정돼 있다. 수도이전은 2030년에 마무리 되는 장기 사업이다. 그 기간에 5명의 대통령이 새로 등장한다. 또 통일 등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전한다고 했듯이 다음 어떤 대통령이 이전 안 한다고 하면 어쩔 것인가. 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비록 각하 또는 기각이라 해도, 그것은 특별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이지, 수도이전 그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걸 확인하는 국민적 합의는 아니다. 최선의 대안은 이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낙후는 비오는 날 교통사고가 잦은 것처럼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권력의 지방 분산이다. 중앙정부가 권력을 독점하는 한, 수도를 어디로 옮기든 집중은 불가피하게 돼 있다. 권력의 지방분산은 수도가 이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분권은 이미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에서 목표하고 있듯이 권한 및 사무의 지방이양, 교육자치제도 개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강화 등으로 이루어나갈 수 있다. 지역 간 불균형 시정도 국가균형발전법의 목적에 맞춰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훌륭한 정책과제다. 문제는 이를 수도이전과 연계시키고 있는 데 있다. 수도를 옮기지 않으면 지방분권도 국가균형발전도 안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지방의 교육·문화·의료시설 등 생활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취업기회를 넓히는 일이다. 그래야 수도권으로 학교·병원·직장을 찾는 발길이 멈추게 된다. 지방 국립대마다 예컨대 1조원씩만 투입한다고 해보자. 각 대학에 기숙사를 비롯한 최적의 시설을 확충,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새로운 장학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교수 대우를 파격적으로 해보자. 지방 명문대가 왜 생기지 않을 것인가. 지방의 몇 개 지역을 기술산업단지, 중소기업육성단지로 특화·발전시키는 것도, 기존의 도시특성을 살려 산(産)·학(學)·연(硏) 클러스터(cluster)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일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마다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그 길이 수도이전밖에 없다는 건, 학생의 성적 떨어지는 원인도 알려고 하지 않고 공부방 옮기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수도의 공간적 이동은 해결책 이 아니다.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이 균형발전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7.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