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TV토론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다. 선거 벽보도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서 경제대통령론은 생뚱맞다.
지난 1992년 미국 제42대 대통령 선거 때 빌 클린턴 후보는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절묘한 구호로 판세를 역전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재선이 유력시됐었다. 하지만 무리한 전비 지출로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권자의 시선을 경제 이슈로 끌고 오기 위한 반전 카드로 위 구호를 고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경제대통령을 자임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5대 경제대국, 5만 달러 소득, 5000 코스피 주가지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른바 ‘555공약’이다. 그는 지난 연말 한 증권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작전세력과 불공정 행위만 없애면 코스피지수 5000이 문제없다”고 했다. ‘작전세력만 없어지면 5000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강남 부동산 투기 세력만 없어지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의 ‘남 탓’은 체질화했다.
그는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될 것 같으니 돈을 더 풀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555공약은 ‘임기 내 기축통화국’이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 ‘555+기축통화국’ 공약이 실현되면 재외국민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국으로 유턴할 듯도 싶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모에 600억 달러의 한·미 달러 스와프가 종료됐다. 형식은 종료, 내용은 ‘연장 거부’다. 우리가 미국과 달러 스와프를 종료했을 때, 캐나다·영국·유럽중앙은행·일본·스위스는 달러 스와프 상설체결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상설체결국은 언제든지 자국 화폐를 주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을 말한다고 해서 경제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는 시야를 좁히고 있다. ‘555공약’부터 동어반복이다. 압축해서 말하면 경제선진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바퀴를 굴리는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데 엔진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국이 통화스와프 연장을 사실상 거절당한 것도 친중원미(親中遠美) 노선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한국은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국제정치 질서를 읽는 안목을 가지고 한국 고유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끝내고 이를 지렛대로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의 문재인 정부 ‘종전선언’ 지지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에 대해 손사래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국가 주도의 투자를 통한 경제 부흥’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관료사회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다. 기민하지 않고 능동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집단에 ‘전환기적 질서 변환’의 시기에 투자를 맡기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시장과 민간 부문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투자 견인, 혁신 추동’ 성장이 답이다.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경제 구성원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고취해야 하나, 그는 각종 ‘기본 시리즈’로 국가 의존을 타성화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이지만 그는 여전히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고집하고 있다.
그가 ‘경제대통령론에 함몰된 것’은 스스로 인식하고 주변에서 부추긴 ‘해박한 경제 지식과 현란한 말솜씨’에 대한 확신 탓일 수 있다, ‘국부론’의 정식 명칭은 ‘부의 성질과 원인(the nature and causes)’에 대한 고찰이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 지식이 아닌 속성과 원인을 꿰뚫는 것이다.
앞뒤 안 맞는 '경제대통령'
555+기축통화國 휘황한 공약
기축통화 효과 기대할 수 있는
美와 통화스와프는 연장 불발
국가 주도 강화부터 시대착오
기본 시리즈는 의존을 타성화
현란한 말만으론 경제 못 살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TV토론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다. 선거 벽보도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서 경제대통령론은 생뚱맞다.
지난 1992년 미국 제42대 대통령 선거 때 빌 클린턴 후보는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절묘한 구호로 판세를 역전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재선이 유력시됐었다. 하지만 무리한 전비 지출로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권자의 시선을 경제 이슈로 끌고 오기 위한 반전 카드로 위 구호를 고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경제대통령을 자임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5대 경제대국, 5만 달러 소득, 5000 코스피 주가지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른바 ‘555공약’이다. 그는 지난 연말 한 증권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작전세력과 불공정 행위만 없애면 코스피지수 5000이 문제없다”고 했다. ‘작전세력만 없어지면 5000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강남 부동산 투기 세력만 없어지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의 ‘남 탓’은 체질화했다.
그는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될 것 같으니 돈을 더 풀어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555공약은 ‘임기 내 기축통화국’이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 ‘555+기축통화국’ 공약이 실현되면 재외국민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국으로 유턴할 듯도 싶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모에 600억 달러의 한·미 달러 스와프가 종료됐다. 형식은 종료, 내용은 ‘연장 거부’다. 우리가 미국과 달러 스와프를 종료했을 때, 캐나다·영국·유럽중앙은행·일본·스위스는 달러 스와프 상설체결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상설체결국은 언제든지 자국 화폐를 주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을 말한다고 해서 경제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는 시야를 좁히고 있다. ‘555공약’부터 동어반복이다. 압축해서 말하면 경제선진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바퀴를 굴리는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데 엔진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국이 통화스와프 연장을 사실상 거절당한 것도 친중원미(親中遠美) 노선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한국은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국제정치 질서를 읽는 안목을 가지고 한국 고유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끝내고 이를 지렛대로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의 문재인 정부 ‘종전선언’ 지지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에 대해 손사래 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국가 주도의 투자를 통한 경제 부흥’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관료사회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다. 기민하지 않고 능동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집단에 ‘전환기적 질서 변환’의 시기에 투자를 맡기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시장과 민간 부문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투자 견인, 혁신 추동’ 성장이 답이다.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경제 구성원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고취해야 하나, 그는 각종 ‘기본 시리즈’로 국가 의존을 타성화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이지만 그는 여전히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고집하고 있다.
그가 ‘경제대통령론에 함몰된 것’은 스스로 인식하고 주변에서 부추긴 ‘해박한 경제 지식과 현란한 말솜씨’에 대한 확신 탓일 수 있다, ‘국부론’의 정식 명칭은 ‘부의 성질과 원인(the nature and causes)’에 대한 고찰이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 지식이 아닌 속성과 원인을 꿰뚫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2. 2.24[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224010330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