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용과 정당한 보상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주택의 유형에서 공동주택으로 아파트가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간을 통해 주거용적을 키우는 방식인 아파트는 다수가 단지로 돼 군락처럼 집단화돼 있다. 과거에는 공공주도형 아파트가 많았지만, 점차 민간주도형 아파트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와 함께 주택개발이 공영개발이 아니라 민간개발로 바뀌게 됐다.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공동주택이 연립주택이 아니라 아파트가 중심이 된 것은 국가의 주택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파트단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1962년 공공복리의 증진과 사유재산권과의 조절을 통해 국토의 합리적인 이용, 개발과 산업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토지수용법이 제정되면서 토지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공복리를 위해 토지수용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률은 2002년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로 명칭이 변경됐고 약칭으로 토지보상법이라 불리는데, 이는 주택의 건설이나 택지의 조성 등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수용과 이에 대한 보상을 함께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수용과 함께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의 헌법적 근거는 당연히 제23조 제3항에 있다. 이 조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해 재산권의 공용수용에는 정당한 보상이 법률에 규정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토지보상은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용과 보상을 결부시켜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의 요구에 따라 토지보상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헌법은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어서 정당한 보상이 무엇인지 해석을 요하게 된다. 1948년 헌법은 제15조 제3문에서 상당한 보상을 규정했고, 이 규정은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 와서야 정당한 보상으로 바뀌었는데, 이후 지금까지 정당한 보상이란 용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토지수용에 대해 헌법은 정당한 보상을 규정해 법률로 담도록 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은 객관적인 재산가치에 대한 완전한 보상을 의미하지만, 예외 없이 시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보상에 대해 “입법자가 헌법이 요구하는 정당한 보상의 범위 내에서 공공의 이익과 피수용자 및 이해관계인의 이익, 수용의 목적과 공공사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타당한 보상의 방법과 정도를 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토지보상의 기준과 내용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렇지만 입법이 현실의 모든 것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지가가 상승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그 성질상 완전보상의 범위에 포함되는 피수용자의 손실이라고 볼 수 없어서 개발이익을 배제한다고 해도 정당한 보상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헌법재판소는 판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주대책의 경우 생활보상의 일환으로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정당한 보상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토지수용의 경우 객관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2. 2.10[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49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