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는 용어 중에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뜻이다. 또,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도 있다. 사람에 관한 일이 모든 일이라는 이 말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인사 문제는 공직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법관 인사는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를 비판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한다. 이 법관회의는 법률상 규정된 공식적인 법원의 기구는 아니지만, 대법원장이 인정한 상설화된 일선 법관들의 회의체다. 그렇다 보니 법관회의는 사법부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김 대법원장 법관 인사의 심각성은, 그동안 침묵하던 법관회의가 이를 비판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의 일반 법관의 임명권과 인사권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 헌법 제104조 제3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3항은 대법원장의 일반 법관의 임명권을 규정하고 있고, 법원조직법 제44조 제1항에서는 법관의 보직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관해서만 규정할 뿐, 이를 견제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법원조직법 제44조의2는 법관의 보직이나 전보 등 인사관리에 있어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기준에 따라 평정(評定)하고 그 결과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법관의 근무성적 등의 평정에 대해서는 대법원 규칙에서 규정토록 하고 있다. 법관 인사에 관한 법규는 평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로 법관 인사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의 연구회 소속 법관을 중심으로 인사를 해 왔다. 이는,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를 3년 근무 원칙도 무시한 채 같은 자리에 6년간 유임시킨 데서 알 수 있다.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며 전체 법관의 대표다. 그동안 사법부는 무전유죄 또는 유권무죄라는 국민의 원성과 조롱을 들으며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현 대법원장 체제는 지난 정권의 사법부에서 당시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법부, 사법의 민주화를 추구하겠다며 구성됐다.
헌법이 사법(司法)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만 재판해야 한다는 것은 법관을 위한 사법의 독립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법의 민주화와 사법개혁을 외쳤던 법관들은 다 어디 갔는가? 사법의 민주화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말하고 사법개혁이 정실(情實)·코드인사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사법부 인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 땅에 국민을 위한 사법이 사라지고 사법을 위한 사법만 존재한다면 사법의 독립은 사라지고 사법의 전횡만 남을 것이다.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법관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사법의 독립이 보장된다. 이제 김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의 비판에 책임을 지고 응답해야 할 때다.
김명수 코드 인사는 국민 기본권 침해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는 용어 중에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뜻이다. 또,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도 있다. 사람에 관한 일이 모든 일이라는 이 말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인사 문제는 공직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법관 인사는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를 비판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한다. 이 법관회의는 법률상 규정된 공식적인 법원의 기구는 아니지만, 대법원장이 인정한 상설화된 일선 법관들의 회의체다. 그렇다 보니 법관회의는 사법부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김 대법원장 법관 인사의 심각성은, 그동안 침묵하던 법관회의가 이를 비판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의 일반 법관의 임명권과 인사권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다. 헌법 제104조 제3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3항은 대법원장의 일반 법관의 임명권을 규정하고 있고, 법원조직법 제44조 제1항에서는 법관의 보직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관해서만 규정할 뿐, 이를 견제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법원조직법 제44조의2는 법관의 보직이나 전보 등 인사관리에 있어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기준에 따라 평정(評定)하고 그 결과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법관의 근무성적 등의 평정에 대해서는 대법원 규칙에서 규정토록 하고 있다. 법관 인사에 관한 법규는 평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로 법관 인사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의 연구회 소속 법관을 중심으로 인사를 해 왔다. 이는,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를 3년 근무 원칙도 무시한 채 같은 자리에 6년간 유임시킨 데서 알 수 있다.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며 전체 법관의 대표다. 그동안 사법부는 무전유죄 또는 유권무죄라는 국민의 원성과 조롱을 들으며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현 대법원장 체제는 지난 정권의 사법부에서 당시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법부, 사법의 민주화를 추구하겠다며 구성됐다.
헌법이 사법(司法)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만 재판해야 한다는 것은 법관을 위한 사법의 독립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법의 민주화와 사법개혁을 외쳤던 법관들은 다 어디 갔는가? 사법의 민주화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말하고 사법개혁이 정실(情實)·코드인사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사법부 인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 땅에 국민을 위한 사법이 사라지고 사법을 위한 사법만 존재한다면 사법의 독립은 사라지고 사법의 전횡만 남을 것이다.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법관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사법의 독립이 보장된다. 이제 김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의 비판에 책임을 지고 응답해야 할 때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1. 12.9[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1209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