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전략·핵정책 관련 최상위 전략서인 핵태세검토서(NPR)를 개정하면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불사용(NFU)' 원칙과 미 본토 방어용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맹국들이 술렁이고 있다. 핵우산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핵우산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위험해질 나라는 북핵에 일방적으로 노출된 한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핵에 대해 일언반구 불만을 내비치지 않은 채 종전선언·평화협정과 같은 이벤트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여 대책을 촉구하는 대선 후보도 없다.
1970년에 발효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여 인류 안전에 기여하는 '비확산 체제의 헌법'이지만, 5대 강국들의 핵보유만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추가적인 핵보유국 등장을 막는 것이어서 차별성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래서 핵보유국들은 비핵국이 핵보유국의 핵공격을 받으면 보호해줄 것(PSA)과 비핵국들에 대해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NSA)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국가들에 대한 집단적 약속이어서 신뢰성이 부족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개별적으로 PSA를 약속해 주었는데 그것이 '핵우산'이다. NSA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기 위해 핵보유국과 협력하는 비핵국은 예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NFU는 상대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약속으로 핵보유국 간 핵전쟁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문제는 NFU가 비핵 동맹국들에 제공한 핵우산 약속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3차 NPR를 발행하면서 NSA와 NFU를 포함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모든 나라가 동참하면 글로벌 핵평화는 크게 진전되겠지만, NPT를 무시하고 핵보유를 추구하는 '불량국가'와 대치하는 상대국의 핵안보는 크게 악화될 수 있었다. 한국이 그 경우였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NSA와 NFU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아 주었다.
이번에 발행되는 제5차 NPR가 NFU와 단일 목적 조항을 포함한다면, 한국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NFU가 천명되면 북한은 대남 전쟁을 도발하더라도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미국의 핵응징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단일 목적 조항까지 들어가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나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대남 도발에 핵을 사용하더라도 미국의 핵응징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안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발단은 미국을 실망시킨 한국 정부의 '친북·친중·탈미·반일' 기조였지만, 미국발 원인도 만만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 관점에서 동맹정책을 다루며 한미동맹의 건강성이 크게 나빠졌는데, 지금은 '동맹협력 중시'를 공약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히려 한 수를 더 뜨는 형국이다. 지금 미국은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한반도 종전선언·평화협정을 한미 간 어젠다로 받아들이고 있고, '북핵 소나기'가 쏟아지는 중에 대한(對韓) 핵우산에 구멍을 낼 궁리(?)까지 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넘어 '아메리카 온리(America Only)'로 가겠다는 것일까? 차기 정부의 동맹외교 과제가 무척 엄중해 보인다.
북핵 소나기에 구멍난 핵우산?
미국이 핵전략·핵정책 관련 최상위 전략서인 핵태세검토서(NPR)를 개정하면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불사용(NFU)' 원칙과 미 본토 방어용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e)'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맹국들이 술렁이고 있다. 핵우산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핵우산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위험해질 나라는 북핵에 일방적으로 노출된 한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핵에 대해 일언반구 불만을 내비치지 않은 채 종전선언·평화협정과 같은 이벤트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여 대책을 촉구하는 대선 후보도 없다.
1970년에 발효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여 인류 안전에 기여하는 '비확산 체제의 헌법'이지만, 5대 강국들의 핵보유만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추가적인 핵보유국 등장을 막는 것이어서 차별성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래서 핵보유국들은 비핵국이 핵보유국의 핵공격을 받으면 보호해줄 것(PSA)과 비핵국들에 대해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NSA)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국가들에 대한 집단적 약속이어서 신뢰성이 부족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개별적으로 PSA를 약속해 주었는데 그것이 '핵우산'이다. NSA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기 위해 핵보유국과 협력하는 비핵국은 예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NFU는 상대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약속으로 핵보유국 간 핵전쟁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 문제는 NFU가 비핵 동맹국들에 제공한 핵우산 약속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가 제3차 NPR를 발행하면서 NSA와 NFU를 포함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모든 나라가 동참하면 글로벌 핵평화는 크게 진전되겠지만, NPT를 무시하고 핵보유를 추구하는 '불량국가'와 대치하는 상대국의 핵안보는 크게 악화될 수 있었다. 한국이 그 경우였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NSA와 NFU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아 주었다.
이번에 발행되는 제5차 NPR가 NFU와 단일 목적 조항을 포함한다면, 한국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NFU가 천명되면 북한은 대남 전쟁을 도발하더라도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미국의 핵응징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단일 목적 조항까지 들어가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나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대남 도발에 핵을 사용하더라도 미국의 핵응징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안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발단은 미국을 실망시킨 한국 정부의 '친북·친중·탈미·반일' 기조였지만, 미국발 원인도 만만치 않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 관점에서 동맹정책을 다루며 한미동맹의 건강성이 크게 나빠졌는데, 지금은 '동맹협력 중시'를 공약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히려 한 수를 더 뜨는 형국이다. 지금 미국은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한반도 종전선언·평화협정을 한미 간 어젠다로 받아들이고 있고, '북핵 소나기'가 쏟아지는 중에 대한(對韓) 핵우산에 구멍을 낼 궁리(?)까지 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넘어 '아메리카 온리(America Only)'로 가겠다는 것일까? 차기 정부의 동맹외교 과제가 무척 엄중해 보인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매일경제 2021. 11.19[칼럼]
<원문>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11/1083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