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출판의 자유와 검열금지원칙

검열은 어떤 행위를 살피고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언론과 관련해 그 의미를 보면 언론, 출판, 보도, 연극, 영화, 우편물 따위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해 발표 전에 통제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보도 통제를 통해 언론을 옥죄고, 사전검열이 횡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출판의 자유가 헌법에 규정된 것처럼 보장받지 못하던 때에도 용감한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해 헌신했었다.

헌법 제21조 제2항을 보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상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제금지와 검열금지원칙이라고 한다. 검열금지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695년 영국은 검열법을 폐지함으로써 검열을 금지한 첫 국가였다. 비판의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가 발전해왔다는 것을 보면 검열금지는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17세기 영국의 문호 존 밀턴(John Milton)은 국민이 알아도 무방한 것과 알아서는 아니될 것을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검열은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을 차단해 민주주의 실현에 전제가 되는 다양성을 파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검열금지는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의 핵심이다.

검열은 표현의 자유에서 표출된 의사나 사상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을 중간에 차단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핵심을 침해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도 침해하게 된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금지원칙이 모든 사전적인 규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검열금지의 원칙이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열이 행정권의 사전심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검열이 성립하려면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공연물을 사전에 심사하는 공연윤리위원회가 민간인으로 구성되고 심의활동에 독립성을 보장받는다고 해도 정부가 위원회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검열기관의 법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언론·출판에 대해 사전검열이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해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크고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어서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이 말하는 검열금지는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정부의 강제적 사전검열은 금지되지만, 영화인들 자신에 의한 자율적·임의적·권고적 사전심의제만을 시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청소년 등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음반에 대하여는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등급심사제도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11.18[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2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