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의 안방을 강타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드라마의 배경을 부의 불평등, 미국 CNN은 '기생충' 신드롬이라고 했다. 세상은 그만큼 불평등하다. 평등이란 심리적 현상일 뿐 그런 현실은 없다. 상위 부자 85명이 전 세계 35억명의 부를 보유할 만큼 경제의 편중은 심각하다. 음악과 스포츠, 과학과 자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즐겨 듣는 오케스트라 가운데는 바흐와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4명의 클래식이 대부분이고, 바흐가 작곡한 1000여곡 중에도 애호가들이 듣는 건 몇 곡뿐이다. 슈퍼스타 손흥민, BTS에 열광하는 한쪽에선 수많은 선수와 가수들이 불평등을 맛본다. 매년 미국에서 출판되는 150만 종의 도서 중에 500여 종이 대부분의 저작권료를 챙긴다.
합리성이 강조되는 학문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세계 주요학술지의 논문은 소수의 학자가 독식한다. 절반의 저자는 단 1편을 쓰고, 1편을 쓴 사람의 절반이 2편, 2편 쓴 사람의 절반이 3편을 쓴다. 편수가 늘수록 소수에 집중되는 이 현상은 영국의 물리학자 데릭 프라이스(Derek J. De Solla Price)가 분석한 결과다. 어느 조직에서나 구성원이 모두 똑같은 양의 일과 생산성을 낼 수는 없다. 전체 인원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인원이 전체 생산량의 50%를 만들어 낸다는 게 ‘프라이스의 법칙’이다. 직원이 100명이라면 10명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불평등이다.
이탈리아 경제‧사회학자인 파레토(Vilfredo Pareto)는 분배에 최적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훨씬 앞서 증명했다. 국가 전체의 부 80%를 20% 인구가 소유한다는 2:8의 비율이 ‘파레토의 법칙’이다. 고객 20%가 백화점 매출의 80%를 만들고, 납세자 20%가 전체 세금의 80%를 내며, 고객의 80%가 만족해도 20%는 불만이다.
국가가 부유해지면 국민의 행복은 그만큼 늘어날까. 효용만을 따지는 경제학에서 이따금 느슨한 의미로 등장하곤 했던 행복의 개념을 다루는 ‘행복경제학’의 연구가 이제는 구체적이다. 소득이 늘면 더 행복해지는 건 맞지만, 모두의 소득이 함께 늘면 그 행복도는 어떻게 변할까. 1980년대부터 엄청난 양의 통계와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잘사는 국가가 반드시 더 행복한 게 아니라는 실증연구의 결과들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소득이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타인의 소득처럼 다른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한다. 남이 돈 많이 버는 게 종종 나의 행복을 바꾸기도 한다.
너의 행복은 나의 고통. 그냥 농담이 아니다. 미국의 기부단체인 기브다이랙틀리가 2012년부터 케냐 서부의 가난한 마을 60곳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가구마다 400달러가 넘는 현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받은 가구는 전 재산보다도 많은 횡재로 인생의 만족도가 상승하지만 받지 못한 일반가구의 만족도 하락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내가 1달러를 벌면 옆 사람은 4달러만큼의 상실감으로 불만을 느끼는 게 확인되었다. ‘Your Gain is My Pain(2015)’. 이 실험의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한 프린스턴대학의 하우스호퍼(Johannes Haushofer) 연구팀은 남의 소득이 증가하면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나의 행복이 훼손된다는 걸 증명했다.
타인의 소득을 알게 되면 행복도가 변하는 걸 보여준 사례들은 많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2001년 국세청 웹사이트에 소득세 납부자료를 공개했다. 온라인으로 친구와 지인의 소득세 확인이 가능해지자 소득검색 건수가 유튜브 전체의 5분의 1에 달했다. 누가 누가 더 잘 버는지 알게 되자 행복의 불평등도가 치솟았다. 부작용을 인식한 정부가 2014년 익명으로 검색하는 것을 금지하자 소득세 염탐은 90%나 감소했고, 행복도는 다시 상승했다.
“우리는 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의 오독이고, 국민의 행복도를 낮추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함께 잘사는 공평한 사회를 표방한다. 그러나 여기엔 파레토의 경험법칙을 거꾸로 이용하는 포퓰리즘이 작용한다. 선거 때마다 불평등을 내세워 소수를 공격하면 다수의 마음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내세워 국민의 분노를 부추기는 언행은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한 경제란 없다. 완전한 경제, 완전시장은 경제학 원론에서 가정하는 이론의 세계다. 그걸 믿고 실천했던 계획경제는 모두 실패했다. 세상의 불평등을 인정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불평등을 인정해야 내가 행복해진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의 안방을 강타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드라마의 배경을 부의 불평등, 미국 CNN은 '기생충' 신드롬이라고 했다. 세상은 그만큼 불평등하다. 평등이란 심리적 현상일 뿐 그런 현실은 없다. 상위 부자 85명이 전 세계 35억명의 부를 보유할 만큼 경제의 편중은 심각하다. 음악과 스포츠, 과학과 자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즐겨 듣는 오케스트라 가운데는 바흐와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4명의 클래식이 대부분이고, 바흐가 작곡한 1000여곡 중에도 애호가들이 듣는 건 몇 곡뿐이다. 슈퍼스타 손흥민, BTS에 열광하는 한쪽에선 수많은 선수와 가수들이 불평등을 맛본다. 매년 미국에서 출판되는 150만 종의 도서 중에 500여 종이 대부분의 저작권료를 챙긴다.
합리성이 강조되는 학문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세계 주요학술지의 논문은 소수의 학자가 독식한다. 절반의 저자는 단 1편을 쓰고, 1편을 쓴 사람의 절반이 2편, 2편 쓴 사람의 절반이 3편을 쓴다. 편수가 늘수록 소수에 집중되는 이 현상은 영국의 물리학자 데릭 프라이스(Derek J. De Solla Price)가 분석한 결과다. 어느 조직에서나 구성원이 모두 똑같은 양의 일과 생산성을 낼 수는 없다. 전체 인원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인원이 전체 생산량의 50%를 만들어 낸다는 게 ‘프라이스의 법칙’이다. 직원이 100명이라면 10명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불평등이다.
이탈리아 경제‧사회학자인 파레토(Vilfredo Pareto)는 분배에 최적의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훨씬 앞서 증명했다. 국가 전체의 부 80%를 20% 인구가 소유한다는 2:8의 비율이 ‘파레토의 법칙’이다. 고객 20%가 백화점 매출의 80%를 만들고, 납세자 20%가 전체 세금의 80%를 내며, 고객의 80%가 만족해도 20%는 불만이다.
국가가 부유해지면 국민의 행복은 그만큼 늘어날까. 효용만을 따지는 경제학에서 이따금 느슨한 의미로 등장하곤 했던 행복의 개념을 다루는 ‘행복경제학’의 연구가 이제는 구체적이다. 소득이 늘면 더 행복해지는 건 맞지만, 모두의 소득이 함께 늘면 그 행복도는 어떻게 변할까. 1980년대부터 엄청난 양의 통계와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잘사는 국가가 반드시 더 행복한 게 아니라는 실증연구의 결과들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소득이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타인의 소득처럼 다른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한다. 남이 돈 많이 버는 게 종종 나의 행복을 바꾸기도 한다.
너의 행복은 나의 고통. 그냥 농담이 아니다. 미국의 기부단체인 기브다이랙틀리가 2012년부터 케냐 서부의 가난한 마을 60곳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가구마다 400달러가 넘는 현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받은 가구는 전 재산보다도 많은 횡재로 인생의 만족도가 상승하지만 받지 못한 일반가구의 만족도 하락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내가 1달러를 벌면 옆 사람은 4달러만큼의 상실감으로 불만을 느끼는 게 확인되었다. ‘Your Gain is My Pain(2015)’. 이 실험의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한 프린스턴대학의 하우스호퍼(Johannes Haushofer) 연구팀은 남의 소득이 증가하면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나의 행복이 훼손된다는 걸 증명했다.
타인의 소득을 알게 되면 행복도가 변하는 걸 보여준 사례들은 많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2001년 국세청 웹사이트에 소득세 납부자료를 공개했다. 온라인으로 친구와 지인의 소득세 확인이 가능해지자 소득검색 건수가 유튜브 전체의 5분의 1에 달했다. 누가 누가 더 잘 버는지 알게 되자 행복의 불평등도가 치솟았다. 부작용을 인식한 정부가 2014년 익명으로 검색하는 것을 금지하자 소득세 염탐은 90%나 감소했고, 행복도는 다시 상승했다.
“우리는 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의 오독이고, 국민의 행복도를 낮추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함께 잘사는 공평한 사회를 표방한다. 그러나 여기엔 파레토의 경험법칙을 거꾸로 이용하는 포퓰리즘이 작용한다. 선거 때마다 불평등을 내세워 소수를 공격하면 다수의 마음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내세워 국민의 분노를 부추기는 언행은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한 경제란 없다. 완전한 경제, 완전시장은 경제학 원론에서 가정하는 이론의 세계다. 그걸 믿고 실천했던 계획경제는 모두 실패했다. 세상의 불평등을 인정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신문 2021. 10.27[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10251704378380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