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자유에서 예술의 의미

헌법을 보면 예술의 자유는 학문의 자유와 함께 규정돼 있다.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학문과 예술은 동질성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예술은 인간 문화의 한 부분으로 미적 작품을 형성하는 인간의 창조적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예술의 정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 사람, 관점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현대사회에 오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예술의 장르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예술이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 명문화된 것은 인류의 역사를 보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제142조에 예술의 자유를 규정했다. 비록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정권에 의해 정지되고 효력을 상실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이 제정한 본 기본법은 제5조 제3항에 예술의 자유를 규정함으로써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헌법에서부터 지금까지 예술의 자유를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예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한 예술의 자유에서 예술을 정의하는 것은 필연적인 작업이다. 예술은 주관적이고 창조적인 미적 체험을 그림, 소리, 무용, 글씨 등의 형태언어를 통해 외부에 표현하는 활동을 말한다. 예술은 행태언어를 통해 독자적으로 표현하는데, 표현의 자유에 포섭되지 않는 것은 표현의 자유는 전달을 포함하지만, 예술의 자유는 창조적인 행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에는 도덕이나 윤리 또는 종교적 기준이 적용되기 어렵다.

오늘날 예술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온라인의 시대가 오면서 고전적인 표현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상응하는 대중예술이 주를 이루고 있고, 융복합의 시대에 맞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crossover)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예술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예술을 정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헌법이 예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하고 있는 한 예술에 대한 개념정의는 예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예술의 개념을 누가 정의할 것인지는 예술의 자유에서 그 보호범위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예술은 예술가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예술가만이 예술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예술의 개념을 너무 주관적으로 정의함으로써 예술 자체를 형해화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결국 예술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예술의 자유 보호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개념을 확정하는 것은 국가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예술의 자유는 예술의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을 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예술은 창조적 행위라는 점에서 예술의 목적이나 수준 또는 내용이 예술을 결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 예술이 국가나 제3자에 의한 평가로 결정돼서도 안 된다. 예술의 여부는 예술의 자유가 충돌되는 다른 헌법적 법익에 의해 제한을 받는지를 판단함으로써 결정될 수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10.21[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13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