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강제시행 그림자 - 안재욱
	2004-07-13
‘주5일 근무제’ 강제시행 그림자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주5일근무제’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됐다. 주5일근무제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일지 아니면 부정적일지 그 효과는 확실치 않다. 그것은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현 조건에서 보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주5일근무제는 시장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면 근로자들은 어느 단계까지는 노동 시간을 늘린다. 그것은 일하지 않고 여가 시간을 가지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임금 상승 때문에 소득이 더 많아지면 근로자들은 노동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외국에서 노동 시간의 단축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시장의 진화 과정을 거친 역사적 산물이다. 시장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강제적으로 노동 시간이 단축되면 어떻게 될까? 첫째,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생산성의 변화가 없이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예전처럼 지불하면 기업은 생산비가 증가하므로 노동을 자본재로 대체하고, 공장이나 생산 시설을 인건비가 낮은 외국으로 이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고용이 줄어들어 실업이 증가하면 사회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 인위적인 조치 때문에 고용이 줄어들 때 가장 먼저 실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숙련 노동자들이나 청년들이다. 이들이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짙다. 이것은 외국에서 ‘최저임금제’와 같은 인위적인 조치가 취해졌을 때 비숙련 노동자와 청소년들의 실업이 많아졌으며, 이들의 범죄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사례를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원하지 않은 여가 시간의 증가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일종의 여가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근로자는 각양각색이며 형편도 각기 다르다. 근로자들 가운데는 여가를 갖기보다는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서 소득을 더 올리는 것이 더 시급한 형편인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는 여가보다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여가는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활용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시간을 허비하면서 오는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상쇄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주5일근무제가 시장의 진화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이미 이 제도가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우선, 근로자들의 마음 자세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단순히 시간 때우는 식이 아닌,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노동 시간이 단축됐다고 할지라도 노동의 생산성이 강해져서 생산량이 많아지고 고용이 늘 수도 있다. 다음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이것은 앞의 것과 연관돼 있다. 노동 시장이 유연해야 근로자들이 여가 시간을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생산성의 변화가 없고 오히려 떨어져도 계속 고용해야 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유인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소득세를 낮추는 것이다. 소득세를 낮추면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증가한다. 실질소득이 증가하면 시장 진화의 결과와 비슷한 노동과 여가 시간을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끝으로, 법인세 인하다. 법인세를 내림으로써 기업의 실제 이윤을 높여 주5일근무제로 인한 기업의 생산비 증가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정적인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더욱이 법인세가 내리게 되면 기업의 투자가 많아져서 고용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7.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