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의 아픈 기억이다. 벤 존슨이 도핑 검사 결과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100m 금메달이 박탈됐다. 약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영웅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from hero to zero)으로 추락했다.
27일 한국경제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됐다. 전(前)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2분기 경기회복 흐름은 매우 고무적이나 향후 코로나19 4차 확산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라고 했다. 2분기 성장은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빛을 발하려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룩된 성장이어야 한다.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살포해 이끌어낸 ‘억지 성장’이라면 약물의 힘을 빌린 기록 단축, 즉 거짓 성장과 다를 바 없다.
0.7%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장의 질이 매우 취약하다. 성장은 정부(3.9%)와 민간(3.5%) 소비가 주도했다. 정부 소비를 보자. 2021년 본예산은 558조 원으로 전년(512조3000억 원) 대비 8.9% 증가했다. 본예산 자체가 초팽창 예산이다. 본예산 집행과 별개로 올해 2차에 걸쳐 추경을 편성했고 그중 1차 추경 14조9000억 원은 집행됐다. 통상 상반기 예산 집행률은 60% 이상이다. 초팽창 예산을 상반기에 미리 끌어다 쓰고 그것도 부족해 추경을 집행했으니, 돈으로 산 경제성장이 아닐 수 없다.
민간 소비는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라고 한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다. 민간 소비 여력은 민간 소득 증가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년 동분기 대비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오로지 증가한 것은 이전소득으로 동년 전분기 대비 16.5% 증가했다. 번 소득을 지출한 것이 아닌 정부가 쥐여준 돈을 지출한 것에 불과하다. 태엽이 풀리면 서고 마는 자동인형과 같다. 정부와 민간 소비 증가는 ‘큰 정부’라는 거인이 베푼 시혜의 결과다.
수출 감소(-2.0%), 건설투자 감소(-2.5%) 그리고 설비투자 미증(0.6%)과 수입증가(2.8%)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가 맞물리면서 7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그리고 건설 및 설비투자 부진은 기업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6%를 기록한 것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총생산은 증가했지만 국민의 주머니는 마이너스 0.6% 가벼워졌다.
코로나 4차 확산과 백신 수급 차질이 복병의 전부가 아니다. 현재 가계총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과 같은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가장 약한 고리이자 뇌관이다. 2020년 이후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왔다. 올해 9월이면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4차 확산으로 자영업자는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환 유예기간은 다가오는데 소득창출이 여의치 못한 상태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적인 변수로 다가오면 경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가계부채는 금융권에서 보면 잠재적인 부실자산이다.
질 나쁜 성장(0.7%)을 양질의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추경으로 쌓은 ‘억지 성장’ 모래성
88올림픽의 아픈 기억이다. 벤 존슨이 도핑 검사 결과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100m 금메달이 박탈됐다. 약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영웅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from hero to zero)으로 추락했다.
27일 한국경제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됐다. 전(前)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2분기 경기회복 흐름은 매우 고무적이나 향후 코로나19 4차 확산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라고 했다. 2분기 성장은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빛을 발하려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룩된 성장이어야 한다.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살포해 이끌어낸 ‘억지 성장’이라면 약물의 힘을 빌린 기록 단축, 즉 거짓 성장과 다를 바 없다.
0.7%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장의 질이 매우 취약하다. 성장은 정부(3.9%)와 민간(3.5%) 소비가 주도했다. 정부 소비를 보자. 2021년 본예산은 558조 원으로 전년(512조3000억 원) 대비 8.9% 증가했다. 본예산 자체가 초팽창 예산이다. 본예산 집행과 별개로 올해 2차에 걸쳐 추경을 편성했고 그중 1차 추경 14조9000억 원은 집행됐다. 통상 상반기 예산 집행률은 60% 이상이다. 초팽창 예산을 상반기에 미리 끌어다 쓰고 그것도 부족해 추경을 집행했으니, 돈으로 산 경제성장이 아닐 수 없다.
민간 소비는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라고 한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다. 민간 소비 여력은 민간 소득 증가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년 동분기 대비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이 모두 감소했다. 오로지 증가한 것은 이전소득으로 동년 전분기 대비 16.5% 증가했다. 번 소득을 지출한 것이 아닌 정부가 쥐여준 돈을 지출한 것에 불과하다. 태엽이 풀리면 서고 마는 자동인형과 같다. 정부와 민간 소비 증가는 ‘큰 정부’라는 거인이 베푼 시혜의 결과다.
수출 감소(-2.0%), 건설투자 감소(-2.5%) 그리고 설비투자 미증(0.6%)과 수입증가(2.8%)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가 맞물리면서 7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그리고 건설 및 설비투자 부진은 기업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6%를 기록한 것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총생산은 증가했지만 국민의 주머니는 마이너스 0.6% 가벼워졌다.
코로나 4차 확산과 백신 수급 차질이 복병의 전부가 아니다. 현재 가계총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과 같은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가장 약한 고리이자 뇌관이다. 2020년 이후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왔다. 올해 9월이면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4차 확산으로 자영업자는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환 유예기간은 다가오는데 소득창출이 여의치 못한 상태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적인 변수로 다가오면 경제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가계부채는 금융권에서 보면 잠재적인 부실자산이다.
질 나쁜 성장(0.7%)을 양질의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1. 7.29[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729010739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