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의 재편에 가속이 붙고 있다. 유통업계 1위 기업인 롯데그룹의 시장지위도 흔들린다. 최근까지 오프라인 확대 경쟁에서 신세계와 현대에 밀리기도 하지만 유통시장 자체가 네이버·쿠팡·SSG닷컴을 중심으로 바뀌는 게 문제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경쟁자들보다 느린 보수적인 경영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프라인 침체의 배경엔 온라인 거래의 빠른 확산이 있고, 코로나19가 오프라인 매장의 쇠락을 촉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유통업계. 코로나19는 위협이지만 기회로 바꾸는 변혁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다.
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이다.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기업도 자연인처럼 탄생과 성장, 성숙기를 거쳐 생을 마감하는 생물이다. 인간에게는 100세 수명이 예사지만 기업이 장수하기 쉽지 않은 건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환경이 변하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도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경영에 불변의 패러다임이란 없다.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창조적인 파괴가 어렵다면 그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가 기업의 평균 수명을 15년 정도로 추정하는 이유다.
전통적인 소매점들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앞으로 10년 안에 소매점 수입의 10%만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것이다.” 아마존, 우버 등 혁신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신흥국 시장진출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독일의 온라인 유통그룹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공동설립자인 올리버 샘워(Oliver Samwer)의 예견이었다. 새로운 온라인 경쟁자들이 광범위한 분야에 속속 진입하면서 이들은 도서, 소비자 가전, 패션, 가구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의 마지막 보루였던 슈퍼마켓과도 경쟁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권으로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수집된 구매정보를 이용해 구매경로를 수시로 바꾼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는 방식을 택한다. 매킨지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4%가 구매 전에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고, 70%가 상품에 대한 평가와 점수를 읽어보고, 87%는 지속해서 나쁜 평가를 받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보를 주도하는 인플루언서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상시 머무르는 소비자가 유통의 흐름을 이끈다. 업계의 신화를 썼던 샘워의 로켓인터넷도 경영악화로 작년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상장 6년만에 폐지되었다. 유통업계의 빠른 변화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설립자인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2015년 기고문에서 처음 사용된 후 이듬해 다보스포럼에서 공식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다른 이름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이니셜 ‘ICBM’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만큼이나 IT업계에선 익숙하다.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의 충격이 집중되는 곳이 바로 유통업계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베이비부머 X세대, SNS에 익숙한 Y세대에 이어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곁에 둔 M세대,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Z세대로 구분해 접근한다. 그러나 세대별 시장세분화보다 더 큰 흐름은 유통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계층의 세부시장마다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향후 수년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많은 것들은 영원히 변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에 보고 슈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위대한 리셋(The Great Reset)>에서 새로운 세상을 예견했다. 지금 유통방식은 놀라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와 온라인 배송금지는 엉뚱하다. 시대의 흐름과 거꾸로 된 규제로는 골목시장을 지켜줄 수 없다. 소비자의 온라인 전환을 부추기는 역기능이 오히려 더 크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은 유통업계의 재편. 환경의 도전과 유통업계의 응전이 시장을 질서를 바꾸는 중이다. 유통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진화할 수 있도록 기업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흐트러진 유통업계의 새로운 질서 형성에는 규제보다 지원이 먼저다.
패러다임 전환 중인 유통업계, 규제보다 지원할 대상
국내 유통업계의 재편에 가속이 붙고 있다. 유통업계 1위 기업인 롯데그룹의 시장지위도 흔들린다. 최근까지 오프라인 확대 경쟁에서 신세계와 현대에 밀리기도 하지만 유통시장 자체가 네이버·쿠팡·SSG닷컴을 중심으로 바뀌는 게 문제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경쟁자들보다 느린 보수적인 경영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프라인 침체의 배경엔 온라인 거래의 빠른 확산이 있고, 코로나19가 오프라인 매장의 쇠락을 촉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유통업계. 코로나19는 위협이지만 기회로 바꾸는 변혁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다.
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성패에 결정적이다.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기업도 자연인처럼 탄생과 성장, 성숙기를 거쳐 생을 마감하는 생물이다. 인간에게는 100세 수명이 예사지만 기업이 장수하기 쉽지 않은 건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환경이 변하면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도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경영에 불변의 패러다임이란 없다.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창조적인 파괴가 어렵다면 그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가 기업의 평균 수명을 15년 정도로 추정하는 이유다.
전통적인 소매점들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앞으로 10년 안에 소매점 수입의 10%만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것이다.” 아마존, 우버 등 혁신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 신흥국 시장진출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독일의 온라인 유통그룹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의 공동설립자인 올리버 샘워(Oliver Samwer)의 예견이었다. 새로운 온라인 경쟁자들이 광범위한 분야에 속속 진입하면서 이들은 도서, 소비자 가전, 패션, 가구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의 마지막 보루였던 슈퍼마켓과도 경쟁하고 있다. 다양한 선택권으로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수집된 구매정보를 이용해 구매경로를 수시로 바꾼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는 방식을 택한다. 매킨지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4%가 구매 전에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고, 70%가 상품에 대한 평가와 점수를 읽어보고, 87%는 지속해서 나쁜 평가를 받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정보를 주도하는 인플루언서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상시 머무르는 소비자가 유통의 흐름을 이끈다. 업계의 신화를 썼던 샘워의 로켓인터넷도 경영악화로 작년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상장 6년만에 폐지되었다. 유통업계의 빠른 변화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설립자인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2015년 기고문에서 처음 사용된 후 이듬해 다보스포럼에서 공식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다른 이름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의 이니셜 ‘ICBM’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만큼이나 IT업계에선 익숙하다.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의 충격이 집중되는 곳이 바로 유통업계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베이비부머 X세대, SNS에 익숙한 Y세대에 이어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를 곁에 둔 M세대,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Z세대로 구분해 접근한다. 그러나 세대별 시장세분화보다 더 큰 흐름은 유통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계층의 세부시장마다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순간이다. 우리는 향후 수년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많은 것들은 영원히 변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에 보고 슈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위대한 리셋(The Great Reset)>에서 새로운 세상을 예견했다. 지금 유통방식은 놀라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와 온라인 배송금지는 엉뚱하다. 시대의 흐름과 거꾸로 된 규제로는 골목시장을 지켜줄 수 없다. 소비자의 온라인 전환을 부추기는 역기능이 오히려 더 크다.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은 유통업계의 재편. 환경의 도전과 유통업계의 응전이 시장을 질서를 바꾸는 중이다. 유통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진화할 수 있도록 기업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흐트러진 유통업계의 새로운 질서 형성에는 규제보다 지원이 먼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 2021. 7.28[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727080029393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