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대학의 절반이 파산한다.” 201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의 예상은 당시 충격적이었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메커니즘이 그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 2000>에 담긴 골자다. '파괴적 기술'이 처음엔 미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대세가 되고 혁신이 생긴다는 논리로 대학의 변혁과 몰락을 예고했다. 작년에 <포스트 코로나(2020)>를 집필한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교육방송 PBS에서 코로나19로 대학의 절반이 5∼10년 후에는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다.
이들의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원격강의가 강제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내용 가운데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주제들도 많다. 갤러웨이 교수는 “열정 없고 부실한 내용의 강의에 학생들은 왜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 휴학생이 늘고 고정비가 전체 예산의 80%에 달하는 대학의 재정은 버티기 힘들어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1년 이상 장기휴학을 지속하면 학생의 수급은 균형이 깨져 대학은 수업료나 교육비는 낮춰야 한다.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이 파산하듯이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학들 역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다. 지금 미국의 4500여개 대학 가운데 수천 개의 대학에서 교육이 중단된다는 얘기다. 대학교수의 지식보다 날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인공지능(AI)의 역량이 훨씬 더 탁월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정보의 습득이 얼마든지 가능한 5G 시대. 24시간 초연결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가 세계적 석학이나 AI로부터 배우기를 선호하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메타버스 환경의 도래와 함께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까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지원책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정책에 의존하는 건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전국에는 전문대 134개와 4년제 대학 207개로 모두 336개가 있다. 금년도 신입생 등록률은 일반대학이 94.9%, 전문대학은 84.4%로 작년보다 더 줄었다. 신입생 미달 규모는 올해 7만명 수준이지만 내년 8만5000여명, 후년 9만6000여명으로 늘고 2024년엔 12만명을 넘어선다. 인구통계학적 예상이라 큰 오차는 없다.
심각한 게 일부 대학만의 문제일까. 최근 10년간 18개 대학이 폐교되긴 했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신입생 미달이 많아 재정위기에 빠진 지방대학들의 파산이 먼저라는 차이뿐이다. 상황은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의 수급균형을 깬 김영삼 정부의 어설픈 교육개혁(1995)을 탓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우리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교육비의 정부 부담을 OECD 평균만큼 높여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돕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건 대학이다. 2015년 도입된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에는 이미 1138개의 무료강좌가 개설될 만큼 온라인 교육이 인기다. 교육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위기에 대해 대학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내부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콘텐츠와 시스템의 혁신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건 대학의 구성원들 스스로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교수의 저항이 작용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인적자원의 가치도 변한다. 그동안 온실 속에서 지켜온 대학의 가치, 그 존립의 이유를 새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 서비스의 전달방식을 바꾸는 게 핵심일 것이다. 교육의 소비자, 캠퍼스를 찾는 고객의 새로운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존립이 가능해진 대학. 당장 낡은 프레임을 깨는 혁신이 어렵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가에 서서히 다가오는 대량 실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처음엔 부족해 보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동력을 찾다 보면 그게 혁신이 된다.
대학의 파산이 다가오고 있다
“10년 안에 대학의 절반이 파산한다.” 201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의 예상은 당시 충격적이었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메커니즘이 그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 2000>에 담긴 골자다. '파괴적 기술'이 처음엔 미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대세가 되고 혁신이 생긴다는 논리로 대학의 변혁과 몰락을 예고했다. 작년에 <포스트 코로나(2020)>를 집필한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교육방송 PBS에서 코로나19로 대학의 절반이 5∼10년 후에는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다.
이들의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원격강의가 강제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내용 가운데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주제들도 많다. 갤러웨이 교수는 “열정 없고 부실한 내용의 강의에 학생들은 왜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 휴학생이 늘고 고정비가 전체 예산의 80%에 달하는 대학의 재정은 버티기 힘들어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1년 이상 장기휴학을 지속하면 학생의 수급은 균형이 깨져 대학은 수업료나 교육비는 낮춰야 한다.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이 파산하듯이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학들 역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다. 지금 미국의 4500여개 대학 가운데 수천 개의 대학에서 교육이 중단된다는 얘기다. 대학교수의 지식보다 날마다 업그레이드되는 인공지능(AI)의 역량이 훨씬 더 탁월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정보의 습득이 얼마든지 가능한 5G 시대. 24시간 초연결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가 세계적 석학이나 AI로부터 배우기를 선호하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메타버스 환경의 도래와 함께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까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지원책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정책에 의존하는 건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전국에는 전문대 134개와 4년제 대학 207개로 모두 336개가 있다. 금년도 신입생 등록률은 일반대학이 94.9%, 전문대학은 84.4%로 작년보다 더 줄었다. 신입생 미달 규모는 올해 7만명 수준이지만 내년 8만5000여명, 후년 9만6000여명으로 늘고 2024년엔 12만명을 넘어선다. 인구통계학적 예상이라 큰 오차는 없다.
심각한 게 일부 대학만의 문제일까. 최근 10년간 18개 대학이 폐교되긴 했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신입생 미달이 많아 재정위기에 빠진 지방대학들의 파산이 먼저라는 차이뿐이다. 상황은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의 수급균형을 깬 김영삼 정부의 어설픈 교육개혁(1995)을 탓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우리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교육비의 정부 부담을 OECD 평균만큼 높여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돕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건 대학이다. 2015년 도입된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에는 이미 1138개의 무료강좌가 개설될 만큼 온라인 교육이 인기다. 교육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위기에 대해 대학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내부의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콘텐츠와 시스템의 혁신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건 대학의 구성원들 스스로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교수의 저항이 작용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인적자원의 가치도 변한다. 그동안 온실 속에서 지켜온 대학의 가치, 그 존립의 이유를 새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 서비스의 전달방식을 바꾸는 게 핵심일 것이다. 교육의 소비자, 캠퍼스를 찾는 고객의 새로운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존립이 가능해진 대학. 당장 낡은 프레임을 깨는 혁신이 어렵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가에 서서히 다가오는 대량 실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처음엔 부족해 보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동력을 찾다 보면 그게 혁신이 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신문 2021. 6.24[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6221714440880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