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서울의 전세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울에선 입주 물량 감소와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오름폭이 오히려 커졌다.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도 더불어 인기가 여전하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금년도 1분기 상업용부동산의 임대동향 조사에서도 도심 빌딩의 임대료엔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 도심지역 오피스의 M2당 임대료는 남대문이 3만3000원으로 가장 높고 을지로(3만2800원), 광화문(3만2700원) 순이었다. 중대형매장의 경우엔 명동이 22만5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와는 반대로 지역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늘고 있던 빌딩의 공실률이 더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하락 중이다. 뉴욕 맨해튼의 공실률도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격의 왜곡이 심각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2년간 강남과 여의도에도 빈 사무실은 자꾸 느는데 부동산값은 35%, 20%씩 올랐다. 1분기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8.3%이고 도심지역에선 20%를 넘었다. 임대수익이 주는 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시장의 불균형은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에선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면서 직장 복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의 연장이나 유연근무제로 전환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주목을 받는 건 공장 없는 기업의 근무방식 변화다. “원한다면 계속 집에서 일해도 된다.” 작년 5월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의 CEO인 잭 도시(Jack P. Dorsey)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이 선언되자 가장 먼저 재택근무로 전환한 회사 중 하나였지만 사무실로 복귀하는 첫 번째 회사는 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회사가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에 적극적이었던 배경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유별나게 높은 임대료가 작용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등도 최근 원격근무를 연장한 걸 보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 역시 연말까지 원격근무를 계속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원격근무로 영구 전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트위터가 처음이지만 페이스북의 CEO도 10년 안에 전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거라고 했다.
온라인 기반을 갖춘 기업들의 재택근무 선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인적자원의 분산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업의 근무환경을 바꾸긴 했지만 이보다 앞서 IT기업을 지배했던 화려한 사옥과 밀집된 사무실 중심의 기업문화에는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전환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전통적으로 조직관리방식을 지배했던 경영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서버의 관리나 회사기밀 등 경영의 핵심을 제외한 일상적 업무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어도 큰 차질이 없다는 걸 경험한 기업은 이제 근무방식을 바꾸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는 재택근무하는 직원을 늘이고 사무실을 줄이는 하이브리드형 전환부터 시작될 것이다. 구글은 코로나가 종식돼도 하이브리드형 근무형태를 표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디지털 노마드’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계속될수록 사무실이 시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뀐다는 건 예상됐던 일이다. 늘어나는 빈 사무실이 앞으로도 줄지 않는다면 임대료 수입에 의존하던 빌딩값은 떨어지는 게 이치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0’에선 지구 온난화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의 감염병 노출이 화두였다. 코로나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68%가 도시지역에 살게 된다는 유엔의 예상도 바꿀 것이다. 곳곳에서 온라인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언택트 방식의 원격시스템이 벌써 2년째 작동하고 있다. 굳이 도심에 체류하지 않아도 일과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근무방식은 점차 달라질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앞당겨진 뉴노멀의 등장이다. 노동과 도시화 분야의 석학인 런던 정경대학의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교수는 도심의 밀도를 줄이는 열린 도시를 예상했다. 인간은 도시를 점거했을 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현실에서 건물주들이 그동안 향유했던 기득권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도심 빌딩의 높은 공실률이 제값으로 회복되는 건 그래서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리는 시장의 반응과 그 작동원리를 지금부터 지켜보자.
늘어나는 도심 부동산의 공실률은 일시적 현상일까?
주춤하던 서울의 전세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서울에선 입주 물량 감소와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오름폭이 오히려 커졌다.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도 더불어 인기가 여전하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금년도 1분기 상업용부동산의 임대동향 조사에서도 도심 빌딩의 임대료엔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 도심지역 오피스의 M2당 임대료는 남대문이 3만3000원으로 가장 높고 을지로(3만2800원), 광화문(3만2700원) 순이었다. 중대형매장의 경우엔 명동이 22만5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와는 반대로 지역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늘고 있던 빌딩의 공실률이 더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하락 중이다. 뉴욕 맨해튼의 공실률도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격의 왜곡이 심각하다는 게 문제다. 최근 2년간 강남과 여의도에도 빈 사무실은 자꾸 느는데 부동산값은 35%, 20%씩 올랐다. 1분기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8.3%이고 도심지역에선 20%를 넘었다. 임대수익이 주는 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시장의 불균형은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에선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이 늘면서 직장 복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의 연장이나 유연근무제로 전환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주목을 받는 건 공장 없는 기업의 근무방식 변화다. “원한다면 계속 집에서 일해도 된다.” 작년 5월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의 CEO인 잭 도시(Jack P. Dorsey)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이 선언되자 가장 먼저 재택근무로 전환한 회사 중 하나였지만 사무실로 복귀하는 첫 번째 회사는 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회사가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에 적극적이었던 배경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유별나게 높은 임대료가 작용했다. 그러나 구글, 페이스북 등도 최근 원격근무를 연장한 걸 보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 역시 연말까지 원격근무를 계속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원격근무로 영구 전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트위터가 처음이지만 페이스북의 CEO도 10년 안에 전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거라고 했다.
온라인 기반을 갖춘 기업들의 재택근무 선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인적자원의 분산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업의 근무환경을 바꾸긴 했지만 이보다 앞서 IT기업을 지배했던 화려한 사옥과 밀집된 사무실 중심의 기업문화에는 이미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전환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전통적으로 조직관리방식을 지배했던 경영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서버의 관리나 회사기밀 등 경영의 핵심을 제외한 일상적 업무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어도 큰 차질이 없다는 걸 경험한 기업은 이제 근무방식을 바꾸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는 재택근무하는 직원을 늘이고 사무실을 줄이는 하이브리드형 전환부터 시작될 것이다. 구글은 코로나가 종식돼도 하이브리드형 근무형태를 표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디지털 노마드’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계속될수록 사무실이 시내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뀐다는 건 예상됐던 일이다. 늘어나는 빈 사무실이 앞으로도 줄지 않는다면 임대료 수입에 의존하던 빌딩값은 떨어지는 게 이치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0’에선 지구 온난화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의 감염병 노출이 화두였다. 코로나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68%가 도시지역에 살게 된다는 유엔의 예상도 바꿀 것이다. 곳곳에서 온라인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언택트 방식의 원격시스템이 벌써 2년째 작동하고 있다. 굳이 도심에 체류하지 않아도 일과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근무방식은 점차 달라질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앞당겨진 뉴노멀의 등장이다. 노동과 도시화 분야의 석학인 런던 정경대학의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교수는 도심의 밀도를 줄이는 열린 도시를 예상했다. 인간은 도시를 점거했을 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현실에서 건물주들이 그동안 향유했던 기득권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도심 빌딩의 높은 공실률이 제값으로 회복되는 건 그래서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리는 시장의 반응과 그 작동원리를 지금부터 지켜보자.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 2021. 5.26[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524163226442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