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와 한국의 자주국방 - 김경민
	2004-07-02
日 자위대와 한국의 자주국방 일본 자위대가 창설 50주년을 맞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자 미국은 일본 군사력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육·해·공군력을 보유할 수 없다는 평화헌법 제9조까지 만들어 가며 노력했다. 그러나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고, 1950년 한국동란이 발발하자 미국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 자위대의 전신인 경찰예비대를 결성하게 한다. 이 경찰 예비대가 한국동란이 끝난 뒤인 1954년 7월 1일, 오늘날의 자위대로 정식 발족한 것이다. 말이 자위대지, 반세기를 지나면서 아시아 최강의 재래식 전력을 가진 군대로 발돋움할 줄을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나게 목도하게 된다. 일본을 무장 해제시키려던 미국이 1997년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을 마련함으로써 세계 어떤 지역의 국제 분쟁 해결이든 함께 참여하는 군사혈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이라크에의 일본 자위대 파병이다. 전후 일본 자위대는 전수방위(專守防衛)라는 수세적인 군사전략을 취해 왔는데 냉전이 종식되자 일본열도를 떠나 해외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는 군대로 변모하고 있다. 총 병력이 24만명밖에 안 된다고 엄살을 떨어 왔던 일본 자위대는 50성상을 보내며 숨겨 왔던 본연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일본 열도에만 머무르는 자위대가 아니라 국제분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군대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국제분쟁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평화헌법 제9조의 개정 논의와 더불어 일본은 유사법제를 마련함으로써 미국을 도와 국제분쟁에 적극 가담하게 됐다. 해외작전에 참여하려니 무기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일본은 2001년부터 5년 동안 신(新)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통해 공중급유기와 1만3500t급의 경(輕)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된다.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게 되면 해외군사작전을 용이하게 할 수 있으므로 15년 동안이나 일본 국회가 반대해 왔는데 이제 그 터부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잠수함 찾는 데 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잠초계기 P3C는 행동 반경이 늘어나 일본열도에서 하와이에 이르는 서태평양 전역을 커버하게 된다. 그래서 ‘신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는 별명마저 붙어 있다. 두 번째는 하이테크 군대라는 점이다. 미국이 걸프전쟁 이후 군사력의 첨단화를 지향하고 첩보위성과 토마호크 미사일 등 첨단기술을 앞세운 하이테크 군사력으로 재편하고 있듯이 일본 자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단 한 척도 없는 일명 ‘신의 방패’ 이지스(Aegis)함을 6척이나 보유하게 되고 아직 단 한 대도 없는 전투기의 롤스로이스, F15 전투기를 무려 200기나 갖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 척당 5000억원이나 하는 잠수함을 해마다 한 척씩 퇴역시키고 새로이 건조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래서 잠수함의 평균 나이(艦齡)가 7.5년밖에 안 되는 신무기로 무장돼 있다. 세 번째는 혼자서도 첨단무기를 언제든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미국에서 그냥 무기만 수입한 게 아니라 고가의 라이선스 비용을 물어가며 유사시 독자 생산능력을 길러 왔다. F15 전투기의 경우만 해도 초기 생산단계에서 1기 가격의 2.5배에 이르는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 가며 기술 축적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F2 전투기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자주국방 능력을 키워 온 것이다. 이제 협력적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건 우리와 비교하면 일본이 얼마나 용의주도한 나라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협력적 자주국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먼 장래를 내다보는 유비무환의 허리띠를 졸라맬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임을 일본 자위대 50년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7.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