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부작용 - 박동운
	2004-07-02
주5일 근무제의 부작용 드디어 1일부터 말썽 많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됐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한국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되고 말 것이다. 특히 생산 관련 중소기업은 타격이 심할 것이다. 타격을 받게 될 중소기업을 위해 ‘고용세액공제제도’(또는 임금보조제도) 실시를 제안한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법정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은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가 전혀 없고, 독일마저도 정부가 최저한의 규제만 정해 놓고 산별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가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임금·고용 경직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기로는 독일과 비슷한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말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제도가 더 이상 도입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먼저 주5일 근무제 도입 배경을 간략하게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노동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 사태의 해결책으로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했고, 김대중 정부는 같은 해 6월 민노총과의 노정 합의를 통해 2000년부터 ‘주40시간 근로제’ 실시 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연간 근로시간이 2400시간 이상으로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의 하나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자료로 밝힌 바 있어, 노동계의 근로시간 단축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런데 노동계는 1999년 초 고용 안정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다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갑자기 ‘주40시간 근로제’에서 ‘주5일 근무제’로 카드를 바꿔치기했다. 이 주5일 근무제는 노무현 정부에 와서야 입법되었을 정도로 말썽 많은 제도이다. 유급 휴일 조정, 임금 보전 등에 관한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주요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주40시간 근로제’와 ‘주5일 근무제’가 같은 것으로 생각하나 이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주40시간 근로제’는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주5일 근무제’는 토·일요일을 무조건 쉰다는 특징이 있다. 대학이나 은행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작업이 계속되어야 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장이 손수 토·일요일에도 일을 하든지, 아니면 신규인력을 채용해야만 한다. 그래서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제도 도입은 김대중 정부의 큰 실수였다. 외국의 사례를 볼 때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삭감이 없는 경우 임금 상승 효과는 약 15∼17%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 실시를 반대해 왔다. 정부는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주었으니, 이제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차례다. 하나의 대안으로 고용세액공제제 실시를 제안한다. 고용세액공제제란 대상만 다르지 투자세액공제제와 같다. 투자세액공제제는 김영삼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폭넓게 이용되어 온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때 투자금액의 15%를 법인세 등에서 깎아주어 투자를 촉진한 바 있다. 대상이 고용인 고용세액공제제는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정책이다. 한 예로, 노무현 정부는 지난 5월 외국기업이 이공계 졸업자를 채용할 때 2년간 1인당 연간 2000만원 한도에서 연봉의 80%까지 지원할 정책을 마련한 바 있다. 주5일 근무제 실시가 우리의 중소기업에 가져 오게 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용세액공제제 실시는 바람직할 것이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 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7.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