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터미널과 항공편의 잦은 지연. 늘어나는 불편함에도 찾는 여행객이 많아 연중 성업 중인 공항.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이용객이 회복세를 보이는 공항이 있다. 개점휴업 중인 다른 지방공항들과 대비되는 제주공항 얘기다. 김포-제주노선은 세계적으로도 항공기 운항이 가장 많은 구간이다. 이 황금노선에선 공항의 이착륙시간(슬롯)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마다 안간힘을 쓴다. 배후도시의 인구, 노선의 집중도에선 성공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으로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고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해 동북아 관광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구상도 풍부한 인-바운드 수요에서 시작되었다.
관광서비스업이 지역 총생산(GRDP)의 73%가 넘는 섬으로선 관광객이 드나드는 공항이 경제의 생명줄이다. 그런데 지역의 숙원이었던 공항개발사업이 5년 넘게 멈춰 있다. 신공항 건설을 놓고 찬반으로 팽팽히 갈린 도민의 여론 때문이다.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와 현재 공항의 확장 가능성에 기대로 전체 도민들의 반대가 다소 높고, 신공항 후보지역에선 찬성이 더 많다. 공항의 개발을 놓고 지역사회가 겪는 갈등은 외국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얽힌 이해관계를 푸는 과정에선 종종 간과했던 문제점도 확인된다. 갈등의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건 그래서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의혹과 오해로 인한 정책의 불신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반대는 인천공항 건설 당시 반대했던 이유와 똑같다. 후보지 선정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중복투자를 방지하면서 공항의 수용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도내에 공항을 하나로 할 것이냐, 두 개 공항으로 할 것이냐. 이것부터 선택하는 문제다.” 2015년 7월 도민설명회에서 제주공항 확충의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사업단은 이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수요예측 결과 장기적으로 하루 슬롯 68회의 수용력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용두암 인근 용암해안의 매립, 하수종말처리장이 현재 제주공항의 확장에 결정적 장애였다. 제주시의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훼손을 둘러싼 피해를 먼저 고려해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대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신공항의 최종후보지는 대정읍 신도리와 성산읍 신산리로 좁혀졌고, 성산지역이 최적의 후보지로 결정되었다. 인천 영종도에 신공항을 만들었던 배경도 김포공항의 확충에 따른 소음 등의 환경문제였고, 인천공항 후보지에서도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제기되었다.
당시 자문사로 참여했던 프랑스의 ADPi는 제주공항의 수용력 확장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19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대안이었다. 국토부는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해 가능성을 검토했고, 그 가운데 4개 조건은 유럽과 다른 여건상 현실화가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 대목에서 ADPi 제안의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ADPi가 받은 자문료 1억 25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기관은 2016년 동남권역의 신공항 입지를 정하는 데만 19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받았다. 아이디어를 파는 글로벌 컨설팅그룹의 자문이란 받는 만큼 그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 도전해 볼만한(challengeable) 대안’으로 툭 던졌던 그들의 제안내용을 놓고 지금 무책임을 탓하기는 어렵다. 공항 개발을 위한 기술적 검토는 안전을 전제로 하는 공역과 관제, 시설 등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착륙 대부분을 단일활주로에 의존하는 제주공항의 최대 슬롯은 현재 35회. 정상적인 상황에선 평균 102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하루 평균 500여대가 드나드는 성수기와 피크시간대엔 늘 포화상태다. 최악의 연착율 17%.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으론 관광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어렵다. 4천만명대로 늘어날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신공항 입지선정과 타당성에 대한 재조사, 예타와 기본계획 수립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동남권 신공항처럼 선거철마다 표심으로 흔들린 적도 없고 가덕도처럼 해양매립에 따르는 환경파괴와 경제성에 대한 문제도 없다. 후보지 선정 이후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ADPi의 비현실적 대안으로 제주공항 확장의 기대감이 부풀려지면서 도민들의 갈등이 깊어진 게 안타깝다. 국책사업의 지연으로 제주도민의 피해를 보는 건 새로운 공항 대신 제주공항의 확충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오해를 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제주 제2공항의 오해와 진실
혼잡한 터미널과 항공편의 잦은 지연. 늘어나는 불편함에도 찾는 여행객이 많아 연중 성업 중인 공항.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이용객이 회복세를 보이는 공항이 있다. 개점휴업 중인 다른 지방공항들과 대비되는 제주공항 얘기다. 김포-제주노선은 세계적으로도 항공기 운항이 가장 많은 구간이다. 이 황금노선에선 공항의 이착륙시간(슬롯)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마다 안간힘을 쓴다. 배후도시의 인구, 노선의 집중도에선 성공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으로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고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해 동북아 관광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구상도 풍부한 인-바운드 수요에서 시작되었다.
관광서비스업이 지역 총생산(GRDP)의 73%가 넘는 섬으로선 관광객이 드나드는 공항이 경제의 생명줄이다. 그런데 지역의 숙원이었던 공항개발사업이 5년 넘게 멈춰 있다. 신공항 건설을 놓고 찬반으로 팽팽히 갈린 도민의 여론 때문이다.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와 현재 공항의 확장 가능성에 기대로 전체 도민들의 반대가 다소 높고, 신공항 후보지역에선 찬성이 더 많다. 공항의 개발을 놓고 지역사회가 겪는 갈등은 외국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얽힌 이해관계를 푸는 과정에선 종종 간과했던 문제점도 확인된다. 갈등의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건 그래서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의혹과 오해로 인한 정책의 불신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반대는 인천공항 건설 당시 반대했던 이유와 똑같다. 후보지 선정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중복투자를 방지하면서 공항의 수용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도내에 공항을 하나로 할 것이냐, 두 개 공항으로 할 것이냐. 이것부터 선택하는 문제다.” 2015년 7월 도민설명회에서 제주공항 확충의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사업단은 이렇게 사업을 시작했다. 수요예측 결과 장기적으로 하루 슬롯 68회의 수용력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용두암 인근 용암해안의 매립, 하수종말처리장이 현재 제주공항의 확장에 결정적 장애였다. 제주시의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훼손을 둘러싼 피해를 먼저 고려해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대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신공항의 최종후보지는 대정읍 신도리와 성산읍 신산리로 좁혀졌고, 성산지역이 최적의 후보지로 결정되었다. 인천 영종도에 신공항을 만들었던 배경도 김포공항의 확충에 따른 소음 등의 환경문제였고, 인천공항 후보지에서도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제기되었다.
당시 자문사로 참여했던 프랑스의 ADPi는 제주공항의 수용력 확장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19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 대안이었다. 국토부는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해 가능성을 검토했고, 그 가운데 4개 조건은 유럽과 다른 여건상 현실화가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 대목에서 ADPi 제안의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ADPi가 받은 자문료 1억 25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기관은 2016년 동남권역의 신공항 입지를 정하는 데만 19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받았다. 아이디어를 파는 글로벌 컨설팅그룹의 자문이란 받는 만큼 그 깊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 도전해 볼만한(challengeable) 대안’으로 툭 던졌던 그들의 제안내용을 놓고 지금 무책임을 탓하기는 어렵다. 공항 개발을 위한 기술적 검토는 안전을 전제로 하는 공역과 관제, 시설 등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착륙 대부분을 단일활주로에 의존하는 제주공항의 최대 슬롯은 현재 35회. 정상적인 상황에선 평균 102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하루 평균 500여대가 드나드는 성수기와 피크시간대엔 늘 포화상태다. 최악의 연착율 17%.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으론 관광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어렵다. 4천만명대로 늘어날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신공항 입지선정과 타당성에 대한 재조사, 예타와 기본계획 수립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동남권 신공항처럼 선거철마다 표심으로 흔들린 적도 없고 가덕도처럼 해양매립에 따르는 환경파괴와 경제성에 대한 문제도 없다. 후보지 선정 이후 환경단체들의 반대와 ADPi의 비현실적 대안으로 제주공항 확장의 기대감이 부풀려지면서 도민들의 갈등이 깊어진 게 안타깝다. 국책사업의 지연으로 제주도민의 피해를 보는 건 새로운 공항 대신 제주공항의 확충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오해를 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신문 2021. 4.21[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419172859789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