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反戰수업’ 안된다 - 권대봉
	2004-07-01
편향된 ‘反戰수업’ 안된다 교직자는 항상 수업을 하기 전에 수업 후에 얻으려고 하는 결과를 수업 목표로 만들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수업자료와 수업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전교조가 실시하려고 하는 반전 평화교육의 수업 목표는 분명히 학생들에게 평화의식을 심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 집행부가 준비한 반전·평화교육 자료가 균형감을 잃고 한쪽에 치우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어서 소기의 수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테러에 희생된 김선일씨에 대한 자료는 있지만, 고인을 살해한 테러의 반인륜적이며 반평화적인 행위에 관한 자료는 빠져 있다. 파병 반대에 대한 자료는 풍부하지만, 정부가 국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 이유와 국회가 왜 동의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전교조 자료만 활용하여 올바른 수업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모든 수업정책은 교육인적자원부나 시·도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실시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교조가 반전(反戰)평화교육에 대한 계기 수업을 선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한국 교육에서 전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교조 집행부가 준비한 자료만으로 수업에 임한다면 교사들 스스로의 교육권을 오용하는 것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교사 한분 한분이 교실교육을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최고책임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여 평화에 대한 연구를 심도있게 한 뒤에 균형감각을 가지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평화교육을 실시할 때 선생님들의 교육권은 존중되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호될 수 있다. 국가정책과 관련된 수업자료를 준비할 때는 대통령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6월 29일 ‘서해교전 전몰장병 2주기 추모식’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김선일씨 살해 만행사건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며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쟁과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평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한 국군장병들에 관한 이야기도 평화교육의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간의 전쟁은 왜 일어나며 전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정책이나 국가지도자의 역할에 관한 논의도 평화교육을 할 때 반드시 토의돼야 할 사항이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만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교사 분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국력이다. 따라서 평화교육은 학생들이 장차 국력을 키워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오늘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초점을 둬야지 편향된 정치교육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는 힘의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한 국가가 힘이 모자랄 때는 동맹국가의 힘을 빌려야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 보다 충실한 평화수업을 위해서는 과거 국가경영 실패사례분석으로부터 유용한 교육자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지도층이 부패하여 국가가 힘을 잃었을 때나 잘못된 외교정책을 펼쳤을 때 평화를 지키지 못했고, 나라가 망하여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했던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실력을 쌓고 미래 지도자로서 역량을 키워야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 평화교육의 핵심이어야 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우쳐 주고 평화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제대로 교육시킨다면 전교조 교사 분들에 대한 걱정은 신뢰로 바뀔 수도 있다. 미래의 지도자로 성장할 학생들이 확고한 국가관·평화관·국제동맹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 평화교육의 근간이 돼야 할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7. 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