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해외여행은 어려워 보인다.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난 1월. 유럽의 항공교통기구 유로콘트롤(EUROCONTROL)은 연말까지 세계시장의 회복을 51%, ‘24년에는 92% 수준을 예상했다. 낙관적인 경우엔 금년도 73% 수준의 회복, 비관적인 경우엔 24년에 79%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어두운 전망이 1분기도 끝나기 전에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백신접종의 지연으로 국제관광의 회복을 세계관광기구(WTO)의 작년 10월 조사 때보다 훨씬 늦춰져 대부분 ’23년 이후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개월 이내 출발 기준인 국제선 발권실적도 2월 현재 전년 대비 15.5% 수준에 머물렀다. 초토화된 항공업계를 살리기에 분주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12월 예측했던 업계의 유동성 부족이 두 배로 늘어나고 여행수요의 회복은 팬데믹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전망했다. CEO는 이달 말까지 개발이 완료되는 디지털백신여권으로 각국 정부의 요구가 무엇이든 모바일 앱의 이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의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반응은 다양하다.
방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국내선 수요는 빠르게 살아나겠지만 문제는 국제선이다. 국내선 수요가 풍부한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달리 전체 시장의 90%가 넘는 국제선의 회복이 업계의 사활을 결정한다. 상대국의 방역도 신뢰해야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우리 업계의 회복은 더 늦어질 것이다. 국경 폐쇄로 피해를 보는 건 수요자도 마찬가지. 심각한 쪽은 관광객보다 비즈니스여행객이다. 각국 공항에선 기업인 출장을 돕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만 역시 출발지와 도착지의 방역으로 불편을 겪는다. 국제노선 취항이 급감하자 여행의 행태에 변화가 나타났다. 운임보다는 출입국의 번거로움과 언택트를 먼저 고려하게 된 글로벌 사업가들이 자가용 비행기로 눈을 돌린 것이다. 자가용 비행기가 정기항공편보다 감염 노출의 가능성을 30배나 줄인다는 게 제트기 운용업체 GlobeAir의 광고다. IATA의 통계를 보면, 이들은 일반석보다 평균 다섯 배가 비싼 프리미엄급 좌석을 구매해 정기항공사들 전체 매출의 30%를 부담하는 알짜 손님이다.
출장을 대체하는 화상회의가 늘고 코로나가 장기화된 작년 보잉과 에어버스의 대형여객기 구매계약 취소가 전년보다 50%나 늘었다. 재미를 보는 쪽은 정기항공의 중단으로 일등석을 탈 수 없게 된 재력가나 사업가들이 옮겨간 에어택시나 전용기 회사들이다. 몸집이 큰 여객기 수요가 줄어드는 한쪽에선 작고 효율적인 제트여객기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 신흥시장은 작년 4월부터 곧바로 V자형 회복을 시작했고, 지난 1월엔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복구됐다. 코로나 재확산이 반복되는 유럽을 제외하면 비즈니스제트기 운항은 증가추세다. 세계적으로 비즈니스항공의 고객이 증가하면서 조종사 채용도 늘고 있다. 전세기 운항도 작년 15%나 증가했다.
코로나의 경험은 새로운 항공시장의 성장을 예고한다. 기존의 정기항공이 퍼블릭이라면, 비즈니스항공은 프라이빗 시장이다. 이 신흥시장에는 이미 2만여대의 제트기가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다. 비즈니스항공의 중심 인프라에는 FBO(Fixed Base Operator) 사업자가 있다. 자가용 제트기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항에 별도의 출입국절차를 제공하는 터미널을 갖추고 정비와 급유 등을 원스톱 서비스하는 지상조업사가 그들이다. 아시아지역에는 2000년대 들어 중국과 홍콩, 일본이 매년 1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뒤늦게 비즈니스항공을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사업자들이 있다. 그러나 세계를 날아다니는 고객을 잡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FBO의 환경과 지원은 열악하다. 2016년부터 김포공항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시작한 대표주자는 에브제트아시아. 영세한 이 회사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한때 1600대 넘게 국내를 드나들던 비행기가 작년엔 565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비즈니스항공을 지원대상에서 뺐다. 격납고가 국제선 터미널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우리 경제의 VIP 고객인 자가용 출장자들을 환대하는 FBO의 역할이 간과되어선 안 된다. 비즈니스항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코로나의 위기에서 떠오르는 고부가가치산업의 지상조업사들이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코로나 위기에서 떠오르는 비즈니스항공
올해도 해외여행은 어려워 보인다. 백신 보급이 시작된 지난 1월. 유럽의 항공교통기구 유로콘트롤(EUROCONTROL)은 연말까지 세계시장의 회복을 51%, ‘24년에는 92% 수준을 예상했다. 낙관적인 경우엔 금년도 73% 수준의 회복, 비관적인 경우엔 24년에 79%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어두운 전망이 1분기도 끝나기 전에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백신접종의 지연으로 국제관광의 회복을 세계관광기구(WTO)의 작년 10월 조사 때보다 훨씬 늦춰져 대부분 ’23년 이후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개월 이내 출발 기준인 국제선 발권실적도 2월 현재 전년 대비 15.5% 수준에 머물렀다. 초토화된 항공업계를 살리기에 분주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12월 예측했던 업계의 유동성 부족이 두 배로 늘어나고 여행수요의 회복은 팬데믹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전망했다. CEO는 이달 말까지 개발이 완료되는 디지털백신여권으로 각국 정부의 요구가 무엇이든 모바일 앱의 이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의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반응은 다양하다.
방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국내선 수요는 빠르게 살아나겠지만 문제는 국제선이다. 국내선 수요가 풍부한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달리 전체 시장의 90%가 넘는 국제선의 회복이 업계의 사활을 결정한다. 상대국의 방역도 신뢰해야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우리 업계의 회복은 더 늦어질 것이다. 국경 폐쇄로 피해를 보는 건 수요자도 마찬가지. 심각한 쪽은 관광객보다 비즈니스여행객이다. 각국 공항에선 기업인 출장을 돕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만 역시 출발지와 도착지의 방역으로 불편을 겪는다. 국제노선 취항이 급감하자 여행의 행태에 변화가 나타났다. 운임보다는 출입국의 번거로움과 언택트를 먼저 고려하게 된 글로벌 사업가들이 자가용 비행기로 눈을 돌린 것이다. 자가용 비행기가 정기항공편보다 감염 노출의 가능성을 30배나 줄인다는 게 제트기 운용업체 GlobeAir의 광고다. IATA의 통계를 보면, 이들은 일반석보다 평균 다섯 배가 비싼 프리미엄급 좌석을 구매해 정기항공사들 전체 매출의 30%를 부담하는 알짜 손님이다.
출장을 대체하는 화상회의가 늘고 코로나가 장기화된 작년 보잉과 에어버스의 대형여객기 구매계약 취소가 전년보다 50%나 늘었다. 재미를 보는 쪽은 정기항공의 중단으로 일등석을 탈 수 없게 된 재력가나 사업가들이 옮겨간 에어택시나 전용기 회사들이다. 몸집이 큰 여객기 수요가 줄어드는 한쪽에선 작고 효율적인 제트여객기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이다. 이 신흥시장은 작년 4월부터 곧바로 V자형 회복을 시작했고, 지난 1월엔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복구됐다. 코로나 재확산이 반복되는 유럽을 제외하면 비즈니스제트기 운항은 증가추세다. 세계적으로 비즈니스항공의 고객이 증가하면서 조종사 채용도 늘고 있다. 전세기 운항도 작년 15%나 증가했다.
코로나의 경험은 새로운 항공시장의 성장을 예고한다. 기존의 정기항공이 퍼블릭이라면, 비즈니스항공은 프라이빗 시장이다. 이 신흥시장에는 이미 2만여대의 제트기가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다. 비즈니스항공의 중심 인프라에는 FBO(Fixed Base Operator) 사업자가 있다. 자가용 제트기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항에 별도의 출입국절차를 제공하는 터미널을 갖추고 정비와 급유 등을 원스톱 서비스하는 지상조업사가 그들이다. 아시아지역에는 2000년대 들어 중국과 홍콩, 일본이 매년 1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뒤늦게 비즈니스항공을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사업자들이 있다. 그러나 세계를 날아다니는 고객을 잡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FBO의 환경과 지원은 열악하다. 2016년부터 김포공항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시작한 대표주자는 에브제트아시아. 영세한 이 회사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한때 1600대 넘게 국내를 드나들던 비행기가 작년엔 565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비즈니스항공을 지원대상에서 뺐다. 격납고가 국제선 터미널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우리 경제의 VIP 고객인 자가용 출장자들을 환대하는 FBO의 역할이 간과되어선 안 된다. 비즈니스항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코로나의 위기에서 떠오르는 고부가가치산업의 지상조업사들이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 2021. 3.23[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3211605181930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