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게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의 방법이 있다. 언어적 표현은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기 때문에 언어를 발달시킨 인간이 생각을 표출하고 상대의 의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이 된다. 비언어적 표현은 언어와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과 해석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감성적⸳정서적인 정보를 무의식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성은 더 높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보다 어눌하게 말하는 외국인한테 더 믿음이 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흥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A. Mehrabian)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떤 방법들이 더 효과적인가를 밝혀냈다. 시각과 청각에 의한 효과가 절대적이다. 상대방의 자세와 용모, 제스처와 같이 외적으로 보이는 시각이미지가 55%이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어조와 음색 등의 청각이미지가 38%를 차지한다. 언어 자체로는 7%만이 소통에 영향을 준다.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라비언의 법칙’은 그래서 짧은 시간에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하는 서비스접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더라도 직원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불신은 상대방의 말투와 눈빛, 시선, 몸짓 등에서 부자연스러움을 고객이 인지할 때 생긴다. 목소리가 불안정하거나 제스처가 과장돼도 소통의 신뢰도는 낮아진다. 가짜 미소와 진짜 미소를 밝혀낸 학자도 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기옹 뒤센(G. Duchenne)에 따르면, 미소를 자주 짓는 게 자신과 남에게 행복감을 전달하고 일상의 어려움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억지로 만들어진 가식적인 웃음으로는 ‘팬암의 미소’가 있다. 지금은 파산한 미국 팬암항공사 승무원들의 웃음은 한때 밝은 미소와 대비되는 거짓 웃음으로 비유되곤 했다. 그래서 대인적인 소통에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보다 이를 전달하는 비언어적 표현이 더 중요하다. 상대를 즐겁게 하고 긍정의 힘을 주는 건 ‘뒤센의 미소’다.
말하는 것만큼 듣는 것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수조건이다. 상대가 말하는 걸 단순히 듣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전달하려는 메시지, 소통의 동기와 대화의 정서에도 관심을 기울여 이해된 걸 상대방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청은 그래서 전달받는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소통의 기술이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진심으로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끝까지 듣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이나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말 잘하는 것만큼 듣는 것도 실력인 거다. 정치는 가장 중요한 공공의 서비스이고, 소비자주권이 가장 잘 구현되는 곳도 정치무대다. 그래서 정치인은 소비자인 국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실천해야 한다. 머리로 들이받거나 물어뜯지 않고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이종격투기 선수들에게도 게임의 규칙과 예절이 있다. 이걸 정치가 배워야 한다.
정치인은 ‘소통의 달인들’이고, 면면을 봐도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뛰어난 인물을 선택하려 했고 그렇게 뽑혔으니 그들은 선량(選良)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가 국정의 파트너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대목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유권자를 대하는 세련되고 예절을 갖춘 표현방식은 사라지고 상대를 겨냥한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들은 거칠고 사납게 변한다. 예선에서 보였던 신사의 매너가 실종되고 설득과 타협이 중요한 본선에선 오히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 거칠어지는 것이다. 좋은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해 최적의 균형점을 도출해야 하는 곳이 국회다. 상대를 자극하는 표현으로는 메시지의 전달이 어려워지고 토론과 논쟁은 싸움으로 변하고 서로 상처만을 남긴다. 그리고 실패한 정치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다가오는 선거철에는 커뮤니케이션의 순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큼직한 쟁점이 있을 때마다 경악(驚愕)을 금치 못할 극악(極惡)한 폭거(暴擧)에다 파렴치(破廉恥)하고 한심한 작태로 난동(亂動)을 부려 정치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후진적 정치. 이런 극명한 표현을 지지했던 국민도 이젠 줄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 예의를 갖춘 품격있는 경청과 표현. 그게 정치가 존경받는 지름길이다. 정당마다 대변인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의 품격부터 갖춰보자. 새해에는 우리 정치가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 좋은 정책을 위해 무대에서 더 격렬하게 토론하고 부딪히길 바란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진짜 웃음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게 정치인이 지켜야 하는 예의이고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정치인, 언어부터 바꾸자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게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의 방법이 있다. 언어적 표현은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기 때문에 언어를 발달시킨 인간이 생각을 표출하고 상대의 의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이 된다. 비언어적 표현은 언어와 정보가 전달되는 상황과 해석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감성적⸳정서적인 정보를 무의식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성은 더 높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보다 어눌하게 말하는 외국인한테 더 믿음이 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흥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A. Mehrabian)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어떤 방법들이 더 효과적인가를 밝혀냈다. 시각과 청각에 의한 효과가 절대적이다. 상대방의 자세와 용모, 제스처와 같이 외적으로 보이는 시각이미지가 55%이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어조와 음색 등의 청각이미지가 38%를 차지한다. 언어 자체로는 7%만이 소통에 영향을 준다.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라비언의 법칙’은 그래서 짧은 시간에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하는 서비스접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더라도 직원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불신은 상대방의 말투와 눈빛, 시선, 몸짓 등에서 부자연스러움을 고객이 인지할 때 생긴다. 목소리가 불안정하거나 제스처가 과장돼도 소통의 신뢰도는 낮아진다. 가짜 미소와 진짜 미소를 밝혀낸 학자도 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기옹 뒤센(G. Duchenne)에 따르면, 미소를 자주 짓는 게 자신과 남에게 행복감을 전달하고 일상의 어려움에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억지로 만들어진 가식적인 웃음으로는 ‘팬암의 미소’가 있다. 지금은 파산한 미국 팬암항공사 승무원들의 웃음은 한때 밝은 미소와 대비되는 거짓 웃음으로 비유되곤 했다. 그래서 대인적인 소통에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보다 이를 전달하는 비언어적 표현이 더 중요하다. 상대를 즐겁게 하고 긍정의 힘을 주는 건 ‘뒤센의 미소’다.
말하는 것만큼 듣는 것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수조건이다. 상대가 말하는 걸 단순히 듣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전달하려는 메시지, 소통의 동기와 대화의 정서에도 관심을 기울여 이해된 걸 상대방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청은 그래서 전달받는 요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소통의 기술이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진심으로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끝까지 듣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이나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말 잘하는 것만큼 듣는 것도 실력인 거다. 정치는 가장 중요한 공공의 서비스이고, 소비자주권이 가장 잘 구현되는 곳도 정치무대다. 그래서 정치인은 소비자인 국민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실천해야 한다. 머리로 들이받거나 물어뜯지 않고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이종격투기 선수들에게도 게임의 규칙과 예절이 있다. 이걸 정치가 배워야 한다.
정치인은 ‘소통의 달인들’이고, 면면을 봐도 모두 훌륭한 인재들이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뛰어난 인물을 선택하려 했고 그렇게 뽑혔으니 그들은 선량(選良)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가 국정의 파트너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대목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유권자를 대하는 세련되고 예절을 갖춘 표현방식은 사라지고 상대를 겨냥한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들은 거칠고 사납게 변한다. 예선에서 보였던 신사의 매너가 실종되고 설득과 타협이 중요한 본선에선 오히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 거칠어지는 것이다. 좋은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해 최적의 균형점을 도출해야 하는 곳이 국회다. 상대를 자극하는 표현으로는 메시지의 전달이 어려워지고 토론과 논쟁은 싸움으로 변하고 서로 상처만을 남긴다. 그리고 실패한 정치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다가오는 선거철에는 커뮤니케이션의 순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큼직한 쟁점이 있을 때마다 경악(驚愕)을 금치 못할 극악(極惡)한 폭거(暴擧)에다 파렴치(破廉恥)하고 한심한 작태로 난동(亂動)을 부려 정치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후진적 정치. 이런 극명한 표현을 지지했던 국민도 이젠 줄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 예의를 갖춘 품격있는 경청과 표현. 그게 정치가 존경받는 지름길이다. 정당마다 대변인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의 품격부터 갖춰보자. 새해에는 우리 정치가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 좋은 정책을 위해 무대에서 더 격렬하게 토론하고 부딪히길 바란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진짜 웃음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게 정치인이 지켜야 하는 예의이고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 2021. 1.27[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125171431438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