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체광고(Advertorial)의 범람 - 한영탁
	2004-06-24
기사체광고(Advertorial)의 범람 일찍이 1979년 V. 레이모어는 원시사회는 신화가 지배해 왔지만 현대사회는 광고가 지배하고 있다는 뜻의 말을 했다.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광고를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구매를 설득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광고가 가진 영향력과 특히 그 설득적인 기능 때문에 광고는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가치관과 태도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광고의 역기능이 경계되어져 왔고 광고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강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신문들에서 독자 또는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쉬운 기만성 광고가 날로 늘어나는 걱정스러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기사체광고(Advertorial)'의 범람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기사체광고란 기사형식(editorial)을 빌린 광고(advertisement)를 뜻하는 조어(造語)이다. 기사체광고가 노리는 목표는 팔고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홍보성의 기사와 광고의 장점을 교묘히 결합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를 기사로 믿게 하여 광고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기사 형식을 빌린 광고의 경우, 신문의 페이지 표시란에 작은 활자로 ‘전면광고’라고 광고임을 알리고는 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와 피처 스타일의 박스 기사, 인터뷰, 테스티모니얼, 사진 등으로 정교하게 편집된 이런 광고는 일반 기사면의 레이아웃을 본뜬 큼직한 급수의 활자를 이용한 헤드라인과 부제(副題), 사진 캡션까지 붙어 있어서 독자들이 일반 기사면의 정상적인 신문지면으로 오인하기 쉽다. 다년간 언론계에 종사한 사람들도 그러한 기사 형식을 빌린 광고를 식별하지 못하고 읽다가 나중에 가서 광고임을 깨다를 정도로 정교하게 편집된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광고 기사’라는 표시도 넣지 않은 채 일반 기사와 나란히 지면에 싣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부동산 페이지’라는 색션 명칭을 내건 기사체광고가 버젓이 지면에 끼워져 배달되는 경우도 예사로 되었다. 기사의 탈을 쓰고 독자와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오도하려는 의도로 게재된 이러한 위장 광고들이 특히 의료, 건강, 창업, 부동산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 광고인 점은 시민들의 건강과 투자에 오판을 가져올 위험을 안고 있어서 더욱 우려된다. 최근에 들어와서 날로 늘어나는 신문 기사로 위장한 이러한 광고는 소비자를 오인시키고 기만하는 행위로 규탄되어야 마땅하다. 한국 언론의 품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1976년 한국신문윤리위와 한국신문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신문광고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 강령은 제4조에서 ‘신문광고는 그 내용이 진실하여야 하며 과대한 표현으로 대중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실천요강에서 ‘광고임이 명확치 않고 기사와 혼돈되기 쉬운 편집체제 및 표현’은 신문에 게재를 보류 또는 금지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한국공고단체연합회가 1972년 광고윤리강령을 제정하면서 그 구체적인 활동기준으로 채택한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광고활동 기준 강령에도 보도 기사와 광고의 엄격한 분리가 명시돼 있다. 즉 I.C.C. 강령은 제9조 광고물의 식별 조항에서 ‘어떠한 형식으로 어떠한 매체를 이용하던 간에 광고물은 그 자체가 명확히 식별되는 것이어야 한다. 뉴스나 논설이 있는 매체에 게재되는 광고물은 소비자가 그것을 기사와는 달리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게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고 소득에 80%의 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인쇄매체들이 불황과 전파미디어의 득세, 뉴미디어의 도전 앞에 광고시장을 잠식 당해가는 절박한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자를 기만하기 쉬운 기사체 광고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경우, 신문에 대한 독자의 불신을 불러와서 신문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영탁 (대한언론인회 운영위원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대한언론인회보 2004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