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해야 내년 중반쯤 접종을 본격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감염성과 사망률 등에서 위험성이 큰 코로나19의 백신을 일반 의약품과 달리 채 1년도 되기 전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들이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면서 기존 신약 개발 절차 대신 신속 임상 절차와 시판 절차를 허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논의는 있었지만, 선진국의 필사적인 백신 개발 정책과는 온도 차가 컸다. 지난 상반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천지교회발 1차 팬데믹의 방역 결과에 자신감을 가졌고, 이를 국내외로 K-방역이라고 홍보하는 데 집중했을 뿐 백신 구매를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야 드러나는 일이지만, 지난 9월 대통령의 백신 구매 지시가 있었고 11월에 질병관리청이 감사원에 구매해도 되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최종 구매약정을 체결했다.
감사원에 긴급 의약품 구매 여부를 질의한 질병관리청의 무사안일주의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내부 검토에 2개월 걸렸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국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지켜봐 왔음에도 11월에야 해외 백신 구매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정책감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집단면역 없이는 코로나 극복이 어렵다는 게 의약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집단면역 시점을 늦춰 코로나 피해를 키웠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출장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집단면역이 형성된 국가는 해외 입국자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것이다. 여권과 더불어 백신 접종 증명서는 가장 기본적인 입국 서류가 될 수밖에 없다. 증명서를 갖고 있으면 자가격리가 필요 없게 돼 그런대로 해외여행과 국제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흑사병이 유행했던 14세기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검역을 시작했고, 17세기에 베니스 지역이 검역증을 발행해 안전 여행길을 연 바 있다. 우리 보건 당국이나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백신 선구매를 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의 결정을 끌어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각국이 해외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됐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3차 팬데믹으로 전면 봉쇄(3단계) 방역 조치에 돌입해야 할 상황이고, 이대로 가게 되면 내년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내년 어느 시점에는 집단면역이 이뤄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나뉠 것이고,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등 엄격한 입국 요건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백신과는 달리 국내 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 전망을 밝히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는 그 용도가 완전히 다르다. 백신으로 면역이 생겨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치료제를 쓸 이유가 없다.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과 업무상 해외여행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비싸더라도 백신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
'K방역 도취'가 자초한 백신 낙오國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해야 내년 중반쯤 접종을 본격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감염성과 사망률 등에서 위험성이 큰 코로나19의 백신을 일반 의약품과 달리 채 1년도 되기 전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들이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면서 기존 신약 개발 절차 대신 신속 임상 절차와 시판 절차를 허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논의는 있었지만, 선진국의 필사적인 백신 개발 정책과는 온도 차가 컸다. 지난 상반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천지교회발 1차 팬데믹의 방역 결과에 자신감을 가졌고, 이를 국내외로 K-방역이라고 홍보하는 데 집중했을 뿐 백신 구매를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야 드러나는 일이지만, 지난 9월 대통령의 백신 구매 지시가 있었고 11월에 질병관리청이 감사원에 구매해도 되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최종 구매약정을 체결했다.
감사원에 긴급 의약품 구매 여부를 질의한 질병관리청의 무사안일주의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내부 검토에 2개월 걸렸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국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지켜봐 왔음에도 11월에야 해외 백신 구매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정책감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집단면역 없이는 코로나 극복이 어렵다는 게 의약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집단면역 시점을 늦춰 코로나 피해를 키웠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출장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집단면역이 형성된 국가는 해외 입국자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것이다. 여권과 더불어 백신 접종 증명서는 가장 기본적인 입국 서류가 될 수밖에 없다. 증명서를 갖고 있으면 자가격리가 필요 없게 돼 그런대로 해외여행과 국제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흑사병이 유행했던 14세기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검역을 시작했고, 17세기에 베니스 지역이 검역증을 발행해 안전 여행길을 연 바 있다. 우리 보건 당국이나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백신 선구매를 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의 결정을 끌어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각국이 해외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하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됐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3차 팬데믹으로 전면 봉쇄(3단계) 방역 조치에 돌입해야 할 상황이고, 이대로 가게 되면 내년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내년 어느 시점에는 집단면역이 이뤄진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나뉠 것이고,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등 엄격한 입국 요건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백신과는 달리 국내 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 전망을 밝히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는 그 용도가 완전히 다르다. 백신으로 면역이 생겨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치료제를 쓸 이유가 없다.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과 업무상 해외여행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비싸더라도 백신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0. 12. 28[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228010731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