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테러 해외정보망 강화를 - 류재갑
	2004-06-23
對테러 해외정보망 강화를 21일 아침 TV 뉴스에 보도된 이라크 주재 가나무역 직원 김선길씨의 피랍과 24시간 내에 참수하겠다는 협박 장면에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공개한 비디오 테이프에 따르면 한국군(제마부대)의 이라크 철수와 추가파병(자이툰 부대) 철회 결정을 요구하면서 피랍자를 참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피랍자의 무사귀환과 함께 교민들의 안전과 신변 보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미국인 피랍 살해, 지난 4월의 일본인(3명) 피랍과 함께 한국인의 경우 지난 11월 30일 오무전기 직원 2명의 피폭 사망, 4월 시민단체요원 등의 피랍, 4월 7일 목사 등 피랍 사건 등이 있었다. 따라서 피랍사건은 정부의 사전 대책 소홀로 인한 ‘예견된 사태’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제 정부는 두 가지 서로 대립되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곤혹스러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 하나는 피랍자를 구출하여 무사귀환에 성공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추가파병이라는 국가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치되는 참으로 난처한 과제라서 고도의 국가 외교 역량이 요청된다. 피랍자 무사귀환 노력의 경우, 무장 테러단체가 일본인 피랍사건 때의 72시간보다 매우 짧은 시한을 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여 예측을 어렵게 한다. 정부에서는 긴급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본부대사를 이라크에 급파했을 뿐 아니라 이라크 주재 대사관 등을 총가동하여 일본인 피랍시의 접근 상대였던 이라크 성직자협회, 미군 임시행정처, 다국적군사령부, 이라크 외교부 등 공식·비공식 접촉을 시도하면서 체류 중인 교민의 즉각 철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런 긴급사태 발생에 대비하여 해외 정보망의 유지와 국제 정보공조 체제의 가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국제정보협력(정보공유)은 물론 테러조직과의 비밀정보 차원에서의 접촉선 유지가 필요하다. 한 나라가 이런 수단을 다 유지할 수 없으므로 다른 나라들과의 공조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동안 우리의 해외정보망은 남북 화해 과정에서 상당 부분 노출되거나 차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각별히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드디어 국가안보와 ‘국민안보’(교민안보까지)가 한 지평 위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정보망의 확충과 국제정보공조는 필수적인 요소다. 국제테러 정보의 교류와 공유 및 접촉선 유지는 반테러(예방조치)와 대테러(응징조치) 작전을 위한 가장 우선시되는 국제공조의 일환이다. 우리의 경우 제3국으로서 이라크의 주 공격대상인 미국과의 표면적인 연계성은 최소화하면서 저항세력과의 접촉 라인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해외정보망 조직과 국제공조 체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피랍사건은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외교력이 시험대에 서게 됐다.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이해하고 당황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는 성숙된 시민적 자세를 보여야 하겠다. 특히 이미 결정된 추가파병은 지켜야 한다. 추가파병의 원칙과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이 문제도 정부의 리더십 시험의 대상이 된다. 중동 지역 교민의 안전대책을 조직적으로 강구하면서 중강국의 의젓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추가파병 지역인 아르빌에는 80여개의 평화·재건 사업 과제가 설정되어 있다. 선의의 파병이자 새마을 정신과 노하우의 전달이라는 홍보와 설득이 강화되어야 하겠다. 류재갑 (경기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6.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