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흥하는 기간 통상 100년
경제 활성화하면 후발국 곧 따라와
기술혁신 없으면 금세 경쟁력 약화
한국은 기업 활성화가 절실한 시점
찰스 킨들버거 미국 MIT대 교수가 1996년 펴낸 『경제강대국 흥망사』(World Economic Primacy:1500~1990)는 경제 강대국의 흥망성쇠에 관해 유럽국제연구소가 수행했던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는 국가 경제도 출발·가속·둔화·쇠퇴하는 주기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마치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 문명을 발생·성장·쇠퇴·해체의 주기로 본 것과 유사한 접근이다.
이 연구에서는 국가 경제를 짧게는 50년 주기부터 100년·200년 주기로 설정하고 있다. 포르투갈(1500년대)·네덜란드(1600년대)·영국(산업혁명~1차 대전)·미국(1차 대전 이후)의 주기를 보면 대체로 약 100년마다 세계 경제의 주도 국가가 바뀌었다. 영국만 산업혁명이 태동하기 시작한 1700년대 초부터 1920년경까지 약 200여년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주기가 둔화기나 쇠퇴기에 접어들더라도 다시 반등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교역 확장, 산업 활성화, 금융산업 발달의 순으로 변해 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수출 등 대외교역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산업이 활성화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무역과 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금융산업이 발전한다. 영국이 전형적인 예다. 영국은 1815년 나폴레옹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전쟁의 위험 없이 새로운 기술에 의한 산업 활성화가 다시 반복된 경우다. 금융만 하더라도 1694년 영란은행이 설립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200여년이 앞섰고 그런 힘이 1~2차대전 때까지 파운드화를 기축통화로 한 팍스 브리태니커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
한 나라의 특정 산업이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활성화되면 경쟁력이 앞서지만, 곧 후발국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활동의 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에 의한 혁신이 중요한 요소다. 그 예가 바로 200여년 동안 세계를 제패한 영국이다. 혁신에 실패하면 제도적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결국 경제쇠퇴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통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들 경제활동 최대한 보장돼야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1988)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케네디는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생산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8세기 산업혁명에 이어 1850년대 빅토리아 대호황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를 제패해 오던 영국도 1800년대 후반기에 급속히 뒤따라 온 미국에 밀려 주춤하다가 1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에 선두를 내주게 된다. 이 두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된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 창업과 새로운 기술이 꽃피면서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 닮은꼴이다.
이런 시각에서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명저가 대런 애쓰모글루 MIT대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다. 이 명저는 30여명의 연구진이 15년간 동서고금의 경제사를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위대한 연구업적이다. 국가가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동기가 부여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가 보장되는 제도가 중요한데 이를 ‘포용적(inclusive) 경제 제도’라고 했다. 저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착취적(extractive) 경제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민주적인 ‘포용적 정치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가 법 질서를 유지할 정도의 통제 가능한 중앙집권화를 이루어야 하고 다원적 의사결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원화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다원화 된 포용적 정치제도는 광범위한 사회계층의 권한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경제 번영 60년으로 멈출 위기
그 반대가 되면 지배그룹의 사욕만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되고 만다.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착취적 제도가 구축되면서 경제는 추락한다. 그런데도 소수의 권력집단은 사익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착취적 제도를 더욱 강화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도 착취적 체제로 강화돼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동서고금 여러 나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성장하고 있지만, 정치제도가 포용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구조여서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인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두 교수는 최근 저서 『좁은 회랑』에서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과 시민 자유 간에 공존과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1991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6%의 고도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5.6%의 중성장기로 둔화한 후 2012년부터는 2%대의 저성장기로 주저앉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투자 증가율의 둔화와 생산성 하락이다. 한국경제는 100년 주기는커녕 50~60년 주기로 단축된 데다 성장률 하락 폭이 커서 급속히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2010년대로 들어서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의 비중이 정체 상태를 보인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한국의 속담이 들어맞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여기에서 쇠퇴하면 안 된다. 반등해야 한다.
이미 대불황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풍전등화의 위기다. 기업을 이처럼 옥죄고 심지어 완전히 기반을 파괴하면 둔화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쇠퇴의 길로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은 동서고금의 세계 경제 흥망사가 가르치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자유민주적 포용적 정치제도가 없는 곳에서는 기업활동이 꽃필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유지되기 어렵고, 그 결과는 경제추락과 국가실패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반만년 역사에서 모처럼 반짝하고 이대로 쇠락하고 말 것인지 마지막 순간에 반등할 것인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국가 경제 주기로 볼 때 지금은 절체절명의 순간
국가 경제 흥하는 기간 통상 100년
경제 활성화하면 후발국 곧 따라와
기술혁신 없으면 금세 경쟁력 약화
한국은 기업 활성화가 절실한 시점
찰스 킨들버거 미국 MIT대 교수가 1996년 펴낸 『경제강대국 흥망사』(World Economic Primacy:1500~1990)는 경제 강대국의 흥망성쇠에 관해 유럽국제연구소가 수행했던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는 국가 경제도 출발·가속·둔화·쇠퇴하는 주기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마치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 문명을 발생·성장·쇠퇴·해체의 주기로 본 것과 유사한 접근이다.
이 연구에서는 국가 경제를 짧게는 50년 주기부터 100년·200년 주기로 설정하고 있다. 포르투갈(1500년대)·네덜란드(1600년대)·영국(산업혁명~1차 대전)·미국(1차 대전 이후)의 주기를 보면 대체로 약 100년마다 세계 경제의 주도 국가가 바뀌었다. 영국만 산업혁명이 태동하기 시작한 1700년대 초부터 1920년경까지 약 200여년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차지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주기가 둔화기나 쇠퇴기에 접어들더라도 다시 반등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교역 확장, 산업 활성화, 금융산업 발달의 순으로 변해 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수출 등 대외교역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산업이 활성화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무역과 산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금융산업이 발전한다. 영국이 전형적인 예다. 영국은 1815년 나폴레옹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전쟁의 위험 없이 새로운 기술에 의한 산업 활성화가 다시 반복된 경우다. 금융만 하더라도 1694년 영란은행이 설립될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200여년이 앞섰고 그런 힘이 1~2차대전 때까지 파운드화를 기축통화로 한 팍스 브리태니커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
한 나라의 특정 산업이 새로운 기술에 힘입어 활성화되면 경쟁력이 앞서지만, 곧 후발국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 단계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활동의 활성화에 따른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에 의한 혁신이 중요한 요소다. 그 예가 바로 200여년 동안 세계를 제패한 영국이다. 혁신에 실패하면 제도적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결국 경제쇠퇴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은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통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들 경제활동 최대한 보장돼야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1988)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케네디는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생산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18세기 산업혁명에 이어 1850년대 빅토리아 대호황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를 제패해 오던 영국도 1800년대 후반기에 급속히 뒤따라 온 미국에 밀려 주춤하다가 1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에 선두를 내주게 된다. 이 두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된 자유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 창업과 새로운 기술이 꽃피면서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 닮은꼴이다.
이런 시각에서 국가의 생산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명저가 대런 애쓰모글루 MIT대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다. 이 명저는 30여명의 연구진이 15년간 동서고금의 경제사를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위대한 연구업적이다. 국가가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동기가 부여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가 보장되는 제도가 중요한데 이를 ‘포용적(inclusive) 경제 제도’라고 했다. 저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착취적(extractive) 경제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민주적인 ‘포용적 정치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가 법 질서를 유지할 정도의 통제 가능한 중앙집권화를 이루어야 하고 다원적 의사결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원화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다원화 된 포용적 정치제도는 광범위한 사회계층의 권한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경제 번영 60년으로 멈출 위기
그 반대가 되면 지배그룹의 사욕만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되고 만다.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착취적 제도가 구축되면서 경제는 추락한다. 그런데도 소수의 권력집단은 사익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착취적 제도를 더욱 강화하게 되고 그 결과 경제도 착취적 체제로 강화돼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동서고금 여러 나라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성장하고 있지만, 정치제도가 포용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구조여서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인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두 교수는 최근 저서 『좁은 회랑』에서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과 시민 자유 간에 공존과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로 1991년까지 30년간 연평균 9.6%의 고도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5.6%의 중성장기로 둔화한 후 2012년부터는 2%대의 저성장기로 주저앉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투자 증가율의 둔화와 생산성 하락이다. 한국경제는 100년 주기는커녕 50~60년 주기로 단축된 데다 성장률 하락 폭이 커서 급속히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2010년대로 들어서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의 비중이 정체 상태를 보인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한국의 속담이 들어맞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여기에서 쇠퇴하면 안 된다. 반등해야 한다.
이미 대불황으로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풍전등화의 위기다. 기업을 이처럼 옥죄고 심지어 완전히 기반을 파괴하면 둔화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쇠퇴의 길로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은 동서고금의 세계 경제 흥망사가 가르치고 있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자유민주적 포용적 정치제도가 없는 곳에서는 기업활동이 꽃필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유지되기 어렵고, 그 결과는 경제추락과 국가실패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반만년 역사에서 모처럼 반짝하고 이대로 쇠락하고 말 것인지 마지막 순간에 반등할 것인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출처- 중앙일보 2020. 10.13[칼럼]
<원문>https://news.joins.com/article/2389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