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해법 이제 시작이다 - 안종범
	2002-06-29
공적자금 해법 이제 시작이다 공적자금 1백56조원의 상환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보증을 선 빚 중에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규모를 처음으로 계산해서 발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발표에 따르면 회수가 불가능한 69조원에다 이자 18조원을 합한 총 87조원을 앞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더 많은 빚을 감당해야 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부담해야 하는가다. 우선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금액으로 정부가 제시한 69조원이 과연 정확한가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1백56조원 중 이미 회수된 금액은 42조원이다. 정부는 나머지 1백14조원 중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41조원을, 낙관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49조원을 추가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중간치인 45조원을 기준으로 회수불능 금액이 69조원이라고 발표했다.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나 그런데 이 방법은 문제가 있다.69조원을 회수불능금액으로 확정해 버리면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국채발행으로 상환하고 나면 이 부분에 대한 회수노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장 낙관적인 회수규모로 내세운 49조원을 기준으로 회수불능 규모를 추정해 65조원을 국민부담 대상금액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그 차액인 4조원만큼의 추가적인 회수노력이 생긴다. 국민부담 방법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발표에서는 69조원 중에서 금융이 20조원 그리고 재정이 49조원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는가이다. 금융권 부담방안으로 예금 보험료를 25년간 0.1%씩 부과해 재원을 마련할 경우 금융권이 대출이자를 올리거나 예금이자를 내리는 방법으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할 것이다. 한편 재정에서 부담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두거나 예산을 깎는 것도 국민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익자 부담원칙과 응능원칙에 충실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 하겠다. 국정조사로 책임 밝혀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금융과 재정의 분담 몫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금융이 부담함에 따른 대출이자의 상승은 민간투자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재정부담은 정부투자를 감소시키고 조세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공적자금 회수불능에 따른 국민부담이 성장 잠재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금융과 재정의 분담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적자금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되물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제대로 책정됐고 이 자금이 제대로 투입이 됐는가? 투입된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공적자금의 조성-투입-회수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가 극심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이 앞으로도 계속할 질문들인 것이다. 이번에 회수불능으로 간주된 자금은 이자부담과 함께 앞으로 25년간 우리 국민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공적자금과 관련해 빚어진 그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 요구된다. 보다 분명한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산됐던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속히 개최해야 한다. 그리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국회로 이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는 회수 불능액의 국채발행 상환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기구다. 따라서 국회가 공적자금과 관련된 조사.관리, 그리고 감독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중앙일보 2002. 6.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