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는 최근 미국, 캐나다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멕시코 정부 당국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NAFTA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반대론자들은 NAFTA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농업을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현재 멕시코 국가수반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NAFTA 반대 진영을 이끌던 정치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 타결과 발효를 위한 비준에 앞장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변신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은 NAFTA 개정 협상에 돌입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타결했다. 지난 7월 8일 국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USMCA 발효 축하 행사를 가졌다. 전형적인 진보좌파 정치인인 그가 트럼프의 초청을 수락한 것은 의외였다.
NAFTA 발효 26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NAFTA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 간 체결됐던 자유무역협정(FTA)에 멕시코를 포함시킨 형태로 1994년 발효됐으나 USMCA에서는 반대로 미국-멕시코 간 협정을 캐나다가 수용하는 형식이 됐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우선주의(Mexico First)’를 내걸고 대선에 뛰어들어 대권을 거머쥐었기에 ‘멕시코판 트럼프’로 불린다. 2000년부터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지내던 그는 2005년 시장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좌파 정당인 국가재건운동을 포함한 야당 연합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근소한 표 차로 졌으나 정치적 기반을 다져 6년 후인 2012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여당인 제도혁명당 후보에게 패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8년 대선에 출마해 과반수로 무난하게 당선됐다. 1929년 시작된 멕시코 대통령 선거 사상 첫 좌파 대통령 집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행정부와 NA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2018년 실시된 대선에서 야당인 좌파 정권이 승리하자 재협상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됐다. 2006년 첫 대선에 출마할 당시 오브라도르 후보가 미국의 농업 보조금을 비판하고, 자국 농업과 농민 보호를 위해 NAFTA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우려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멕시코 대선 이후 NAFTA 개정 협상이 오히려 급진전됐다. 그동안 미국-멕시코 간 쟁점이었던 사항, 특히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사항을 멕시코가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미국과 양자 간 협상을 타결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후 USMCA 비준에 돌입했고, 북미 3국 중 가장 먼저 국내 요건을 충족시켰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협정상의 노동 분야 쟁점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중재안을 제시해 해소했다. 좌파로 알려졌던 대통령이 실제로는 어떤 우파 대통령보다 더 실리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과의 USMCA가 멕시코 경제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 대통령 아래에서 멕시코 경제가 번성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혜택을 보기를 기대한다.
좌파 멕시코 대통령의 교훈…국익 위해선 이념도 버렸다
멕시코에서는 최근 미국, 캐나다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멕시코 정부 당국은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NAFTA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반대론자들은 NAFTA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농업을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현재 멕시코 국가수반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NAFTA 반대 진영을 이끌던 정치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 타결과 발효를 위한 비준에 앞장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변신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은 NAFTA 개정 협상에 돌입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타결했다. 지난 7월 8일 국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USMCA 발효 축하 행사를 가졌다. 전형적인 진보좌파 정치인인 그가 트럼프의 초청을 수락한 것은 의외였다.
NAFTA 발효 26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NAFTA는 1989년 미국과 캐나다 간 체결됐던 자유무역협정(FTA)에 멕시코를 포함시킨 형태로 1994년 발효됐으나 USMCA에서는 반대로 미국-멕시코 간 협정을 캐나다가 수용하는 형식이 됐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우선주의(Mexico First)’를 내걸고 대선에 뛰어들어 대권을 거머쥐었기에 ‘멕시코판 트럼프’로 불린다. 2000년부터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지내던 그는 2005년 시장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좌파 정당인 국가재건운동을 포함한 야당 연합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근소한 표 차로 졌으나 정치적 기반을 다져 6년 후인 2012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여당인 제도혁명당 후보에게 패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던 2018년 대선에 출마해 과반수로 무난하게 당선됐다. 1929년 시작된 멕시코 대통령 선거 사상 첫 좌파 대통령 집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행정부와 NA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2018년 실시된 대선에서 야당인 좌파 정권이 승리하자 재협상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됐다. 2006년 첫 대선에 출마할 당시 오브라도르 후보가 미국의 농업 보조금을 비판하고, 자국 농업과 농민 보호를 위해 NAFTA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우려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멕시코 대선 이후 NAFTA 개정 협상이 오히려 급진전됐다. 그동안 미국-멕시코 간 쟁점이었던 사항, 특히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사항을 멕시코가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미국과 양자 간 협상을 타결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후 USMCA 비준에 돌입했고, 북미 3국 중 가장 먼저 국내 요건을 충족시켰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협정상의 노동 분야 쟁점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중재안을 제시해 해소했다. 좌파로 알려졌던 대통령이 실제로는 어떤 우파 대통령보다 더 실리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미국과의 USMCA가 멕시코 경제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 대통령 아래에서 멕시코 경제가 번성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혜택을 보기를 기대한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매일경제 2020. 9.7[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0&no=92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