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 전단 비방 담화 이후 ‘대적(對敵) 관계 전환’ 선언, 모든 통신선 차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군사행동 경고 등 북한의 대남 협박이 도를 넘었다. 그런 가운데 여권의 한 정치인은 경찰에 의해 목이 눌려 숨진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에 빗대서 “북한은 미국의 가혹한 제재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북한은 불변의 정치적·전략적 목표들을 향해 일관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며, 정작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숨을 쉬기 어려운 쪽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 대남 압박에 김여정을 앞세운 데는 중요한 정치적 목적이 내포돼 있다. 김여정을 제2인자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백두혈통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가 악역(惡役)을 하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대미(對美)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다. 김여정의 말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뒷받침하고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 지 나흘 만인 16일 북한군은 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이 통전부와 북한군을 거느리는 대남 총책임을 부각한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 압박은 그들의 2대 전략목표인 한·미 동맹 무력화와 핵 보유 기정사실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북한은 2018년 평화 공세 이후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거부하고 ‘우리끼리’ 협력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진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이 미국과의 대북제재 공조를 파기하고 남북 밀착을 택하면 북한은 동맹 이완, 북핵 기정사실화, 유엔 대북 제재의 형해화 등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동맹 공조의 틀을 깨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며 한국을 질책(?)하면서 재차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 2018년 북한의 대남 평화 공세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 한 것이었고,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여기에서 제기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먼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이유로 한국이 추진하는 대북 경협 사업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미국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이 걸리고 북한이 화를 내고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정말 그것이 한국을 해치는 일인가. 그렇다면, 그 반대로 동맹이 깨지든 말든 북핵을 인정해 주고 대북 밀착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와 생존 그리고 번영에 이로운 것인가. 그게 아니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게 아닌가.
다음으로, 북한이 제재를 받는 것은 국제질서에 위협이 되는 핵을 고수하기 때문이며, 북핵을 방조하면 남북 간 비대칭이 고착돼 장기적으로 한국은 북핵 위협과 갑질에 시달려야 하고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하기도 어려우므로 북핵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는 이런 논리들을 제기하지 못하고 조폭 수준의 욕설과 조롱을 들으면서도 머리를 조아리는가. 그래서 국민은 궁금해한다. 북한과 접촉했던 정부 인사들이 무슨 약속을 어떻게 해줬기에 북한이 참을 만큼 참았다며 ‘복수’ 운운하는가. 북한의 핵무기는 증강되고 있고 갑질은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동맹 파탄을 우려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안보와 동맹을 내팽개치고 북한 달래기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갑갑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일석삼조 北노림수에 굴종할 건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대북 전단 비방 담화 이후 ‘대적(對敵) 관계 전환’ 선언, 모든 통신선 차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군사행동 경고 등 북한의 대남 협박이 도를 넘었다. 그런 가운데 여권의 한 정치인은 경찰에 의해 목이 눌려 숨진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에 빗대서 “북한은 미국의 가혹한 제재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북한은 불변의 정치적·전략적 목표들을 향해 일관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며, 정작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숨을 쉬기 어려운 쪽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 대남 압박에 김여정을 앞세운 데는 중요한 정치적 목적이 내포돼 있다. 김여정을 제2인자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백두혈통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가 악역(惡役)을 하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대미(對美)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다. 김여정의 말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뒷받침하고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 지 나흘 만인 16일 북한군은 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이 통전부와 북한군을 거느리는 대남 총책임을 부각한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 압박은 그들의 2대 전략목표인 한·미 동맹 무력화와 핵 보유 기정사실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북한은 2018년 평화 공세 이후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거부하고 ‘우리끼리’ 협력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진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국이 미국과의 대북제재 공조를 파기하고 남북 밀착을 택하면 북한은 동맹 이완, 북핵 기정사실화, 유엔 대북 제재의 형해화 등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동맹 공조의 틀을 깨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며 한국을 질책(?)하면서 재차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 2018년 북한의 대남 평화 공세는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려 한 것이었고,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여기에서 제기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먼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이유로 한국이 추진하는 대북 경협 사업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미국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이 걸리고 북한이 화를 내고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정말 그것이 한국을 해치는 일인가. 그렇다면, 그 반대로 동맹이 깨지든 말든 북핵을 인정해 주고 대북 밀착을 추구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와 생존 그리고 번영에 이로운 것인가. 그게 아니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게 아닌가.
다음으로, 북한이 제재를 받는 것은 국제질서에 위협이 되는 핵을 고수하기 때문이며, 북핵을 방조하면 남북 간 비대칭이 고착돼 장기적으로 한국은 북핵 위협과 갑질에 시달려야 하고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하기도 어려우므로 북핵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는 이런 논리들을 제기하지 못하고 조폭 수준의 욕설과 조롱을 들으면서도 머리를 조아리는가. 그래서 국민은 궁금해한다. 북한과 접촉했던 정부 인사들이 무슨 약속을 어떻게 해줬기에 북한이 참을 만큼 참았다며 ‘복수’ 운운하는가. 북한의 핵무기는 증강되고 있고 갑질은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동맹 파탄을 우려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안보와 동맹을 내팽개치고 북한 달래기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갑갑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출처- 문화일보 2020. 6.17[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617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