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자주국방’ 비용 - 남주홍
	2004-06-09
우려되는 ‘자주국방’ 비용 미국이 주한 미군 1만2500명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겠다고 우리측에 전격 통보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예상보다 2년이 빨라 기존의 자주국방 시간표를 쫓아가기에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주한 미군은 차출에서 감축단계를 거쳐 지상군의 철수 방향으로 가고 있고 한국 정부는 굳이 ‘바짓가랑이를 잡지 않을’ 태도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국가 안보는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이 점은 전력 보강 및 전략 보완 차원에서 철저히 분석돼야 한다. 우선 전력 보강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다. 당장 주한 미군 전체 병력(3만7000명)의 32%인 1만2500명이 빠지면 전진배치 대북 핵심 방어력이 감축됨으로써 그만큼 한국군의 대체전력 건설이 시급해진다. 미국은 앞으로 3년간 110억달러를 투자해 이를 보완한다지만 주로 무인정찰기, PAC-Ⅲ 같은 정보력 및 방어력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전쟁억지력 측면의 실질적 공격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전쟁 초기단계 응징보복력의 핵심을 주한 미군이 제공하게 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국방비 조달과 군사력 건설 소요 기간 측면에서 볼 때도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방 예산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에서 당장 전세계 평균치인 3.5%로 올리고 앞으로 20년간 209조원, 적어도 앞으로 6년간 64조원의 전투력 투자비를 써야 한다(국방연구원 자료). 이는 분배 중심 구조의 현 정부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는 수치다. 그렇다면 방위세를 부활시키든지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또한, 군사력 건설은 단순히 무기체계 세대교체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전 배치를 위한 상당한 정예기술군 훈련과 자체 개발 능력 확보를 요구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조기경보기 사업이 착수되고 내년에는 차기 대공미사일 및 F-15K 전폭기 도입이 시작되며 2008년에 이지스함이 건조된다 해도 자주국방의 토대는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나아가 야전군에 첨단작전정보시스템(C4I)을 구축하고 응용시키는 작업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군 감축에 따른 한미연합작전 체제의 전략 보완 문제에 있다. 우선, 주한 미군은 2006년까지 유사시 북한 특수부대 침투 저지 등 10개 특정 임무를 한국군에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미2사단의 포병여단과 항공여단의 감축이 단행되면 북한의 포진지에 대한 정밀타격과 종심공격 능력마저 우리 군이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미연합군이 기왕에 상정한 작전계획 수정은 말할 것도 없고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등 한미연합작전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 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번 주한 미군의 감축이 사실상 제2사단의 완전 철수 및 이의 스트라이커 기동여단으로 대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현재 문서상 존재하는 전시 미 증원군 투입 계획은 가동에 과연 이상이 없을 것인가? 이번 감축안이 비록 이라크전 상황과 연계된 미군의 세계재배치계획(GPR)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한미동맹이 특수관계에서 일반관계로 격하되고 일본이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서 볼 때 앞날이 예사롭지가 않다. 우리 정부 상층부의 태도가 “미국이 굳이 나간다는데 애써 잡을 이유가 뭐냐”는 식이라면 지금 미국은 “한국이 굳이 반대하지 않는데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른바 ‘협력적 자주국방’이 애초에 비미(批美)적인 대미 평등관계 요구와 반미 및 반한의 정서적 갈등관계에서 태동했기 때문에 그 안보 공백의 실질적 비용은 쉽게 계산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원래 안보문제는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결코 그 비용을 미리 계산해 주지 않는 법이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학 정치전문대학원장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6. 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