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현금 살포? 경제 붕괴가 더 급한데

코로나19 여파가 심상찮다. 전 세계 공급과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실물경제가 악화되고 기업 부도가 늘어나 금융권까지 주저앉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경제 전반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

산업 중간재 공급망 충격과 수요 위축은 전 세계 경제를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다. 지난 1월 말 우한 봉쇄를 시작으로 중국은 사실상 2개월 넘게 생산활동이 중단됐다. 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요 충격이 실물부문을 악화시키면 가계와 기업은 빚을 감당 못해 자산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자산가격 급락과 부실채권 누적으로 금융부문도 붕괴될 수 있다. 이 경우 경제 복구 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고, 한꺼번에 10년 치 GDP 성장분을 날릴 수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단축시켜 안전한 중간재 수급체계를 만들겠지만, 문제는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해외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데 당장 해외 출장부터 쉽지 않다. 자국이기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내산 대체가 늘어날 것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글로벌 충격에서 경제가 반등하더라도 수요는 한참 뒤에 복원됐다. 이번에는 심리적 충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생필품 외에는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자제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많은 국가가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피해는 인명, 정치·경제·사회적 손실을 포함한다. 격리와 국경 봉쇄를 하게 되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바이러스 차단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대만·싱가포르·베트남 등이 보여줬다. 경제 영향을 고려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코로나19 환자 발생 시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유럽·미국·일본은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 급기야 최고 단계의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무엇보다 금융부문 붕괴를 걱정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전대미문의 충격에 금융기관 부도를 막기 위해 미증유의 방법으로 경제 시스템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일차적으로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중앙은행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민간기업 회사채를 인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서 금융주는 반 토막 수준으로 꺾이는 중이다.

코로나19 대응책인 현금 살포도 문제다. 달러 기축통화 발권력을 가진 미국은 돈을 찍어 뿌려도 연방정부 부담이 덜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을 따라가기 어렵다. 공짜 점심이 없듯 정부 지출로 누군가 세금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언제 위기가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원을 아껴둬야 한다. 미국처럼 돈을 찍어 뿌리면 코로나19를 퇴치하더라도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 상황에서 현금을 뿌려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계층과 경제 시스템 붕괴를 막는 데 재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매경이코노미 2020. 4.27[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0&no=433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