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과 소비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어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고용사정이 악화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전체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충격을 받은 것이 이번 경제위기의 특징이다. 공급 충격은 중국 공급 망에 의존하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전 세계 제조업의 생산 활동이 중단되면서 비롯되었다. 수요 충격은 각국의 국경폐쇄와 이동제한조치, 전염을 우려한 소비활동 중지 등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왔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과 배달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위축되며,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사이에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무려 995만 명으로 1천만 명에 육박했다. 한국의 경우 3월 신규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19만1000명에 달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강력하고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유로존 19개국은 평균적으로 GDP의 11%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려고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은 현행 연간 6조 엔 규모의 ETF매입 규모 확대하였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연0.25%로 인하했다. 한국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기업의 긴급 자금수요 지원과 자금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58.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등 시장안정화 장치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향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제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로나가 통제되면 기업은 문을 열고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감에 따라 경기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종의 V자형 반등이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동안에는 경기가 계속 침체하다가 백신·치료제 개발 등이 이뤄지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U자형 회복’을 예고했다. 한편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경기침체를 “대공황보다 심한 특대급 대공황(Greater Depression)”으로 진단하며, “V자, U자,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 공급망도 재개될 것이고, 각국의 국경폐쇄와 이동제한조치가 풀리고 소비활동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로인해 각국이 처한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는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충격이 종식된 이후다.
코로나19와 같은 전혀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인해 실물부문과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경제 시스템 전체가 위태로워질 때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을 통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국민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각국이 취한 대응책을 보면 그 이상이다. 이러한 과도한 정책은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 이후 경기를 다시 침체시킬 가능성이 많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면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그리하면 경기가 침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이번 경기침체는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면서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후퇴하는 형태, 일종의 h자형을 띨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경제가 그런 형태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한국경제는 기업 활동을 옥죄고 민간의 활동을 가로막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네가티브 공급과 수요 충격이 완화되는 효과만 잠깐 나타나고 다시 하락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4·15 총선을 앞두고 재난기본소득,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살포하겠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다.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해야함은 물론, 정부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기치 하에 취해진 핵심 정책들을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법인세 등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 친노조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고, 국민연금 등을 이용해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돈 풀어서 경기를 살리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돈 푼다고 경제위기 극복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과 소비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어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고용사정이 악화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전체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충격을 받은 것이 이번 경제위기의 특징이다. 공급 충격은 중국 공급 망에 의존하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전 세계 제조업의 생산 활동이 중단되면서 비롯되었다. 수요 충격은 각국의 국경폐쇄와 이동제한조치, 전염을 우려한 소비활동 중지 등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왔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과 배달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위축되며,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사이에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무려 995만 명으로 1천만 명에 육박했다. 한국의 경우 3월 신규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19만1000명에 달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강력하고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유로존 19개국은 평균적으로 GDP의 11%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려고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은 현행 연간 6조 엔 규모의 ETF매입 규모 확대하였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연0.25%로 인하했다. 한국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기업의 긴급 자금수요 지원과 자금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58.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등 시장안정화 장치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향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제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로나가 통제되면 기업은 문을 열고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감에 따라 경기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종의 V자형 반등이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동안에는 경기가 계속 침체하다가 백신·치료제 개발 등이 이뤄지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U자형 회복’을 예고했다. 한편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경기침체를 “대공황보다 심한 특대급 대공황(Greater Depression)”으로 진단하며, “V자, U자,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 공급망도 재개될 것이고, 각국의 국경폐쇄와 이동제한조치가 풀리고 소비활동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로인해 각국이 처한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는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충격이 종식된 이후다.
코로나19와 같은 전혀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인해 실물부문과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경제 시스템 전체가 위태로워질 때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을 통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국민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각국이 취한 대응책을 보면 그 이상이다. 이러한 과도한 정책은 코로나 위기가 종식된 이후 경기를 다시 침체시킬 가능성이 많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면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그리하면 경기가 침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경기침체를 우려해서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이번 경기침체는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면서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후퇴하는 형태, 일종의 h자형을 띨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경제가 그런 형태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한국경제는 기업 활동을 옥죄고 민간의 활동을 가로막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네가티브 공급과 수요 충격이 완화되는 효과만 잠깐 나타나고 다시 하락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4·15 총선을 앞두고 재난기본소득,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더 많은 돈을 살포하겠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다.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해야함은 물론, 정부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기치 하에 취해진 핵심 정책들을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법인세 등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섭을 줄여야 한다. 친노조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고, 국민연금 등을 이용해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돈 풀어서 경기를 살리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브릿지경제 2020. 4.13[칼럼]
<원문>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00413010004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