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이유는 무얼까? 기업의 역할에 답이 있다. 기업은 인건비, 조세와 공과금, 금융비용과 임대료, 감가상각비 그리고 순이익이 합해진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투입물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다. 기업에게 ‘1+1=2’는 의미 없다. 새로운 가치가 부가되어 2 이상을 생산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가일수록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다. 경쟁에서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최적의 시장 균형이란 없다. 누군가는 균형을 흔들어 초과이윤을 달성한다.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이다.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新) 만들 때 따르는 이 고통을 경제학자 슘페터(J.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한다. 구각(舊殼)을 깨고 새로운 결합이 성공할 때 혁신은 초과이윤을 만든다. 초과이윤이 더해진 부가가치를 이해관계자들과 나눌 때 기업은 성장하고 경제는 발전한다. 그래서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분배하는 도관(conduit)이다.
기업가들은 왜 끊임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시도할까? 슘페터의 설명은 간결하다. 첫째는 지배자적 지위에 대한 매력이다. 사회적 권위에 도전할 기회가 적을수록 사적(私的) 제국을 건설하려는 열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승부욕이다. 경제행위는 스포츠와 같다. 이윤은 승리의 기념물이 된다. 그리고 창조에 대한 희열도 있다. 변화와 모험을 선택한 결과에 대한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도전과 혁신을 수행하는 힘을 우리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른다. 위험이 수반되는 기업가정신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건설적인 기업가정신은 사회에 부가가치를 더하지만 파괴적 기업가정신은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건설적인 기업가들의 혁신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예측 불허의 환경은 지금 성공하는 기업도 언제든지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IMF 외환위기로 국내 30대 그룹 중 17개 그룹이 소멸된 것도 급변한 환경 때문이었다. 1955년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한 회사가 60개에 불과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업의 평균 수명을 15년 정도로 추정할 정도다. 기업경영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의 기업들이 바짝 움츠려들고 있다. 외부의 대주주들이 경영 참여를 밝히지 않고도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 청구 등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어 헤지펀드에 지배권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제는 정부나 시민단체들까지 국민연금을 통해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21일 상법 시행령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사외이사와 주주총회에 대해 정치·사회적인 통제가 더해진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렵고 기업의 투자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시행령 개정을 보류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 달라는 경영계의 호소의 여운이 크다. 재작년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로 외부인사들의 경영간섭이 심해질수록 경영자는 장기적인 성장·발전보다 단기적인 이윤 추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다음달 예정된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관심거리다.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대한항공은 실패가 없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항공사가 된 배경에는 20년 넘게 매년 1조원씩 쏟아부은 기업가정신이 있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 빅 데이터에 수천억원을 투자 중인 이 기업의 경영권 다툼은 바람직한 걸까. 사모펀드의 목표는 단기 시세차익의 실현이다. 주주행동주의가 먼저 등장한 미국에서는 최근 헤지펀드의 개입으로 성장한 기업보다 경영의 안정성을 침해당한 기업이 더 많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과 성장을 위해 기업이 장기적 투자로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절실하다. 경영권 방어가 다급한 기업에 장기적 투자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의 안정화로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을 살려낼 고민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혁신과 경영권 방어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기업 혁신과 경영권 방어 딜레마
사업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이유는 무얼까? 기업의 역할에 답이 있다. 기업은 인건비, 조세와 공과금, 금융비용과 임대료, 감가상각비 그리고 순이익이 합해진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투입물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다. 기업에게 ‘1+1=2’는 의미 없다. 새로운 가치가 부가되어 2 이상을 생산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가일수록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다. 경쟁에서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최적의 시장 균형이란 없다. 누군가는 균형을 흔들어 초과이윤을 달성한다.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들이다.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新) 만들 때 따르는 이 고통을 경제학자 슘페터(J.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한다. 구각(舊殼)을 깨고 새로운 결합이 성공할 때 혁신은 초과이윤을 만든다. 초과이윤이 더해진 부가가치를 이해관계자들과 나눌 때 기업은 성장하고 경제는 발전한다. 그래서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분배하는 도관(conduit)이다.
기업가들은 왜 끊임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시도할까? 슘페터의 설명은 간결하다. 첫째는 지배자적 지위에 대한 매력이다. 사회적 권위에 도전할 기회가 적을수록 사적(私的) 제국을 건설하려는 열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승부욕이다. 경제행위는 스포츠와 같다. 이윤은 승리의 기념물이 된다. 그리고 창조에 대한 희열도 있다. 변화와 모험을 선택한 결과에 대한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도전과 혁신을 수행하는 힘을 우리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른다. 위험이 수반되는 기업가정신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건설적인 기업가정신은 사회에 부가가치를 더하지만 파괴적 기업가정신은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건설적인 기업가들의 혁신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예측 불허의 환경은 지금 성공하는 기업도 언제든지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IMF 외환위기로 국내 30대 그룹 중 17개 그룹이 소멸된 것도 급변한 환경 때문이었다. 1955년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한 회사가 60개에 불과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업의 평균 수명을 15년 정도로 추정할 정도다. 기업경영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의 기업들이 바짝 움츠려들고 있다. 외부의 대주주들이 경영 참여를 밝히지 않고도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 청구 등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어 헤지펀드에 지배권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제는 정부나 시민단체들까지 국민연금을 통해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21일 상법 시행령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사외이사와 주주총회에 대해 정치·사회적인 통제가 더해진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렵고 기업의 투자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시행령 개정을 보류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 달라는 경영계의 호소의 여운이 크다. 재작년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로 외부인사들의 경영간섭이 심해질수록 경영자는 장기적인 성장·발전보다 단기적인 이윤 추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다음달 예정된 한진칼의 주주총회가 관심거리다.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대한항공은 실패가 없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항공사가 된 배경에는 20년 넘게 매년 1조원씩 쏟아부은 기업가정신이 있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 빅 데이터에 수천억원을 투자 중인 이 기업의 경영권 다툼은 바람직한 걸까. 사모펀드의 목표는 단기 시세차익의 실현이다. 주주행동주의가 먼저 등장한 미국에서는 최근 헤지펀드의 개입으로 성장한 기업보다 경영의 안정성을 침해당한 기업이 더 많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과 성장을 위해 기업이 장기적 투자로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절실하다. 경영권 방어가 다급한 기업에 장기적 투자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의 안정화로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을 살려낼 고민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혁신과 경영권 방어의 딜레마를 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건설경제신문 2020. 2.13[칼럼]
<원문>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200212170756397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