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韓ㆍ美 안보동맹 - 남주홍
	2004-05-19
기로에 선 韓ㆍ美 안보동맹 그간 우려했던 바가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이 한ㆍ미 안보동맹의 기본 전제와 전략방법론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온 것이다. 겉으로는 이라크사태 관리 를 위한 긴급 처방 형식으로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차출해 가는 것이지만 실제 로는 기존의 전진배치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나아가 '중도좌파' 성향의 한국정 부 등장에 따른 동맹관계를 이번 기회에 새롭게 재정립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 을 느낀 것이다. 우선 이라크전은 애초부터 지난 91년 초의 걸프전 때와 성격이 달랐다. 걸프전 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에 대한 방어적인 응징보복전이었는데 비해 이번 전 쟁은 예방적인 선제공격이었기 때문에 전쟁이 갈수록 비군사적 논리, 즉 종교 및 민족주의로 전쟁화되는 이상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이 전투는 쉽게 이기고도 막상 전쟁 그 자체를 끝내기가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것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고도로 정예화된 전진배치 미군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고, 주한미군도 예외일 수가 없다. 보다 전략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이번 주한미군 1개 여단의 이라크전 차 출은 미군의 세계 재배치 계획에 따른 감축 내지 철수에 해당한다. 미 국방부 는 이 병력이 한국으로 원대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주한미군 역 할 변경과 한ㆍ미 연합작전체제의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부시행정부는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해외주둔 미군 재편 검토계획(GPR)에 따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에 주둔한 미군 규모를 축소하고 역할도 변경시킬 것 이라고 예고한 바 있고 새로운 군사과학 방법론으로 안보공약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걸프전과 아프카니스탄전 그리고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검증 된 혁신적인 첨단 군사기술의 등장으로 더이상 현 수준의 전진배치 병력이 필 요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향후 5년 간 110억달러를 투자해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화력 과 기동력을 보강하되 그만큼 병력규모를 줄이고 나머지 잔류병력도 신속기동 군화해서 한국 외 다른 지역 방어에 전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것이 한마 디로 기술전쟁 개념의 '럼즈펠드 독트린'이고 예방전쟁 개념의 '부시 독트린'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의 주한미군 감축결정이 반드시 이러한 이라크 상황변화나 장기적 전략계획에서만 비롯되지 않았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부시행정부 등장 이래 공화당의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대미 자주외 교론'과 '평등관계론' 및 '자주국방론'을 기본적으로 반미주의적 성향의 발로 로 간주해 왔고 기회있을 때마다 한국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햇볕정책이 한ㆍ미 안보동맹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심지어 대북 비밀 현금지 원은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마저 부정한 셈이라고 통박했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온 반미감정이 점차 친북성향으로 흐르더니 노무현정부 들어와서 급기야 주적이 북한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일부 여론조사까지 나오자 미국의 조야는 경악했다. 9ㆍ11테러는 이러한 의미에서 크게는 미국의 국가안보관, 작게는 한ㆍ미 동맹 관을 크게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미국이 무섭게 변한 것이다. 그 래서 이제 미 고위관리들은 "한국이 원치 않으면 (즉 반미감정이 극심하면) 우 리는 언제라도 떠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한국정부가 북핵문제 등에 있 어서 햇볕정책식 대북유화론이나 소위 '미ㆍ북 중재론'을 고수한다면 미국은 자국안보를 위해서라도 북핵위협에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점은 설사 다음 미 대선에서 민주당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지연은 워싱턴 일각의 반한감정 내지는 염 한(厭韓)의식을 더 자극하는 셈이 되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1개 여단이 빠져도 전쟁억제력은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쟁억제력은 단순히 군사능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인 정치적 의지, 즉 강력한 한ㆍ미 안보동맹 정신의 구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반미와 반한 감정이 맞물리고 이 정부의 자주국방 론과 미국의 독자적 세계전략이 상충되면서 한ㆍ미 안보동맹이 그야말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철수하는 미 보병여단은 바로 서울 북방의 남침통로를 지키는 인계철선이자 한ㆍ미 연합 작전의 상징적 부대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중장기적 대책은 무엇이며 당장의 전력보강과 전략보완은 어 떻게 할 것인가. 참여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출처 - 매일경제 2004. 5.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