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사 해임까지도 요구하는 강력한 주주 제안을 포함한 지침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공청회를 열어 발표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이 중점관리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기업이 말을 듣지 않으면 주주 제안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 배당이나 임원의 보수 한도 적정성 등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죄 확정 전이라도 이사 해임을 검토하며,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 정관 변경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도 경영 관여의 걸림돌인 ‘5% 룰’을 약식보고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지원에 나섰다.
경영 관여 사유를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의 발생으로 한정하지만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배당 등 주주 환원도 기업 경영의 복합적인 산물이기에 적정 배당 수준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투자자 압력에 따른 주주 환원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높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를 높인다는 증거도 없다. 지배구조와 환경, 사회적 책임도 고려하는 ‘책임투자’ 목적의 주주 제안 도입 방안도 있으나 개념이 모호해 주주 이익보다는 공공성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에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하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등 20여 개국이 도입했다. 주로 주주 환원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한국은 이사 연임 반대나 사외이사, 감사 추천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다.
국민연금이 외국 공적연금과 같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우선,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줄여야 한다. 외국 공적연금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극히 낮아 주로 타국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라 부담이 적다. 반면에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300개에 달해 사실상 국내 모든 상장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가 수탁자인 국민의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품거나 해외 투기자본이 편승하게 되면 이해관계가 얽혀 분란에 휘말리기 쉽다.
투명하고 공정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전문성·신뢰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외국 공적연금은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기금운용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처럼 연금보호법을 강화해 기금운용과 예산집행에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있다.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 공적연금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직접투자가 아닌 수익증권 형태로 전액 위탁운용하고 주주권 행사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탁운용사에 넘기는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무화했다.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검토하지만, 최종 결정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하게 돼 있다. 대표성이 중요한 기금운용위는 기업 경영에 관여할 권한은 있으나 기업 실적이나 기금 성과가 나빠져도 책임은 없다. 주주활동이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기금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이 먼저다. 그때까지는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경영진 면담 정도로 낮은 수준의 주주활동을 하면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국민연금 ‘주주권 지침’의 위험성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까지도 요구하는 강력한 주주 제안을 포함한 지침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공청회를 열어 발표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이 중점관리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기업이 말을 듣지 않으면 주주 제안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 배당이나 임원의 보수 한도 적정성 등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법령상 위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죄 확정 전이라도 이사 해임을 검토하며,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 정관 변경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도 경영 관여의 걸림돌인 ‘5% 룰’을 약식보고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지원에 나섰다.
경영 관여 사유를 기업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의 발생으로 한정하지만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배당 등 주주 환원도 기업 경영의 복합적인 산물이기에 적정 배당 수준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투자자 압력에 따른 주주 환원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높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를 높인다는 증거도 없다. 지배구조와 환경, 사회적 책임도 고려하는 ‘책임투자’ 목적의 주주 제안 도입 방안도 있으나 개념이 모호해 주주 이익보다는 공공성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에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하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등 20여 개국이 도입했다. 주로 주주 환원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한국은 이사 연임 반대나 사외이사, 감사 추천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다.
국민연금이 외국 공적연금과 같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우선,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줄여야 한다. 외국 공적연금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극히 낮아 주로 타국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라 부담이 적다. 반면에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300개에 달해 사실상 국내 모든 상장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가 수탁자인 국민의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품거나 해외 투기자본이 편승하게 되면 이해관계가 얽혀 분란에 휘말리기 쉽다. 투명하고 공정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전문성·신뢰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외국 공적연금은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기금운용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처럼 연금보호법을 강화해 기금운용과 예산집행에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있다.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 공적연금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직접투자가 아닌 수익증권 형태로 전액 위탁운용하고 주주권 행사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탁운용사에 넘기는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무화했다.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검토하지만, 최종 결정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임명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하게 돼 있다. 대표성이 중요한 기금운용위는 기업 경영에 관여할 권한은 있으나 기업 실적이나 기금 성과가 나빠져도 책임은 없다. 주주활동이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기금의 이익을 위해 행사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이 먼저다. 그때까지는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경영진 면담 정도로 낮은 수준의 주주활동을 하면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11.14[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114010739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