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북한 선원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넘겨졌다’. 송환의 결정과 집행은 투명하지 못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군이 송환을 집행 감독했는데도 국방장관조차 모른 채 일이 진행됐고, 담당 장교가 휴대전화 문자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만 알린 것을 보면 의혹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보도가 없었다면 국민은 모른 채 이 사안이 묻혔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8일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이들의 북송(北送)과 관련,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 발언의 진위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 사건은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적용, 국제법상의 보호조치, 형사사건의 관할권 문제 등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대한민국 헌법 제3조(영토 조항)의 정신에 따라 귀순한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 왔음은 확립된 방향이다. 더욱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 법의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 법 제9조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보호 대상인지에 대한 결정은 법적 타당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현재까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 근거로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했다는 특수정보가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단 5일 간의 조사만으로 안대를 씌우고 포박한 채 판문점으로 데려가 북측에 넘긴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도 반한다. 대상자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는 보도는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측에 넘겨졌음을 추론케 한다.
그런 논의에 앞서는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앨턴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탈북 선원들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죽음이 도사리는 베를린장벽 저 너머로 되돌려보내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준수해야 할 유엔고문방지협약은 제3조에서,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북 인권 변호사인 조슈아 스탠턴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기 전에 절대 이들을 살인자로 추정해선 안 되며 인도적인 처우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이 사안을 결정한 당국자는 평화라는 단선적 지향성에 묻혀, 경색된 남북 대화를 풀기 위한 고육책으로 오답을 찾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정치인들 간의 타협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사람들 간의 통합이 이뤄져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는 동독 체제를 빗대어, 안으로의 억압을 통해 밖으로는 문을 걸어 잠가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체제가 지배하는 고문과 죽음의 땅으로 혐의를 기정사실화해 선원들을 돌려보낸 셈이다. 독일 통일의 기초를 닦은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통일보다 자유가 우선’이란 말을 곧잘 인용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정답도 여기에 있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할지라도 우리의 통일은 정치인들의 희망적 의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가 회복되고, 한민족의 동질성을 찾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진정한 평화요 흔들림 없는 통일이 되기 때문이다.
탈북자 강제 北送 문제점과 평화 환상
지난 7일,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북한 선원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넘겨졌다’. 송환의 결정과 집행은 투명하지 못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군이 송환을 집행 감독했는데도 국방장관조차 모른 채 일이 진행됐고, 담당 장교가 휴대전화 문자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만 알린 것을 보면 의혹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보도가 없었다면 국민은 모른 채 이 사안이 묻혔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8일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이들의 북송(北送)과 관련,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 발언의 진위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 사건은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적용, 국제법상의 보호조치, 형사사건의 관할권 문제 등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대한민국 헌법 제3조(영토 조항)의 정신에 따라 귀순한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 왔음은 확립된 방향이다. 더욱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 법의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 법 제9조에 따라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보호 대상인지에 대한 결정은 법적 타당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현재까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 근거로 북한군의 통신을 감청했다는 특수정보가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단 5일 간의 조사만으로 안대를 씌우고 포박한 채 판문점으로 데려가 북측에 넘긴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도 반한다. 대상자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는 보도는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측에 넘겨졌음을 추론케 한다.
그런 논의에 앞서는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앨턴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탈북 선원들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죽음이 도사리는 베를린장벽 저 너머로 되돌려보내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준수해야 할 유엔고문방지협약은 제3조에서,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북 인권 변호사인 조슈아 스탠턴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기 전에 절대 이들을 살인자로 추정해선 안 되며 인도적인 처우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이 사안을 결정한 당국자는 평화라는 단선적 지향성에 묻혀, 경색된 남북 대화를 풀기 위한 고육책으로 오답을 찾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정치인들 간의 타협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사람들 간의 통합이 이뤄져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는 동독 체제를 빗대어, 안으로의 억압을 통해 밖으로는 문을 걸어 잠가 권력을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 체제가 지배하는 고문과 죽음의 땅으로 혐의를 기정사실화해 선원들을 돌려보낸 셈이다. 독일 통일의 기초를 닦은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는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의 ‘통일보다 자유가 우선’이란 말을 곧잘 인용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정답도 여기에 있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할지라도 우리의 통일은 정치인들의 희망적 의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가 회복되고, 한민족의 동질성을 찾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진정한 평화요 흔들림 없는 통일이 되기 때문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11.12[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112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