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급변하는데 - 사공일
	2004-05-18
세계는 급변하는데 바깥세상 알아야 살아남아 외국인투자 줄어도 無대책 며칠 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개최되었던 어느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세계의 빠른 변화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독일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적 여건을 갖고 있어, 잦은 외부침입뿐 아니라 수차에 걸친 국가분할과 국가소멸까지도 겪어야 했던 쓰라린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또한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구소련 지배하에 있던 폴란드는 바르샤바 조약군의 본부가 위치한 구소련 중심의 공산주의 보루 역할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폴란드는 지정학적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나라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폴란드가 1999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외침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가맹국이 되었다. 게다가 지난 5월 1일에는 25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의 일원이 됨으로써 장기적인 국가경제 발전의 큰 기틀도 마련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지구촌 대변화의 일면이다. 이러한 대변화는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특유의 실용주의적 국가경제 발전 전략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발전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 경제발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우선 동아시아지역 내에서 경제적 최강국 지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내다보는 나라의 ‘장기 고도성장 피로증’으로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을 겪어 왔던 일본 경제도 최근 들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또한 동아시아지역 내에서의 중국 위상 강화에 뒤질세라 우리나라를 위시하여 ASEAN과 개별 ASEAN국가들과의 FTA체결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현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서 막강한 경제적 저력을 가진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강화 등 적극적인 국제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군사력을 지닌 ‘정상국가’로서의 강한 국가 위상을 굳혀 나가기 위한 기반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숙명적으로 불리한 지정학적 여건 속에 놓여있는 중간 규모의 나라로서, 주변 강대국을 위시한 바깥세상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빠른 대외지향적(對外志向的) 대응책을 펼쳐나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바깥세상 변화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無知)가 빚어낸 대내지향적(對內志向的)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 모두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무역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나라가 첫 FTA체결을 위해 쉬운 상대로 채택한 남미의 칠레와의 FTA 체결에 그 많은 국력과 시간을 낭비했겠는가. 또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겠다는 바람직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난 4년간 줄곧 줄어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사관계 개선 등 근본 대책 마련이 미흡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뼈저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국민 모두가 대외지향적 진취적 사고를 갖고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우리 살길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4. 5.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