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에서 13차 협상을 갖고 1단계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단계 중 1단계를 합의했고, 중국은 매년 400억~500억달러 미국 농산물을 수입할 것이므로 농민들은 농토를 늘리고 잔업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중국 반응은 신통찮다. 2500억달러에 대한 추가 5% 관세 부과가 유예된 것 외에는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미중 갈등을 확대시키지 않게 됐다는 점을 중시했을 수 있다. 당초 예상했던 ‘스몰딜’보다 한참 모자라는 ‘미니딜’ 수준이다.
이번 미니딜과 관련해 궁금한 점은 중국의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다. 올 초부터 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개도국 지위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 아래 이른바 ‘WTO 개도국 재분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에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없기에 미국은 WTO 차원의 재분류를 제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국가 기준을 WTO 일반이사회에서 공식 제기했다.
현재 WTO 규범은 개도국에 관세 인하, 보조금, 협정 이행 등 150여가지 특혜를 제공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무역 규범을 도입하면서 국가별 사정을 감안하고 많은 개도국 협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혜를 규정했다. 개도국 여부는 ‘자가선언’ 방식을 채택했다. 회원국이 개도국이라 선언하면 국제사회가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에 한해 개도국이라는 점을 밝혀 농업 분야 개방과 협정 이행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에서 시장 개방 논의가 시작되면서 개도국 지위 문제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개도국 지위 특혜를 누리는 국가가 많다는 점과 함께 신흥국을 개도국으로 대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농업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기존 ‘특별대우(S&D)’ 외에 ‘특별품목’ 등과 같은 방안이 논의돼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 자가선언 방식 변경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변경 시 농업 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어 WTO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논의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계를 이유로 자국 무역대표부(USTR)에 개도국 재분류 결과를 90일 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은 개도국 지위 포기 대상 국가 기준을 4가지로 제시해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포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자국 통상법을 총동원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4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된다.
개도국 지위 재분류는 향후 다자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미국의 포석일 수 있다. 하지만 WTO 체제 아래서 중국의 특혜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미국 전략이 주로 작용했다. USTR에 지시한 시한으로 보면 이번 ‘미니딜’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어야 하지만 중국 외 다른 국가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양국이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기로 했을 수 있다. 개도국 지위 문제는 별건으로 처리하기로 할 가능성도 높다.
대만, 브라질 등은 이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통상당국도 포기 쪽으로 가닥을 굳힌것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보복 타깃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함께 더 이상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국내 농업계 반발이 있지만 국제 통상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통상당국의 고충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개도국 지위 재분류 논란 미국의 中 압박 카드 될까
지난 10월 중순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에서 13차 협상을 갖고 1단계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단계 중 1단계를 합의했고, 중국은 매년 400억~500억달러 미국 농산물을 수입할 것이므로 농민들은 농토를 늘리고 잔업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중국 반응은 신통찮다. 2500억달러에 대한 추가 5% 관세 부과가 유예된 것 외에는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미중 갈등을 확대시키지 않게 됐다는 점을 중시했을 수 있다. 당초 예상했던 ‘스몰딜’보다 한참 모자라는 ‘미니딜’ 수준이다.
이번 미니딜과 관련해 궁금한 점은 중국의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다. 올 초부터 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개도국 지위 특권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 아래 이른바 ‘WTO 개도국 재분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중국에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없기에 미국은 WTO 차원의 재분류를 제안했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국가 기준을 WTO 일반이사회에서 공식 제기했다.
현재 WTO 규범은 개도국에 관세 인하, 보조금, 협정 이행 등 150여가지 특혜를 제공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무역 규범을 도입하면서 국가별 사정을 감안하고 많은 개도국 협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혜를 규정했다. 개도국 여부는 ‘자가선언’ 방식을 채택했다. 회원국이 개도국이라 선언하면 국제사회가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에 한해 개도국이라는 점을 밝혀 농업 분야 개방과 협정 이행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에서 시장 개방 논의가 시작되면서 개도국 지위 문제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개도국 지위 특혜를 누리는 국가가 많다는 점과 함께 신흥국을 개도국으로 대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농업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기존 ‘특별대우(S&D)’ 외에 ‘특별품목’ 등과 같은 방안이 논의돼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 자가선언 방식 변경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변경 시 농업 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어 WTO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논의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계를 이유로 자국 무역대표부(USTR)에 개도국 재분류 결과를 90일 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은 개도국 지위 포기 대상 국가 기준을 4가지로 제시해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포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자국 통상법을 총동원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4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된다.
개도국 지위 재분류는 향후 다자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미국의 포석일 수 있다. 하지만 WTO 체제 아래서 중국의 특혜를 약화시키고자 하는 미국 전략이 주로 작용했다. USTR에 지시한 시한으로 보면 이번 ‘미니딜’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어야 하지만 중국 외 다른 국가의 개도국 지위 포기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양국이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기로 했을 수 있다. 개도국 지위 문제는 별건으로 처리하기로 할 가능성도 높다.
대만, 브라질 등은 이미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통상당국도 포기 쪽으로 가닥을 굳힌것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보복 타깃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과 함께 더 이상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국내 농업계 반발이 있지만 국제 통상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통상당국의 고충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매경이코노미 2019. 10.28[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9&no=879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