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약속’으로 새출발하자 - 이종훈
2004-05-17
‘상생 약속’으로 새출발하자 1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결정이 기각으로 선고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2개월여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다시 시작하는 노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며, 무엇보다도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의 미래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데 일단의 원인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탄핵 정국에 따른 국민의 불안과 국정 공백 및 사회 갈등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탄핵소추의 원인과 결과가 어디에 있든 심기일전(心機一轉)하는 자세와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국민 대부분이 탄핵소추를 반대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했다고 해서 내가 모두 옳았고 내가 이겼다는 자만은 대인다운 큰 정치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리감에 도취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직을 더욱 잘 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여 겸허한 자세를 보이고 특히 국정에 관한 새롭고도 확실한 청사진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 청사진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혼란에 따른 국민적인 불안에 책임을 통감하고 참여정부 제2기 4년간의 새 국가 발전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특히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 구조 중에서 이념간 갈등은 5%, 세대간 갈등은 10%, 지역간 갈등은 20%, 계층간 갈등은 40% 정도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이념간 갈등보다는 세대간 갈등이 두 배, 세대간 갈등보다는 지역간 갈등이 두 배, 지역간 갈등보다는 계층간 갈등, 즉 빈부 격차의 갈등이 두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 안정과 발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최근의 국정은 국내외적으로 총체적인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차이나 쇼크·석유파동·이라크전쟁 등으로 국제경제가 불안해지고 있으며 투자와 고용의 위축 속에서 국내 수요의 고갈이라고 하는 신종 불경기가 그 원인이 되고 있다. 종래의 경기순환론적인 경제 정책으로는 이러한 국면을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발상의 전환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가 혼연 일체가 되어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경제공동화, 생산 요소와 공장이 외국으로 탈출하는 산업공동화, 사회적인 정의와 원칙이 무시되는 사회공동화, 대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까지도 빠져나가는 교육공동화 등에 의한 총체적인 위기 국면을 해결할 종합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와 산업의 구조와 시스템을 지식화·정보화·기술화시키고 모든 산업의 0.5차화 플러스전략을 세워 경제의 소프트화를 한 차원 높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 전략을 세워 우리가 중국보다 항상 한 발 앞서가는 진일보 전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 탄핵 정국과 경제적인 혼란이 가져온 총체적인 위기 상황의 실체는 이념간·세대간·지역간·계층간의 갈등 심화로 구체화되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는 여와 야의 대립, 경제적으로는 노와 사의 대립, 사회적으로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대립으로 표출되고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일정 기간 여와 야, 노와 사, 정부와 시민단체 대표들과 같이 모든 대립과 갈등에 대해 휴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모두가 합심하여 먼저 국내외적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상생의 약속을 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제 대통령직에 복귀한 만큼 중립적인 학계와 종교계, 언론계 등 사회 지도층을 중심으로 국정자문단을 새롭게 구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휴전 상태를 점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갈등의 양측 당사자 모두가 국민의 평가를 받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한편 이를 실천하는 새출발을 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경실련 고문/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5. 1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