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 때 4대 경제단체장이 주 52시간 근무제(52시간제) 확대 시행에 따른 기업의 애로 사항과 제도 개선을 건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행을 연기하거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단계적 확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 방안은 주 52시간제의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한 졸속 행정의 전형이다.
근로시간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의 합의로 결정될 사안이다. 문제의 출발은 선동적 구호였다. 일각에서 OECD 통계를 들먹이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2052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였다. 2052시간은 주당 약 39시간에 불과한 근로시간이다. OECD의 평균 근로시간 통계는 자영업자와 단기근로자 등을 모두 포함한 통계다. 밤낮으로 일하는 자영업자들의 근로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임을 고려할 때, 고용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길다고만 볼 수 없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독일이다. 2018년 기준 독일의 평균 근로시간은 1363시간이다. 주당 26시간에 불과하다. 2018년 독일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단기근로자의 비중은 22%다. 우리나라의 12.2%보다 월등히 높다. 독일의 자영업자 비중은 9.9%이고 우리나라는 25.1%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을 낮추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다.
2018년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7월 1일부터 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52시간제를 ‘52시간의 마법’이라고 홍보하면서 근로자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호도했다. 그해 평균 근로시간은 줄었다. 주된 이유는 최저임금의 급상승으로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는 데 있다. 2018년 단기 근로자의 비중은 2016년 10.8%에서 13% 급증했다. 평균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고용비용은 늘고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근로자들도 소득이 줄었다.
52시간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불합리한 적용 방법과 대상이다. 기업의 고용 규모를 기준으로 2018년 7월 1일부터는 300인 이상 고용 기업, 2020년 1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고용 기업, 2021년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고용 기업에 대해 52시간제를 시행한다. 경제적 타격이 큰 순서로 52시간제를 적용한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부가 스스로 만든 셈이다.
52시간제는 근로자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무직과 연구직에 적용돼선 안 된다. 특히 연구직의 경우, 근무 특성상 연구·개발 계획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하기 어렵다. 근무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생산직에만 적용돼야 한다.
특례업종도 육상·수상·항공 운송업, 기타 운송서비스업, 보건업에 국한할 게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총 근로시간보다 연속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기시간이 총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만큼 총 근로시간은 업무 환경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52시간제는 잘못된 이유로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법으로 집행한 사례다. 근로자도 불만이고 경영자도 불만인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근본적인 시정(是正)이 화급하다.
땜질 아닌 근본是正 화급한 52시간제
지난 4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 때 4대 경제단체장이 주 52시간 근무제(52시간제) 확대 시행에 따른 기업의 애로 사항과 제도 개선을 건의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행을 연기하거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단계적 확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 방안은 주 52시간제의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한 졸속 행정의 전형이다.
근로시간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의 합의로 결정될 사안이다. 문제의 출발은 선동적 구호였다. 일각에서 OECD 통계를 들먹이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2052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였다. 2052시간은 주당 약 39시간에 불과한 근로시간이다. OECD의 평균 근로시간 통계는 자영업자와 단기근로자 등을 모두 포함한 통계다. 밤낮으로 일하는 자영업자들의 근로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임을 고려할 때, 고용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길다고만 볼 수 없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독일이다. 2018년 기준 독일의 평균 근로시간은 1363시간이다. 주당 26시간에 불과하다. 2018년 독일의 경우, 전체 근로자 중 단기근로자의 비중은 22%다. 우리나라의 12.2%보다 월등히 높다. 독일의 자영업자 비중은 9.9%이고 우리나라는 25.1%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을 낮추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다.
2018년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7월 1일부터 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52시간제를 ‘52시간의 마법’이라고 홍보하면서 근로자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호도했다. 그해 평균 근로시간은 줄었다. 주된 이유는 최저임금의 급상승으로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는 데 있다. 2018년 단기 근로자의 비중은 2016년 10.8%에서 13% 급증했다. 평균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고용비용은 늘고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근로자들도 소득이 줄었다.
52시간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불합리한 적용 방법과 대상이다. 기업의 고용 규모를 기준으로 2018년 7월 1일부터는 300인 이상 고용 기업, 2020년 1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고용 기업, 2021년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고용 기업에 대해 52시간제를 시행한다. 경제적 타격이 큰 순서로 52시간제를 적용한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부가 스스로 만든 셈이다.
52시간제는 근로자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무직과 연구직에 적용돼선 안 된다. 특히 연구직의 경우, 근무 특성상 연구·개발 계획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하기 어렵다. 근무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생산직에만 적용돼야 한다.
특례업종도 육상·수상·항공 운송업, 기타 운송서비스업, 보건업에 국한할 게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총 근로시간보다 연속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다. 대기시간이 총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만큼 총 근로시간은 업무 환경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52시간제는 잘못된 이유로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법으로 집행한 사례다. 근로자도 불만이고 경영자도 불만인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근본적인 시정(是正)이 화급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10.8[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008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