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주 의미있는 한일간 재계 행사가 개최되었다. 어렵사리 한일경제인회의가 지난 24~25일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정례회의가 연기된 데 이어 올해 5월로 예정되었던 한일경제인회의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한일간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올해초 사전협의 모임에서 일본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자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중재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3권분립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일본은 무역보복을 시사했다. 경제산업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재계단체들은 자국 정부의 분위기를 의식해 정례회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통관 우대국가)에서 제외할 것임을 밝히자 우리 정부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악화되었다.
이번 회의는 우리측의 요청에 일본 재계가 응한 것으로, 이번 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일 관계를 낙관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정상화를 위한 기업인들의 대화 채널이 시동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항은 올해 말로 예정된 신일철주금에 대한 압류 자산 매각일 것이다. 몇몇 학자들은 정부가 문제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강제 매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반일 감정을 내년 총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오히려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들어 수출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현실화 되고, 내달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아무런 합의없는 '노딜'이 되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다가 한일 무역갈등까지 겹치면 우리나라 수출은 현재 전망보다 더 빠질 수 있다. 미래 전망이 더욱더 불투명해짐에 따라 내수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대외통상 환경과 국내 내수 상황으로 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경제악화를 일본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아무리 반일 감정을 흔들어도 표심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 8월 일자리가 45만개 생겼고 드디어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금방 들통이 났지 않았는가. 39만개가 재정으로 만들어진 노인 일자리이고 청장년들 일자리는 고작 6만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모임이고,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인들은 '서울클럽'을 만들어 한일간 관계 개선에 앞장서 왔다.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어도 기업인들은 정경분리를 주장해 왔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일전에 미국에서 제안했듯이, 양국이 취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무효화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중재에 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반대론자의 다수는 우리나라가 승소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중재 기간이 늘어나면서 양국 관계 악화 지속과 이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국제중재보다는 미국측이 제안한 안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정부는 유엔총회 기간 한미정상회의를 일본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던 것 같은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한일 갈등이 깊어지거나 장기화 되면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의 손실이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의 수출의존도는 10%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60% 내외 수준이다. 대외 통상여건이 악화되는 현 시점에 한일 갈등을 유지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와 같다. 미국도 등돌린 한일 갈등, 우리 스스로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도 등돌린 韓日 갈등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주 의미있는 한일간 재계 행사가 개최되었다. 어렵사리 한일경제인회의가 지난 24~25일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정례회의가 연기된 데 이어 올해 5월로 예정되었던 한일경제인회의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한일간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올해초 사전협의 모임에서 일본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자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중재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3권분립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일본은 무역보복을 시사했다. 경제산업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재계단체들은 자국 정부의 분위기를 의식해 정례회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통관 우대국가)에서 제외할 것임을 밝히자 우리 정부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악화되었다.
이번 회의는 우리측의 요청에 일본 재계가 응한 것으로, 이번 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일 관계를 낙관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정상화를 위한 기업인들의 대화 채널이 시동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항은 올해 말로 예정된 신일철주금에 대한 압류 자산 매각일 것이다. 몇몇 학자들은 정부가 문제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강제 매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반일 감정을 내년 총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오히려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들어 수출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현실화 되고, 내달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아무런 합의없는 '노딜'이 되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다가 한일 무역갈등까지 겹치면 우리나라 수출은 현재 전망보다 더 빠질 수 있다. 미래 전망이 더욱더 불투명해짐에 따라 내수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대외통상 환경과 국내 내수 상황으로 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1%대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경제악화를 일본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아무리 반일 감정을 흔들어도 표심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 8월 일자리가 45만개 생겼고 드디어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금방 들통이 났지 않았는가. 39만개가 재정으로 만들어진 노인 일자리이고 청장년들 일자리는 고작 6만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모임이고,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기업인들은 '서울클럽'을 만들어 한일간 관계 개선에 앞장서 왔다.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어도 기업인들은 정경분리를 주장해 왔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일전에 미국에서 제안했듯이, 양국이 취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무효화하고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중재에 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반대론자의 다수는 우리나라가 승소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중재 기간이 늘어나면서 양국 관계 악화 지속과 이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국제중재보다는 미국측이 제안한 안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정부는 유엔총회 기간 한미정상회의를 일본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던 것 같은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한일 갈등이 깊어지거나 장기화 되면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의 손실이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의 수출의존도는 10%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60% 내외 수준이다. 대외 통상여건이 악화되는 현 시점에 한일 갈등을 유지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와 같다. 미국도 등돌린 한일 갈등, 우리 스스로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디지털타임스 2019. 9.29[칼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93002102369660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