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 한·일 지소미아 파기
한·미 통상 악화로 불똥 우려
對美 통상 수습에 적극 나서야
경기순환 분석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면 경기침체인 것으로 판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거나 연속 2분기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독일,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경제 또는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던 국가들이 경기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 8월 중순 미국의 월가는 쇼크 수준의 주가 하락으로 비명을 질렀고, 장단기 금리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마저 약발이 다하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 폭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75%를 미국에서 거두고 있는 멕시코 경제에 대한 타격은 멕시코를 주력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크고 작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기 부진을 초래할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오는 10월 말로 예정돼 있다. EU와 어떤 합의도 없이 무조건 탈퇴하겠다는 ‘노딜’ 불사(不辭)를 외치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반발해 최근 영국 하원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여당 의원 상당수와 존슨 총리의 측근도 이 법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후유증은 단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경제의 우등생’인 독일 경제도 흔들리고 있고, EU 전체와 세계 경제에도 주름살을 남길 것이 틀림없다.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한 일본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이 악화하고 있고, 실물경제 곳곳에서 불길한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중간재 수출을 특화한 일본 제조업이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 부진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경제 내리막길은 길 것이다. 전방위 경기부양을 독려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 환경·노동 등 규제 강화로 많은 외국의 투자 기업이 탈(脫)중국 했고, 미국의 초강력 무역 제재로 대미(對美)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위협에 밀어내기 수출과 재고 비축을 위한 미국 바이어의 주문이 늘었기에 올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늘었지만, 조만간 15∼25% 관세 인상 영향이 현실화할 것이다.
중국의 수출 부진은 중국과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 연결돼 있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가 경쟁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출 시장을 찾으면서 수출단가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1%대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글로벌 경기 악화, 일본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6조 원 가까운 규모의 추경에다가, 사상 최초로 530조 원대 내년도 예산안을 책정하고 있다. 확장재정이 경기침체 대응 방안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늘어난 예산이 경제잠재력 확충에 기여하지 못하고 일회성 효과로 끝난다면 풀린 돈은 경제에 독이 된다.
대외 통상(通商) 개선은 재정 지출 확대보다 효과가 크지만, 부작용은 훨씬 작다. 그런데도 대외정책은 경제통상 관점보다 수긍하기 어려운 ‘자해성’ 정치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일본과 ‘대등한 조치 구도’를 위해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발표했던 한·미 관계가 크게 뒤틀리면서 지소미아 불똥이 한·미 통상 관계에까지 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종료 결정도 문제지만 시점 역시 너무 안 좋다. 얼마 안 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심기를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시한에 맞춰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이달 말의 유엔총회 기간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뒷수습 자리가 됐으면 한다.
通商이 ‘자해성 정치’에 밀리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 한국 타격 우려
일회성 재정 확대는 경제에 毒
通商 개선은 재정보다 효과적
정치논리 한·일 지소미아 파기
한·미 통상 악화로 불똥 우려
對美 통상 수습에 적극 나서야
경기순환 분석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면 경기침체인 것으로 판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거나 연속 2분기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독일,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경제 또는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던 국가들이 경기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 8월 중순 미국의 월가는 쇼크 수준의 주가 하락으로 비명을 질렀고, 장단기 금리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마저 약발이 다하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 폭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75%를 미국에서 거두고 있는 멕시코 경제에 대한 타격은 멕시코를 주력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크고 작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기 부진을 초래할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오는 10월 말로 예정돼 있다. EU와 어떤 합의도 없이 무조건 탈퇴하겠다는 ‘노딜’ 불사(不辭)를 외치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반발해 최근 영국 하원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여당 의원 상당수와 존슨 총리의 측근도 이 법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후유증은 단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경제의 우등생’인 독일 경제도 흔들리고 있고, EU 전체와 세계 경제에도 주름살을 남길 것이 틀림없다.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한 일본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이 악화하고 있고, 실물경제 곳곳에서 불길한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중간재 수출을 특화한 일본 제조업이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 부진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경제 내리막길은 길 것이다. 전방위 경기부양을 독려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 환경·노동 등 규제 강화로 많은 외국의 투자 기업이 탈(脫)중국 했고, 미국의 초강력 무역 제재로 대미(對美)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위협에 밀어내기 수출과 재고 비축을 위한 미국 바이어의 주문이 늘었기에 올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늘었지만, 조만간 15∼25% 관세 인상 영향이 현실화할 것이다.
중국의 수출 부진은 중국과 글로벌 가치 사슬(GVC)에 연결돼 있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가 경쟁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출 시장을 찾으면서 수출단가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1%대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글로벌 경기 악화, 일본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6조 원 가까운 규모의 추경에다가, 사상 최초로 530조 원대 내년도 예산안을 책정하고 있다. 확장재정이 경기침체 대응 방안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겠지만, 늘어난 예산이 경제잠재력 확충에 기여하지 못하고 일회성 효과로 끝난다면 풀린 돈은 경제에 독이 된다.
대외 통상(通商) 개선은 재정 지출 확대보다 효과가 크지만, 부작용은 훨씬 작다. 그런데도 대외정책은 경제통상 관점보다 수긍하기 어려운 ‘자해성’ 정치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일본과 ‘대등한 조치 구도’를 위해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발표했던 한·미 관계가 크게 뒤틀리면서 지소미아 불똥이 한·미 통상 관계에까지 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종료 결정도 문제지만 시점 역시 너무 안 좋다. 얼마 안 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심기를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시한에 맞춰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이달 말의 유엔총회 기간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뒷수습 자리가 됐으면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9.17[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917010730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