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국가면서 자유로운 무역체제 아래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로 기술을 통상 무기화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일본은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선봉 국가가 될 것임을 밝힌 직후 수출규제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아베 정부의 언행 불일치와 옹졸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국제적으로 알려 철회를 유도하는 한편 미국의 중재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했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미 정상 간 중재 논의도 있었던 것 같다. 한일 간 갈등 중재에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한일 갈등이 한미일 동맹체제에 미칠 영향을 미국이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기에 한일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미국이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중국이 한일 갈등 틈 속을 비집고 들어와 한일 균열을 더 악화시키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 전에 수차례 만났고, 상당 시간 동안 정상 간 정책협의를 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자국 수출규제의 정당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터다. 특히 신뢰와 안보를 이유로 ‘백색국가(수출통관상의 특별우대 적용 국가)’에서 제외해 중국, 대만 등에 적용하는 일반수출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점과 WTO가 허용하는 안보상 우려에 근거한 조치라는 이유를 들어 WTO 분쟁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표면상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됐지만 일본은 오랫동안 한일관계 재설정 방안을 연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은 중국과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우리나라와의 협정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2017년 일본 정부가 발간한 ‘미일동맹의 재구축’은 남북관계 개선 시 일본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를 반복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으로 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을 수 있다.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국익우선주의를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두둔했을지 의문이다.
우리로서는 미국 중재를 기대하지만 한일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중재 성과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국가도 개입을 주저할 것이다. 미국은 양국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정도로 최고조에 이르거나 협상 타결 수준으로 논의가 성숙됐을 시점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공짜는 없다. 화웨이 등 대중국 견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미국을 지지하도록 요구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등 중재 수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당시에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수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오히려 한일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한일 문화와 인적 교류, 통화스와프,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백색국가 분류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했다.
미국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진보 정권이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할 정도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일본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외교고 정치다. 이번 갈등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신(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한일관계 다시 회복하려면 新김대중·오부치 선언 절실
세계 3위 경제국가면서 자유로운 무역체제 아래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일본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로 기술을 통상 무기화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일본은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선봉 국가가 될 것임을 밝힌 직후 수출규제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아베 정부의 언행 불일치와 옹졸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서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국제적으로 알려 철회를 유도하는 한편 미국의 중재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했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미 정상 간 중재 논의도 있었던 것 같다. 한일 간 갈등 중재에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한일 갈등이 한미일 동맹체제에 미칠 영향을 미국이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기에 한일 갈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미국이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중국이 한일 갈등 틈 속을 비집고 들어와 한일 균열을 더 악화시키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 전에 수차례 만났고, 상당 시간 동안 정상 간 정책협의를 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자국 수출규제의 정당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을 터다. 특히 신뢰와 안보를 이유로 ‘백색국가(수출통관상의 특별우대 적용 국가)’에서 제외해 중국, 대만 등에 적용하는 일반수출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점과 WTO가 허용하는 안보상 우려에 근거한 조치라는 이유를 들어 WTO 분쟁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표면상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됐지만 일본은 오랫동안 한일관계 재설정 방안을 연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은 중국과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우리나라와의 협정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2017년 일본 정부가 발간한 ‘미일동맹의 재구축’은 남북관계 개선 시 일본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를 반복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으로 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을 수 있다.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고 국익우선주의를 지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두둔했을지 의문이다.
우리로서는 미국 중재를 기대하지만 한일 양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중재 성과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국가도 개입을 주저할 것이다. 미국은 양국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정도로 최고조에 이르거나 협상 타결 수준으로 논의가 성숙됐을 시점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공짜는 없다. 화웨이 등 대중국 견제에 대해 우리나라가 미국을 지지하도록 요구하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등 중재 수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당시에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수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오히려 한일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한일 문화와 인적 교류, 통화스와프,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백색국가 분류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했다.
미국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진보 정권이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할 정도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일본과의 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외교고 정치다. 이번 갈등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신(新)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 매경이코노미 2019. 8.5[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9&no=598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