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친화적 국회가 되어야 - 사공일
	2004-04-19
기업친화적 국회가 되어야 이제 국회의원 선거도 끝이 났다. 우선 당선된 국회의원 모두에게 축하를 보냄과 동시에, 이들 모두가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정치인(statesman)”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새로 구성된 국회는 하루 속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국정 우선순위에 입각한 국회 활동을 통해 행정부를 지원하고 또 선도해 나가줄 것을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기대해 본다. 진정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국회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그동안 정치판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모두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란 거부할 수 없는 큰 시대적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이 흐름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찾아 기업들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그리고 판매망이 이전될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이들 기업과 함께 국경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날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중국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드는 데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구성된 국회는 당장 시급한 경기회복, 진정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기업친화적(business-friendly)’인 경제관련 입법 활동과 기타 경제관련 국정에 관한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친화적 여건조성으로 기업투자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기업친화적 활동은 결과적으로 ‘근로자친화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세계화 시대에 적응력이 약한 소외계층과 일부 근로자들을 위해 아직도 미흡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근로자의 평생교육 및 훈련·재훈련 체제의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민간기업도 이윤추구라는 기업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기업의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기업지배 구조의 투명화와 생산적 노사관계 유지,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그럼 구체적으로 행정부와 함께 국회가 기업친화적 여건조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지나친 정부규제나 간섭을 없애고, 세율과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행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협조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국회의 직·간접적 역할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당리당략을 앞세운 소모적 정쟁(政爭)으로 정치를 불안하게 하고, 국가안보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국회의 중요한 기업친화적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부디 새 국회가 올바른 국정 우선순위에 따른 기업친화적 활동으로 현재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대망의 소득 2만달러 시대의 조기달성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다음 세대로부터 칭송 받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4. 4.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