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수는 正道로 간다 - 송복
	2004-03-08
진짜 보수는 正道로 간다 안보강화·국익중시 이념…북에 현금제공은 邪道 ‘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겐 정도(正道)가 생명이다. 정도를 보수(保守)하지 않는 정당은 보수당이 아니다. 영어의 보수당·보수당원(Conservative)은 반드시 큰 글자 C로 시작한다. 그만큼 정도지향(正道志向) 정도보수(正道保守)의 긍지와 정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서 보수당의 역사는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길다. 이유는 정도를 꾸준히 지키는 데서 사회적 정당성이 그만큼 축적되었음에서다. 역사는 살아남아서 역사다. 사멸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셰익스피어 시구에 “가장 오래된 것(the oldest), 그것은 가장 새로운 것(the newest)”이라는 구절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현재적 의미를 갖는다. 현재적인 것일수록 새로운 것이다. 정도만큼 오래된 것이 없고, 정도만큼 새로운 것이 없다. 정도는 부침하는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정도는 대중의 표를 사냥하기 위해 꿈을 부풀리지 않는다. 대중은 언제나 허황된 꿈에서 위로 받으려 한다. 그런 대중들을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교언(巧言)으로 유혹하지 않는 것이 정도다. 국민국가 성립 이래 보수당의 역사는 어느 나라 없이 국가안보 강화의 역사고, 국가이익 증대의 역사다. 이 둘을 함께 충족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보수당의 정도는 바로 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다. 우리 또한 이 정도에 충실하고 이 정도를 일관되게 지키기 위해, ‘반공’을 하고, ‘근대화’를 내걸고, ‘한·미 유대’를 강조해 왔다. ‘반공’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다만 탈냉전 이후 정권적 차원의 ‘경직된 반공’에서 국민적 차원의 ‘유연한 반공’으로 그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다. ‘유연한 반공’은 이전 정권들이 지향하던 군사적 이념적 대결이 아니라, 북한정권의 민주화와 가장 열악한 상태에 있는 북한동포들의 인권개선이 그 요지다. 이를 외면하면서 북한당국과 관계개선을 노리는 정권은 가장 기회주의적인 정권이고, 정도를 완전히 상실한 정권이다. ‘근대화’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적 물질적 토대다. 그 토대를 쌓지 않고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성립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근대화로 달성된 산업사회의 정치형태다. 권위주의적이든 독재주의적이든 역사적으로는 ‘근대화’를 이룩한 사람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은 사람이다. 민주주의는 민주화투쟁으로는 결코 성취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의 ‘근대화’는 ‘정부주도의 근대화’에서 ‘민간주도의 근대화’로 그 방법이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여전히 근대화다. 세계화·시장경제도 이의 다른 한 모습일 뿐이다. ‘한·미유대’는 우리 안보의 골간이다. 북의 위협은 질적으로 바뀌었다.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로 무장한다. 미국도 일극체제의 수퍼강국이 됐다. 유일강국은 언제나 패권주의로 나온다. 그만큼 반미감정도 고조되고 확산된다. 그렇다 해도 미국을 등진 우리 안보는 존재할 수 없다. 숭미냐 용미냐의 방법의 차이일 뿐, ‘한·미유대’는 여전히 우리 안보의 기축이다. 포퓰리즘은 ‘보수’의 무덤이다. 세상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반공과 근대화와 한·미유대는 보수정당의 정도다. 이라크 파병 FTA 인준 과정에서 보여준 보수정당의 행동은 정도가 아니다. 몇 석의 의석을 노리는 포말(泡沫) 정당들이나 하는 기회주의적 정치행태다. 더구나 법인세 형식으로 북에 현금을 갖다 주자는 안은 사도(邪道) 중의 사도다. 국가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정도만이 보수세력에게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오직 정도만이 단절 없는 역사를 보수세력에게 안겨준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04. 3.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