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경제 초보연출은 거짓이다 - 신일철
	2004-02-20
북한의 시장경제 초보연출은 거짓이다 2002년 7.1조치후 북한이 시장경제의 초보단계에 들어섰다고 해서 사(私)경제규모가 공경제규모를 추월했다는 설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1년 김정일 샹하이 방문후 북한경제에 샹하이쇼크가 일어나 중국식 시장개혁을 택했다고 했던 햇볕전도사들의 오판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의주경제특구의 양빈 해프닝부터가 해외용 연출 아니었습니까. 7.1조치에서 쌀 1Kg 8전하던 배급가격을 국정가격 44원으로 놀랍게도 550배 높였습니다. 그리고 생필품 공정가격도 10～30배 올리고 노동임금도 10배, 군인급료도 17배 올렸다고 합니다. 근래에는 평양시내에 개인경영식당, 노점까지 등장해서 외국기자와 방문객에게 일부 민영화 연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위층 이외의 일반 서민층에 대한 식량배급이 중단되기도 하고, 평양 등 도시에서는 초인플레와 도시빈민 증가로 민생고가 극한에 이르렀다는 국제 NGO의 긴급 어필도 전해옵니다. 역시 북핵의 경제봉쇄에 대한 벼랑끝 전시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장전시의 연출만으로는 북한 지도부가 시장경제의 초보단계에 들어서기를 결단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되지 못합니다. 과연 북한의 ‘선군’적 조직통제사회에서 평양시내에 나타난 일부 개인영업이 어떻게 가능하며 당`정의 통제는 과연 포기했는가의 의문이 생깁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시장경제 개혁에는 반듯이 레닌주의 보수파가 물러나고 개혁파의 득세가 있었고 시장경제의 전문가가 초대되어 새로운 시스템을 성안했습니다. 그런데 북한권력층에서는 개혁파의 세력교체가 없었고 중국의 주룽지, 베트남의 와잉(OAHN)박사 같은 신사고를 가진 경제전문가의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초보적이라도 시장경제의 시행에는 반듯이 경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선행되어 있어야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1975년 사이공 함락 후 레닌식 사회주의 경제의 강행으로 대량 기아, 경제파탄으로 보트피플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 대실패를 본 남부개혁파가 주도권을 잡고 더 이상 ‘가난의 나누어먹기’는 그만둔다는 ‘악평등’사회주의방식의 종언을 선언하고 1986년 ‘도이모이’(doi-moi)의 시장형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사이공 정권 밑의 지하운동 과정에서 남부월남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체험한 남부 개혁파들은 미처 망명하지 못했던 사이공 정권의 경제기획원장관 와잉박사를 불러내어 시장경제의 실험을 위임했습니다. 와잉박사는 미국에서 유일한 베트남인 경제학교수였고 IMF에서도 근무한 경제전문가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와잉박사는 베트남어로 ‘쇄신’의 뜻을 가진 ‘도이모이’의 개혁정책의 이름도 짓고 우선 남부의 작은 성(省)인 ‘롱안’성에서 배급제 폐지와 자유시장제의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이 시장제 실험으로 물가가 5배 폭등했습니다. 이에 정부의 미곡매상가도 5배 인상하고 각종 노임, 월급도 5배로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정부 불신으로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고 소비자의 매점매석도 일어나 물자부족과 인플레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와잉의 개혁안을 믿고 개혁파들은 자유시장의 물가가 오르면 거기에 월급도 미곡수매가도 같이 올렸습니다. 어느 단계에 가서는 천정을 치고 물가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점매석자나 권력층이 비장했던 물자가 값이 더 내리기전에 모두 시장에 내놓아져 물가하락이 거듭되고 등락의 피드백을 거쳐 드디어 안정된 시장가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시장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뒤에 비축해 두거나 매점매석해두었던 물자가 시장에 나와 우선 물자부족이 대폭 완화되었습니다. 집단농장폐지로 개인, 가족단위의 영농으로 생산의욕이 왕성해져서 ‘도이모이’ 다음해에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쌀 140만톤을 수출했습니다. 이는 개인영농과 시장시스템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습니다. 이 ‘롱안성’의 성공은 삽시간에 다른 성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이것이 경제번영의 참다운 ‘혁명’입니다. 이 베트남 시장개혁의 거울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7.1조치는 자유시장, 개인경영으로 실제 수준의 ‘시장가격’을 얻으려는 인내가 없고 집단농장을 개인영농으로 전환시키는 아무런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중앙권력이 조작한 ‘시장’ 시네마 연출은 시장경제의 초기가 아니라 시장파괴의 책동에 불과합니다. 왜 김정일 정권은 시장경제개혁을 결단할 수 없을까요. 그의 체제연명술은 경제개혁이 아니라 북핵`미사일 등의 군사주의적 협박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경제학’이 없다는데서 베트남식 실험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당국은 쌀 1Kg 8전의 배급 가격을 당시의 장마당 가격 44원으로 공식화하면 시장이 안정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생필품가격과 월급을 10배, 30배 대폭 인상했으므로 북한화폐의 가치는 그만큼 낮아졌으니 물가가 다시 10～30배 오르는 것이 시장 메커니즘입니다. 쌀값은 다시 44원에서 300원대로 오르고 명태 한 마리당 1,000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합니다.다시통제가격이 제정되면 그가격과 장마당시세시간의 격차가 커지면 지원물자도 권력층에 의해 암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시장외곡은더 심해지는 것이 오늘의 북한지하경제의구조입니다. 북한에서는 북한 돈의 명목하락으로 신뢰를 잃은 ‘비화폐경제’가 되고 미달러화(1달러당 약 1천원)가 가치의 기준이 되었고 다시 강제로 ‘유러화’를 공식화했다고 하나 그런 규제는 자유시장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최근 “북한에 경제학은 없다”는 통일연구원 이석연구위원의 연구가 나왔습니다. 이석연구위원은 “경제학은 현실을 다루는 가장 기본적 방법으로 경제통계 데이터에 기초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1960년대 후 북한에서는 경제통계가 하나도 발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1960년대에 한두 해 동안 갑사파의 득세기에 리베르만 이윤도입론과 경제우선의 수정주의 경제학이 들어왔습니다. 동유럽 유학생 출신의 경제학자들은 소련식 중앙지령경제와 외자도입없는 ‘자력갱생’책은 곧 경제의 저성장을 초래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갑사파 숙청 후 김일성의 담화에서는 수정주의 경제학을 배척하고 ‘정치공작 우선의 원칙’을 주체사상의 원리로 내세웠습니다. 주체사상에는 개인숭배 선동의 정치의식동원 이외에 경제이론이 없습니다. 북한에는 원자재 등 자원의 분배를 시장교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라에서 군대에 총이나 탄환을 공급하는 것 같이 한다는 점에서 원자재 등은 ‘상품’이 아니라고 규정했습니다. 군대내무반의 각종장비나 비품이 없어지면 검열을 받기위해 다른 내무반에서 훔쳐오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원자재가 남는 공장은 감추고 부족한 공장은 가동이 중지되게 마련입니다. 이석 연구원은 “북한경제에는 사실상 자원배분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북한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연구한 경제학적 보고도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면 김정일 경제관은 어떤 것일까요. 그는 경제학 지식도 없고 시장적 사고도 결여되어 정치공작 우선의 원칙에 따른 ‘현지지도’와 ‘천리마운동’ 등 구호생산으로 ‘섬강의 봉화’ ‘라남의 봉화’ 등의 사상의식 동원방식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그가 평생 보아온 시장경제는 암시장, 장마당뿐이며, 그로 인해 자본주의 혐오의 반시장적 사고가 그에게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을 것입니다. 중앙권력에 의한 통제이외에 민영화, 시장시스템은 그에게 체제의 종말을 의미할 뿐입니다. 북한에서 철학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은 김부자의 사상독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도 김부자의 ‘교시’로 일인독점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돈만 받고 금강산관광에서 관광사업을 경영학습장으로 활용한 바 없습니다. 2002년 금강산에 거금을 낭비하여 김정일 60회 생일을 기념하여 ‘천출(天出)명장 김정일 장군’이라 바위에 초대형 글자로 새겼는데 한자의 크기가 가로 25m, 세로 34m라고 하니 얼마나 거창한 명산자연의 훼손입니까. 금강산관광에 이런 개인 우상화의 대형글자가 무슨 관광사업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경제를 무시한 정치선전정치의 본보기라 할 것입니다. 관광 비즈니스를 외면하는 북한의 고집에 대해, 이런 것이 금강산관광 발전에는 백해무익하다는 충고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대북경협의 기본구조부터가 경제협력의 논리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아직 김정일 정치에는 시장경제개혁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기미가 없고 국제지원을 위한 시네마 ‘시장’ 전시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는데 불과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물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대북지원의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남북경협에 앞서 북한에 경제학, 경영기법을 전수하고 북한경협 일꾼과 대학생을 남한의 경영현장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학도 경영도 모르는 그들과의 경협은 “밑 뚫어진 독에 물 붓기”라고 통일 후 독일이 교훈해 주고 있습니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 명예교수) 출처 - 자유기업원 2004. 2. 19 Opin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