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학생 불이익 방침 타당한가 - 권대봉
	2004-02-05
"선행학습 학생 불이익 방침 타당한가" 단속이전에 원인부터 규명해야 정부기관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서울시 교육청의 선행학습 단속과 캠페인 정책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행학습은 학생의 흥미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그렇다고 해서 선행학습을 행정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교육청의 정책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상은 교육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교육청은 단속이라는 규제적인 정책을 내놓기 전에 학생들이 왜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가를 규명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했어야 옳다. 현행 교육은 상,중,하위권 학생 모두 만족 못시켜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유한 다양한 능력을 무시하고 한 줄 세우기를 하는 교육제도와 관계있다.내신과 수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수험생은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또한 매년 재수생 강세를 보이는 수능 성적 결과는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 7차교육과정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수준별 학습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제각기 다른 수준의 학생이 모인 학급에서 교사는 중간수준의 학생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하위수준의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상위수준의 학생은 자기 수준보다 학교 수업 수준이 낮으므로 학교 밖에서 선행학습을 찾는다.중위권 학생도 상위권을 따라 잡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가 7차교육과정에서 정한 데로 수준별 학습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결과제다.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학생의 선행학습효과가 학교평가에서 반영될 수 없도록,학교의 학습평가방법을 질적인 차원에서 바꾸어서 학생과 학부모가 선행학습이 효과가 없음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만들지 못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교육청이 공교육의 틀 안에서 모든 학생들의 기본권리인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학생과 교사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지,아니면 그들의 선행학습을 단속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단속활동은 교사들에게 추가 잡무를 부과하는 것 교육혁신은 단속과 캠페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진정한 학습상호작용이 있어야 가능하다.학생이 제대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책무이며,그러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청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선행학습 단속은 겉으로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잡무가 늘어나는 셈이 된다.교사의 잡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도와주는 시간은 줄게 되어 결국 학생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쌓기 위한 학습뿐만 아니라,배운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학습,남과 더불어 살수 있는 지혜를 기르기 위한 학습,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일깨우고 발휘할 수 있는 학습을 제공하기 위해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바쁜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도와주는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이 사교육의 단속에서 출발해야 하는가,아니면 공교육의 활성화에서 찾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를 세금을 쓰는 정책당국자는 물론 세금을 내는 국민들도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교육포럼 회장) 출처 - 중앙일보 2004. 2. 5 온&오프토론방